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이 끓는 포스코 용광로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5.06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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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부채 비율 높아져 사내·외 이사들 부침도 심해…최근에는 “보은 인사” 뒷말도

ⓒ 시사저널 유장훈
44년 전 포항의 거센 바닷바람을 받아내며 허허벌판에 우뚝 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가 최근 복합유통단지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에 휩쓸려 있다. 정준양 회장은 취임 이후 실적이 과거만 못한데도 계열사를 넓히며 외관을 무리하게 확장했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포스코가 이런저런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정준양호’는 최근 실적 부진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2007년 22조2천억원이던 포스코 매출은 2011년 39조1천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천2백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4.2%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10.1%에서 올 1분기에는 4.5%로 대폭 하락했다. 물건을 많이 팔았지만 장사를 잘 못한 셈이다. 철강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성장은커녕 경쟁력 유지도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회장이 취임한 2009년 54.5%였던 포스코의 부채 비율이 지난해에는 92.4%까지 높아졌다. 지난 2010년 초 7조원에 달했던 포스코의 현금성 자산은 올 들어 2조원대로 급감했다. 포스코가 SK텔레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의 지분을 팔아 약 1조원의 자금을 마련한 것도 이런 실적 악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포스코는 올해 투자 규모를 대폭 줄여 4조2천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6.3% 감소한 것이다. 올해 초 정회장이 밝힌 4조5천억~5조1천억원에 비해서도 3천억원 이상 줄어든 규모이다.

정준양 회장 취임 후 계열사 36개나 늘어나

정회장은 지난 3년 동안 계열사를 늘렸는데, 이 때문에 힘을 분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포스코 계열사는 현재 70여 개에 이른다. 이 중에 절반 정도인 36개가 2009년 정회장 취임 이후에 늘어난 것이다. 18개사는 미래 성장 산업, 철강 가공 산업, 원료 개발 판매 등이 목적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사회적 기업, 인수·합병으로 자동 편입된 자회사 등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산업의 특성상 여러 부산물을 처리할 친환경 관련 계열사가 필요하다. 또 사회 공헌 관련 계열사가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철강업계의 전반적인 부진 여파로 포스코의 영업이익도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계열사를 늘려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사회 공헌 관련 계열사를 늘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최근 비상장 출자사에 대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계열사 확장과 인사 단행으로 새로운 경영진이 계열사에 포진했다. 이들 중에는 정회장의 서울대와 순천대 대학원 선후배도 섞여 있다. 정준양 1기 체제에서 정회장을 보좌하고 호흡을 맞췄던 인사들이 상당수 계열사 대표 자리를 꿰찬 데 대해 일종의 보은 인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능력과 경험에 맞는 경영진을 배치한 것이다. 다만 예전에 정준양 회장과 광양제철소에서 같이 일했던 인사들이 계열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인사에서 포스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최종태 사장이 1년 임기의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되었다. 1974년 포스코에 입사한 최부회장은 인사, 경영기획, 경영지원 부서를 맡으며 정준양 1기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권영태 부사장과 오창관 부사장도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가 이번에 각각 철강 유통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에스와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정준양 체제를 뒷받침했던 홍보맨들도 계열사로 자리를 이동했다. 김상영 CR본부장은 광고 계열사인 포레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되었다. 손기진 사회공헌실장이 엔투비 대표이사 사장에, 우선문 포스코아메리카 법인장은 포스코터미널 대표이사 부사장에, 장성환 상무는 포항스틸러스 대표이사 사장에 각각 선임되었다.

외부 인사도 영입했다. 이필훈 전 정림건축사무소 대표를 포스코 A&C 대표이사로, 최명주 전 GK파트너스 대표를 포스텍기술투자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것은 포스코의 개방성을 나타내기 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성식 포스코에너지 대표, 박종식 엔투비 대표, 이규정 A&C 대표, 김상면 승광 대표, 김준환 포스코경영연구소 대표, 김태만 포항스틸러스 대표 등이 임기 1년의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신임 이사 18명 면면을 살펴보니…

정회장 취임 후 사내·외 이사 자리에도 부침이 심했다. <시사저널>이 2009~11년 사이에 선임된 이사(사내·외 이사) 18명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 중에서 사내이사 네 명, 사외이사 네 명 등 모두 여덟 명이 눈에 띈다. 2009년 사내이사가 된 허남석 포스코ICT 사장은 정준양 회장과 순천대 대학원 금속학 석사 동기(1999년)이다. 또 정회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던 시절(2003~06년 2월)에 같이 일했다.

이 당시 사외이사는 8명이었다. 이 가운데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임기가 1년 넘게 남았지만 사퇴했고, 초임으로 임기를 마치는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도 물러났다. 당시에 이명박 정부의 외압설이 나돌았다. 그 빈자리를 유장희 BBB코리아 회장과 김병기 서울보증보험 사장 등이 차지했다. 유회장은 2008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이다. 당시 대선 캠프에 몸담은 인연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맡으며 현 정부의 경제자문역을 맡아왔다. 김사장도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오창관 전 포스코에너지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등 정준양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사내이사로 등재되었다. 사외이사로 등재된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필 감사 편지를 보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박상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률 자문을 해주는 포스코의 사외이사가 되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당시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박변호사가 포스코 사외이사가 되는 것에 반대했다.

포스코가 맞은 내우외환을 어떻게 풀어갈지는 정준영 회장의 몫으로 남았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일본 제철업계와의 경쟁, 현대제철 등 후발 주자의 추격 등 안팎의 도전도 극복할 문제이다.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수장들이 교체된 전례를 고려할 때 연임 이후 불어닥칠 정치권의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2020년 매출액 2백조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을 다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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