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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중국’ 꿈에 부푼 방글라데시

온갖 악조건에서도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아시아 최빈국’ 이미지 벗고 경제 자생력도 갖춰

조홍래│편집위원 ㅣ 승인 2012.05.06(Sun) 02: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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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런 나라의 해변에 호화 호텔이 들어서고 백사장과 리조트가 인파로 붐빈다면 믿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습은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주말이면 콕스 바자르 해변으로 간다. 몬순이 심술만 부리지 않으면 이 해변은 오렌지색 파라솔과 인파로 가득 찬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일부 부유층 사람들만 벵골 만에 있는 이 휴양 도시를 찾았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 20년간 1억6천만명의 방글라데시 국민들은 기적을 만들었다. 바자르 해변은 어느새 하와이 리조트처럼 변했다.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넉넉한 휴식과 약간은 고급스러운 소비가 일상이 되었다.

수도 다카에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히드 호사인 씨는 방글라데시에 서서히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의 등장은 내수를 촉진했다. 내수 증가는 다시 경제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 어느새 방글라데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신흥 개도국의 모델이 되었다.

저임금 찾아 중국의 생산업체들 이동해와

방글라데시의 발전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이 나라도 홍역을 앓았다. 빈부 격차는 커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긴장도 깊었다. 가끔 폭력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4월에는 유명한 노동운동가가 살해되었다. 그가 주도하는 노동운동에 대한 사용자측의 보복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을 이끈 동력은 의류 산업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임금은 매우 낮고 노동 조건은 열악하다. 노조 지도자의 피살 사건도 이 업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방글라데시 인구의 70%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저지대에 위치한 농토는 비만 오면 물에 잠기고 가뭄에도 취약하다.

방글라데시에 대한 외국의 직접 투자는 연 1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액수는 알바니아나 벨로루시보다 적고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10분의 1 정도이다. 전력 부족, 빈약한 수송 인프라, 정치적 혼란, 부패, 숙련 노동자의 부족 등이 외국인 직접 투자의 걸림돌이다. 이런 악조건에도 방글라데시 경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했다. 스탠다드차터드 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방글라데시가 이른바 ‘7% 그룹’에 가입할 자격을 갖추었다고 입을 모았다. 7% 그룹은 경제가 10년 이상 해마다 7% 안팎으로 성장하는 국가군이다. 현재 7% 그룹 멤버에는 중국, 캄보디아, 인도, 모잠비크, 우간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홍콩의 상하이은행(HSBS)은 방글라데시를 26개 경제 그룹에 포함시켰다. 이 그룹에는 중국, 인도 그리고 6~7개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이 들어 있다. 이 그룹은 지금까지도 괄목할 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고도 성장이 예상되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26개 그룹과 대조되는 나라는 미국과 다수의 유럽 국가처럼 성장은 꿈도 꾸지 못하고 겨우 안정을 유지하는 데 만족하는 국가군이다. 그러니까 26개 그룹에 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방글라데시는 성장의 고속도로에 진입한 셈이다. 

방글라데시가 예상을 깨고 고도 성장을 이룩한 것은 급변한 세계 경제 성장 패턴 덕이다. 세계의 생산 라인은 저임금을 찾아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이 흐름 속에서 미국과 유럽의 생산 라인들도 개도국으로 옮겨갔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낮은 비용의 시장이 되었고 중국 자신이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생산업체들은 방글라데시로 이동했다. 말하자면 중국 특수를 누린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중국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은 현상이 지금 방글라데시에서 재연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랩톱컴퓨터 박람회에 고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 EPA 연합

1인당 소득 세계 31위…행복지수는 세계 1위

현재 방글라데시의 제조업은 봉제에 치중되어 있다. 이 업종은 3백60만명을 고용하며 연 수십 억 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봉제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나 된다. 방글라데시는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했다. 주된 이유는 중국의 임금 상승이었다. 중국의 봉제업체들은 높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해 방글라데시로 공장을 옮겼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최근 보고서는, 지금까지는 가격이 저렴한 물건은 대체로 중국이 제공해왔는데 앞으로는 방글라데시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글라데시는 이제 중국을 대신해 아시아의 구매 허브로 떠올랐다.

눈부신 성장에도 방글라데시가 가야 할 길은 멀다. 2010년 기준으로 이 나라의 1인당 소득은 3천56달러로 세계 31위이다. 주로 국영으로 되어 있는 기업의 효율성은 낙후되어 있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뭄과 홍수 대책도 없다. 한때 85%였던 이 나라의 외국 원조 의존도는 현재 2%로 줄었다. 그만큼 자생력이 생겼다는 얘기이다. 그래도 이 나라는 여전히 외국 자본을 필요로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나라의 여러 사정을 감안한 끝에 앞으로 3년간 약 1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방글라데시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결과이다.

지난 4월23일자 뉴욕타임스는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을 심층 보도하면서 “아시아의 한 구석에서 믿어지지 않는 강력한 성장의 약속이 움트고 있다”라고 전했다. 2009년 런던의 한 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행복지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가장 가난한 나라가 행복지수에서는 최고의 자리를 누리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는 이 나라 국민들의 인생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나라 노동자들은 30년 전부터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지난해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한 돈은 1백10억 달러였다. 송금액은 5년 안에 2백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나라 노동자들은 성품이 순해 어디에서나 환영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1억6천만 인구는 이 나라의 성장 동력이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착한 성품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례는 무하마드 유코스 은행에 얽힌 일화이다. 상당한 재력가인 무하마드는 무일푼의 기업인들에게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거의 받지 않는 은행을 설립했다. 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 기업을 일구고 돈을 갚았다. 현재 이 은행의 회원은 2백30만명이다. 무하마드는 이 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어느 날 예고 없이 지평선 위로 나타난 방글라데시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놀란다. 특히 국제적 투자자들은 이 나라의 어느 분야에 투자를 할까 고민 중이다. 공항도 거리도 해변도 북적거린다. 방글라데시가 ‘넥스트 차이나’ 혹은 ‘넥스트 인도네시아’쯤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모두가 공감한다. 이 나라의 미래가 장밋빛으로 물들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순간만은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이 나라 국민이나 여행자 모두의 얼굴에 그런 기색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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