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리더십’의 함정
  • 유창선 | 시사평론가 ()
  • 승인 2012.05.06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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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에서 보여준 박근혜의 힘은 강력했다. 박근혜의 힘은 어떤 것일까. 그는 선이 굵고 분명한 리더이다. 소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큰 방향을 보고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보니 자기 나름의 원칙을 중시하고 예스와 노가 분명하다. 그동안 박위원장이 여권 내의 강한 리더로서의 모습을 계속 보여준 것은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을 넘어서는 자신의 능력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그는 방향을 읽는 능력 그리고 결단할 때 결단할 줄 아는 힘을 갖고 있다. 박근혜는 이명박보다는 수준이나 자질 면에서 한 단계 위에 있는 정치인이다.

그러나 너무 빨리 살아 있는 권력의 위치에 올라서일까. 4·11 총선 이후 박위원장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미 몸을 높여버린 ‘권력’이 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총선 직후에 있은 문대성·김형태 당선인에 대한 판단 오류가 시작이었다. 당시 문당선인은 논문 표절 논란으로 당선되자마자 사퇴 압력을 받았다. 제수씨에 대한 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김형태 당선인도 마찬가지였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위원장은 사실 관계에 대해 명확한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그들의 사퇴 요구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잘못은 이미 명백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었고, 박위원장의 그러한 입장은 여론에 맞서는 무모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두 당선인은 얼마 후에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말았다. 이 과정은 박근혜 리더십에 상처를 남겼다.

이어 총선 직후 새누리당, 특히 친박 진영 내에서 이런저런 상호 견제의 모습이 나타나자 박위원장은 정쟁과 갈등을 비판하는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의 경고 발언이 있자마자 지도부 경선에 나서려던 친박 인사들이 모두 불출마를 선언하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당내에서도 당 대표 경선에 나서겠다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모두가 박위원장의 눈치를 보며 얼어붙었던 것이다. 박위원장의 경고는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든 주자들에게도 향했다. 완전 국민경선제를 요구하며 경선 룰 개정을 요구하는 다른 주자들을 정쟁으로 비난하며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 정당에서 경선을 하려면 이런저런 시끄러운 일들도 있고 갈등도 생겨나는 법이다. 그런데 박위원장은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줄곧 보였다. 단합하며 일사불란하게 나갈 것을 요구하기만 했지, 자신과 다른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용인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마치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 개발을 위해 단결할 것을 요구하며 자신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았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었다. 박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를, 단절해야 할 과거로 규정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이대통령의 치명적 문제인 소통의 부재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불통의 습관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따라다닌다. 싫은 소리에는 귀 닫고, 경고나 하는 리더십은 과거 시대의 낡은 리더십일 뿐이다. 시대는 소통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박위원장은, 박근혜 대세론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불통하는 습관을 극복하고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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