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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나이트쿠스, 잠든 밤을 깨웠다

생활 양식 다양해지면서 ‘24시간 영업’ 매장 늘어나…식음료업체들, ‘타임마케팅’ 속속 도입

이하늬 인턴기자 ㅣ 승인 2012.04.28(Sat) 19: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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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영업을 시작한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왼쪽 ⓒ 시사저널 박은숙). 오른쪽은 24시간 영업하는 롯데리아. (ⓒ 시사저널 유장훈)

새벽 4시30분. 김장훈씨(50·가명)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로 향한다. 식사는 회사 근처에서 사먹는다. 직장인이지만 프리랜서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회사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회사에서 볼 일을 본 후 개인 작업을 하기 위해 카페로 간다. 오전 9시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카페에는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씨는 카페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가면 점심을 먹는다. 오후 8~9시가 되면 일과는 끝난다. 업무가 바빠 딱 1분만 이야기하겠다던 김씨의 직업은 끝내 듣지 못했다.

김씨가 일어나는 새벽 4시 반. 뮤지션 박정민씨(21·가명)는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박씨가 잠에서 깨는 시간은 오후 2시. 아침을 먹고 홍대 작업실로 간다. 저녁 7시쯤 점심을 먹고 이어서 작업을 한다. 밤 11시. 일이 끝난 박씨가 가는 곳은 헬스장이다. 늦은 시간이지만 헬스장은 붐빈다. 운동을 끝낸 후 친구를 만난다. 장소는 주로 24시간 영업 카페이다. 시곗바늘이 새벽 2시를 향하고 있다. 1시간 정도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간다.

‘얼리버드’ ‘올빼미족’ 등 늘어나는 추세

바야흐로 ‘24시 시대’이다. 이에 따라 현대인의 생활 양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얼리버드’와 ‘올빼미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4월24일 오전 9시 명동 맥도날드 매장에는 ‘아침형 인간’들이 적지 않았다. 창가와 구석 자리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도 대여섯 명이나 된다.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40세의 한 남성은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사먹고 출근한다. 지금은 배가 고파 출근한 후에 다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맥도날드 맥모닝 세트를 먹는다는 김형준씨(24)는 “바빠서 아침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다. 음식이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어서 맥도날드를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아침형 인간’들로 가득한 오전 9시 맥도날드는 바쁘게 움직인다.

비슷한 시각. 바쁘게 돌아가는 맥도날드와 달리 명동 스타벅스는 조용하다. 4월26일 오전 8시. 곳곳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른 시간이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두세 명이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 내내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는 천선화씨(20)는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혼자 (아침을) 먹기 편하고, 공부를 하기에도 좋다. 분위기가 조용해서 자주 온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이주랑씨(29·가명)는 “출근 전에 카페에 잠시 들러서 할 일을 체크한다. 집에서는 오전 6시쯤 나온다. 회사 주변 카페에는 여유 있게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4월25일 새벽 1시 반. ‘올빼미족’을 만나러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대학로에 갔다. 탐앤탐스 커피숍 두 곳이 24시간 운영한다. 그중 한 곳을 찾았다. 거리는 한산했지만 카페는 붐볐다. ‘올빼미족’에게 새벽 1시 반은 일을 끝낸 후 친구를 만나거나 마무리하지 못한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곳곳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혼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이두레씨(26)는 “자정부터 첫차가 다닐 때까지 카페를 이용한다. 낮보다 밤에 집중이 잘 되어 주로 밤에 공부를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스스로 ‘호모 나이트쿠스’라고 표현했다. 호모 나이트쿠스는 밤을 뜻하는 ‘나이트(night)’에 인간을 뜻하는 ‘cus’를 붙인 신조어이다. 심야형·밤샘형 인간을 뜻한다.

시간이 새벽 3시 반을 지나면서 카페를 떠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겨났다. 택시 할증이 풀리는 새벽 4시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카페를 나와 근처 맥도날드로 향했다. 햄버거를 사서 돌아가는 이아람씨(21·가명)는 “배달이 한 시간이나 걸린다고 해서 사러 왔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배달 서비스에 전화해본 결과 “이 시간대는 항상 주문이 밀려 있다. 어디서든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맥도날드 배달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앞을 지나간다. 새벽 4시. 누군가에게 늦은 저녁 식사 혹은 이른 아침 식사가 배달되고 있다.

유통업체들, 마감 연장 또는 개점 앞당겨

   
늦은 밤, 서울 신문로에 있는 한 피트니스클럽에서 여성 회원이 운동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생활 패턴 다양화에 따라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이런 현상을 파악해 마감을 연장하거나 개점을 앞당기는 움직임을 보인다. 타임마케팅이다. 2005년 최초로 타임마케팅을 시도한 맥도날드는 밤늦게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는 시장 조사 결과에 따라 24시간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맥도날드 매장의 80%가량이 24시간 영업하고 있다.

커피숍 시장에서는 탐앤탐스가 처음으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24시간 운영하게 된 배경에 대해 탐앤탐스 이문희 팀장은 “2005년 혼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밤 늦게 와서 쉬는 사람들이 있었다. 올빼미족이 막 생기던 시점이었다. 그런 트렌드를 잘 읽었다. 전체 매장 중 20%가량이 24시간 영업을 한다. 마감을 새벽 1~2시로 연장한 매장도 많다”라고 말했다. 탐앤탐스가 야간 시간대를 공략한 반면 스타벅스는 ‘얼리버드’를 겨냥한다. 서울 광화문·여의도·신촌 등 주요 오피스 거리와 대학가 스타벅스 매장의 개점 시간은 오전 7시이다. 스타벅스 홍보사회공헌팀 엄언영 과장은 “오피스 주변에서는 7시 개점을 원칙으로 한다. 오전에 단골 고객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타임마케팅 트렌드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예기치 않았던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탐앤탐스 문정동 매장이 대표적이다. 이 매장은 유동 인구가 적은 베드타운에 있다. 밤 10시가 되면 주변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그런데 카페를 찾는 손님은 끊이지 않는다. 이문희 팀장은 “밤에 갈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있는 것 같다. 상권을 보고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역시 지금의 추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화비평가 김성기씨는 “시간이 희소 자원인 시대에 밤은 자원과 이윤 창출의 새로운 공급처이다. 따라서 누가 밤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른바 밤의 식민화이다”라고 ‘24시간 사회’를 분석했다. 지금 21세기 사람들은 ‘밤’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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