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일본’ 외치던 두산과 중부발전이 신경전 벌이는 내막은?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2.05.0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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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부발전은 최근 100만kw급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인 신보령 1·2호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규모만 2조7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최종적으로 두산중공업이 핵심 기기인 보일러와 터빈을 납품하는 업체로 선정되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발주사인 한국중부발전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순수 우리 기술로 일본 업체를 따라잡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5백kw급 중·소형 발전 설비 시장은 두산중공업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1천kw급 이상의 대형 발전 설비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이다. 당진화력 9·10호기, 태안화력 9·10호기 등 대형 발전소 건설 입찰에서 일본 업체들이 잇달아 승리했다. 이 때문에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회장은 임원들을 불러놓고 “인건비가 세 배나 비싼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진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증거이다”라고 질타했다. 

이후 두산은 기술 개발을 통해 1천kw급 발전 장비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002~08년 지경부 산하 전력연구원과 함께 100만kw급 기술 개발도 마쳤다. 그 결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을 제치고 신보령 1·2호기의 사업 주체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중부발전과 두산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측은 “두산이 제공하는 기기가 100% 성능을 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항목을 계약서에 삽입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2년부터 국책 과제로 연구해온 분야라서 성능을 자신한다”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신경전을 일종의 ‘학습 효과’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전 설비를 납품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80만kw급 발전소에도 핵심 기기를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사고가 적지 않았다. 영흥화전 1·2호기의 경우, 54일간 발전이 중지되면서 국회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당진화전 9·10호기는 지식경제부가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선 협상자가 두산중공업에서 히타치로 바뀌기도 했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발주사인 한국동서발전은 당시 두산의 기술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번에 발주한 100만kw급 발전 기기 역시 두산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중부발전이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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