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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기법 아는 것이 사랑의 기술”

세계적인 부부 갈등 전문가 하워드 마크맨 교수 / “해결책 찾으려 하지 말고 대화 자체에 집중해야”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2.05.06(Sun) 03: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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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전영기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라도 다툰다. 외식 중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자녀 교육과 같은 중요한 문제까지 사사건건 충돌한다. 이혼하는 부부는 그 이유를 성격 차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유이든 그 기본에는 부부간의 ‘이해 부족’이 있다고 하워드 마크맨(Howard Markman) 미국 덴버 대학 심리학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세계적인 부부 갈등 전문가이다. 부부 관계에 대한 논문만 1백40편을 냈고, <오프라 윈프리 쇼>나 뉴욕타임스 등 언론 매체에 출연하고 기고하며,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부부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강연한다. 마크맨 교수는 “문제가 생긴 부부가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면 이혼율이 15%나 줄어들었다. 지난 30년 동안 연구한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데 대화를 시작하면 곧 언쟁으로 번지고, 급기야 큰 다툼으로 옮아간다. 싸우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마크맨 교수는 ‘SLT’라는 방법을 제안했다.

싸우지 않고 말하는 방법으로 SLT를 추천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SLT(speaker-listener technique)란, 말하고 듣는 기술을 의미한다. 부부 사이에 민감한 주제나 자칫 언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놓는 비책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거나 감정이 격앙된다면 DVD 플레이어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를 때처럼 ‘타임아웃’을 선언해보자. 그리고 말하는 순서를 정한다. TV 리모컨, 열쇠, 펜, 책 등 특정 물건을 준비하고 이 물건을 가진 사람에게 말할 권리를 준다. 5~10분 정도 말한 후, 상대방에게 이 물건을 넘겨주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그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중요한 점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화 자체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해결에만 집착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지 않으려는 심리가 생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게 된다. 또 물건을 주고받는 규칙을 지키면서 욱 하는 감정을 수그릴 수 있다. 이런 대화가 부부 사이에서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하다.

부부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의 경우에는 돈, 대화가 없는 것이 큰 문제이다. 직장과 자녀 양육을 병행하는 문제가 그 다음이다. 다른 사람과의 부적절한 관계도 부부 사이의 문제이며, 폭력,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도 부부 관계에 악영향을 준다.

갈등 없이 부부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첫 단추는 무엇인가?

   
미국 덴버 대학에서 30년간 연구한 결과, 부부는 한 팀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한 팀에서 생긴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은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것이다. 상대방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부정 대신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다. 한 팀으로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부부간 데이트, 적절한 성생활, 아이에게 좋은 부모 노릇하기 등이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약속을 장기적으로 지키고 실천하는 일이다.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하자’라고 정했다면 그것을 지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상대방에 대한 존경이 기본으로 깔려야 가능하다. 존경이란 부부의 사랑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한 부부는 서로 사생활에 대해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등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고 한다. 이런 관계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꽃의 색과 모양이 각기 다른 것처럼 행복도 그 형태가 다르다. 부부가 모두 행복하게 느낀다면 그런 사례도 행복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사생활을 빙자해 상대방을 속이는 언행은 다른 문제이다.

갈등이 깊거나 자주 싸우는 부부라면 굳이 서로 맞추려고 노력하기보다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찾는 편이 이롭지 않을까?

이혼은 개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실제로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이혼까지 생각했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적이 있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갈등 해소를 위해 책을 읽어보거나 상담을 받아 이혼을 피한 부부는 몇 년 후에 이혼하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여긴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이혼은 순간의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다. 또 이혼이 자녀에게 주는 스트레스도 고려해야 한다.

   
ⓒ 시사저널 전영기

어떤 부부는 아이가 없어도 행복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는 건강한 결혼 생활에 필요한 요인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미국 부부 중에 40%는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부부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아이가 부부 관계 유지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부부 역할 중의 하나가 자녀 생산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미루는 여성은 자녀 생산과 육아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시대이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아이 생산과 양육에 힘쓴다면 자녀는 결혼 생활을 더 든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성생활 또한 원활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성생활이 없는 부부는 불행한가?

미국에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많지만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물론 성적인 문제가 있거나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생활을 꺼리면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더라도 그 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 성관계의 빈도를 따지는 사람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관계를 하더라도 부부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큰 문제가 없다. 여성은 성관계보다 스킨십만으로 행복을 느끼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관계든 스킨십이든 모두 행복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심하게 싸운 후에 성관계를 갖는 부부가 있다. 이런 방법이 화해의 방편이 될 수 있는가?

