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호흡법이 고래와 춤추게 했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4.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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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프리다이버 아브세옌코, 브레인엑스포에서 강연…북극해에서 돌고래와 유영한 비법 소개

지난 4월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브레인엑스포에 특별 강연자로 초청된 나탈리아 아브세옌코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해 3월31일 러시아의 프리다이버인 나탈리아 아브세옌코가 무르만스크 부근 북극해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누드로 두 마리의 흰돌고래와 유영하는 모습이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바다 온도는 영하 2℃였고 통상적으로 이런 바닷물에서는 5분이 넘어가면 목숨을 지탱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브세옌코는 12분간 돌고래와 바닷속 유영을 즐겼고 그중 세 번 정도 물 위로 목을 내밀어 숨을 쉬었다.

지난 4월21일 브레인엑스포에 특별 강연자로 초청된 아브세옌코는 “프리다이빙은 80%가 정신, 20%가 신체적인 능력에 달렸다”라며 호흡과 정신력을 강조했다. 프리다이빙은 무산소 심해 다이빙으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하지 않는다.

모스크바 주립대에서 어학을 전공하고 국제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에서 교수로 일하던 아브세옌코는 지난 2004년 교수직을 사퇴하고 취미로 하던 프리다이빙을 직업으로 택했다. 2006년과 2008년에는 세계 프리다이빙 대회에서 우승한 세계 챔피언이기도 하다.

요가와 명상으로 프리다이빙 능력 키워

그는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요가 훈련과 명상을 병행했다. “예전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다. 어느 날 그것이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프리다이빙을 하다 부상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결과에 집착했다. 오른쪽 폐에 압착증이 와서 50% 정도의 기능을 잃은 적도 있었다. 그때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배웠다. 물속에서 두 달 반 동안 치유를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폐활량이 커졌다.” 그에게 요가와 명상은 신비적인 요소가 아니라 프리다이빙의 능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훈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것일까. 그는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모든 동식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가령 열대의 바다와 러시아의 바다와 호수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다르고,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근접 조우한 돌고래와 의사를 주고받는 경험도 했다는 것이다. 그때 그는 돌고래가 장비가 많은 다이빙 복장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 그가 영하의 바다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인간 한계를 깬다는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고 내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싶었다. 그 과정 자체가 뇌교육이고 내 에고를 없애는 과정이다. 가슴을 계속 열어서 바다와 돌고래가 주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가 요가나 명상을 하면서 종교가 바뀐 것은 아니다. 그는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러시아정교회 신자이다.

그는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돌고래가 보인 행동을 설명했다. “흰돌고래는 멸종 위기에 있다. 나는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서 맨몸으로 입수했다. 돌고래가 나를 보호하려고 했다. 내가 맨몸인 것을 알자 내가 사고를 당한 줄 알고 물위로 밀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명상을 통해 내면의 미소를 보내자 흰돌고래가 다가와 장난을 치고 함께 바닷속을 헤엄쳤다. 나는 흰돌고래가 더 인간같이 느껴졌다.”

“티벳 호흡법은 단시간에 몸 덥히는 데 효과”

북극해에서 흰돌고래와 유영하는 아브세옌코. ⓒ 캡쳐
그가 말한 내면의 미소는 무엇일까. 이는 명상으로 인한 훈련의 결과이다. 그는 자신이 추운 겨울 바다에서 견딜 수 있었던 이유를 명상과 호흡법에서 찾았다. “사람이 웃을 때는 43개의 근육을 사용하는데, 내면의 미소를 지을 때는 17개의 근육만 사용한다. 사람의 뇌에서는 평소에는 베타파가 나오지만 내면의 미소(명상)를 지으면 알파파가 많이 나온다. 알파파가 많이 나오는 마음의 평정 상태에서는 맥박 수가 줄어든다. 또 휘파람 호흡법도 도움이 된다.” 그는 휘파람 호흡법 시범을 보여주었다. 제주 해녀들이 깊은 바다를 뒤질 때 내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렸다.

이어 그는 티벳 호흡법의 시범도 보여주었다. “티벳 호흡법은 짧은 시간에 몸을 덥히는 데 효과가 있다. 나도 물속에서 나와 2분 정도 하고 나니 체온이 멀쩡해졌다.” 그는 한 발로 서서 몸을 깡충깡충 뛸 때마다 스타카토 리듬의 기합 소리와 함께 몸과 양팔을 앞으로 내미는 듯한 연속 동작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식 호흡법에 대해 “흥미로웠고, 파워풀하고, 간단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국제무산소다이빙협회 강사이기도 한 그는 제자들을 가르칠 때 신체적 훈련보다는 정신적 훈련을 강조한다고 한다. “호흡법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호흡은 생명이고 생명은 호흡이다. 제대로 숨을 쉬면 심장 박동 수와 혈압도 조절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도움이 된다. 호흡은 마음을 다스리는 도구이고 마음이 조화로우면 호흡이 잘 된다. 물론 위대한 정신을 담으려면 튼튼한 몸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는 조화가 있어야 한다.”

그는 명상과 호흡을 익힌 뒤 감정적이고 참을성이 부족한 성격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줄을 타고 바닷속으로 내려갈 때 두려움이 없다. 저산소증을 느낄 때는 잠수를 중지한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선에서만 하기에 아직 내 한계가 어디인지 모른다. 내년에 제자들과 함께 그곳에서 다시 한번 흰돌고래와 유영을 할 것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브레인엑스포 현장. ⓒ 시사저널 임준선
브레인엑스포 2012- 뇌, 희망을 말하다’가 지난 4월21일 한국뇌과학연구원 주최로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의 주관자는 유엔 공보국(UN-DPI) 정식 지위 NGO(비정부 기구) 기관인 국제뇌교육협회와 두뇌 훈련 분야 국가 공인 자격 협의체인 브레인트레이너협회였다.

행사는 총 세 개 분야로 나뉘어 열렸다. 미래 교육 대안으로 주목받는 뇌교육의 현황과 전망을 제시하는 국제 뇌교육 컨퍼런스, 두뇌 산업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한국두뇌산업포럼, 브레인피트니스로 대변되는 건강 관리 트렌드와 첨단 뇌파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두뇌 체험전 등으로 관람객들은 각종 컴퓨터 게임기나 식품,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두뇌 관련 산업의 현황을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국제뇌교육컨퍼런스에는 신희섭 KIST 뇌과학연구소장과 이승헌 국제뇌교육협회장, 러시아의 프리다이버 나탈리아 아브세옌코가 특별 강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이승헌 회장의 강연 중에는 지난해 MBC 다큐멘터리 <호흡> 편에 소개되었던 엘살바도르 뇌교육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라우라 양(16)이 연단에 등장해 엘살바도르의 뇌교육 사례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두뇌 산업은 국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단장 황창규)은 한국의 향후 3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는 6대 미래 산업 중 하나로 ‘뇌-신경 IT 융합 뉴로툴’ 분야를 선정했다.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에서는 우리나라가 공략할 분야로 선진국이 앞서가고 있는 뇌질환 기반의 뇌과학 기반 연구보다는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 인지 기능 향상 등 정신 건강 산업과의 연계된 분야를 선정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두뇌 산업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아서 보여주는 브레인엑스포는 오는 8월에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전자신문사 주최로 다시 한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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