일시적인 화해는 가능하겠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 근본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낮에 싸우고 밤에 성관계를 갖는 사이클은 건강한 결혼 생활을 방해한다.

신혼부부처럼 아직 깊은 갈등을 느낀 부부가 아니라면 부부 관계가 깨지기 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는데, 어떤 방법을 추천하고 싶은가?

부부에게는 언제나 사소한 의견 차이가 생긴다. 그때마다 극복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같은 취미를 갖거나 데이트를 하면 좋다. 대화의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서로 이해할 기회가 늘어난다. 그래도 어렵다면 책을 읽거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과거부터 오랜 기간, 사람은 결혼하고 갈등하는 가운데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왔다. 전문 상담이 필요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다. 과거의 결혼이란 법적 관계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 문화가 바뀌었다. 사랑 외에 경제적인 밑바탕, 육아 문제, 맞벌이, 자기 계발 등도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보다 갈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어떤 갈등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만, 어떤 문제는 부부가 해법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낚시할 때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낚싯대, 낚싯줄, 먹이를 달리하지 않는가. 또 사람이 암에 걸렸더라도 치료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처럼 부부 문제도 각기 다르고 복잡하다. 전문 상담을 통해 해결하면 이혼이라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아도 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예컨대, 일주일에 한 차례 20분 정도만 할애해서 건강한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 전문 상담을 받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좋은 배우자, 훌륭한 부모, 정다운 이웃, 쓸모 있는 직장인이 되려면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투자가 없으면 이익을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부부 관계를 확인하는 방법 

배우자와의 관계를 확인하는 방법(RDS; 관계 역학 척도)은 다음 상황을 배우자와 함께 작성하지 말고 스스로 점검한다. 각 상황의 빈도는 1~3점으로 기입한다. 전혀 또는 거의 그렇지 않으면 1점, 때때로 그렇다면 2점, 자주 그렇다면 3점을 매긴다.

· 상대방에 대한 지적, 비판, 인신공격 및 과거 들추기로 사소한 말다툼이 험악한 싸움으로 비화된다.
· 남편(혹은 아내)은 걸핏하면 내 생각이나 감정을 비판하거나 얕본다.
· 남편(혹은 아내)은 내 언행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 우리는 사건이 벌어지면 적으로 바뀐다.
· 남편(혹은 아내)에게 속내를 털어놓기가 꺼려진다.
· 남편(혹은 아내)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
· 말다툼이 벌어지면 둘 중 하나는 말을 피하거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점수 평가

7~11점│매우 양호한 관계이지만, 부부 관계는 항상 바뀐다. 앞으로 12개월 동안 더 단란한 결혼 생활을 만끽할 수도 있겠으나 진로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찌 보면 결혼 생활의 청신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으나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나은 부부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12~16점│황색 신호이다. 지금은 행복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점수만을 놓고 보면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관계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만한 부부 관계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필요하다.

17~21점│적신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즉시 멈추어야 한다. 지금 둘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당신은 현재 살얼음판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충돌하거나 이미 그랬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관계 회복의 기술을 터득한다면 희망은 있다.


 

네 가지 부부 대화 유형 따라 바람직한 대화 방식도 제각각 

   
하워드 마크맨은 스콧 스탠리, 수잔 블룸버그와 함께 쓴 결혼 생활 지침서 <행복한 결혼을 위한 세 가지 열쇠>(시그마북스)에서 부부 사이의 대화 유형을 일상형, 갈등형, 우정형, 지지형으로 구분했다.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대화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마다 바람직한 대화 방식을 제시했다.  

일상형 대화는 생활에서 일어난 자질구레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 아이는 누가 데려올지, 언제 퇴근할지가 좋은 사례이다. 마크맨은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며 즐겁게 대화하라’고 충고한다. 갈등형 대화는 부부 사이에 피할 수 없는 갈등이나 이견 따위를 조정하고 해결할 때 필요하다. 마크맨은 ‘상대를 배려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해야 갈등을 키우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정형과 지지형은 결혼을 동경하는 이유가 되므로 중요하다. 우정형은 부부 사이에 친밀감과 유대감을 조성해주기 때문에 부부 금실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대화가 없으면 애당초 상대를 사랑한 이유를 잊어버리게 된다. 지지형 대화는 배우자에게 ‘일생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부부 사이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기울여 소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바로잡는다. 지지형 대화에는 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할 때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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