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 판도 뒤흔들 ‘필생의 라이벌’ 당권 혈전
  • 구혜영│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2.05.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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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임준선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의 승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의 대결은 ‘친노(親盧) 세력’과 ‘비노(非盧) 세력’의 결전이다. 이후보는 친노 세력의 좌장이다. 김후보는 비노 연합군의 대표 선수이다.

‘담합파’와 ‘비담합파’로도 갈린다. 이후보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의 역할을 분담했다. 지난 5월14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는) 이해관계를 둘러싼 합의가 아니라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김후보는 당 대표 후보자 중 ‘이-박’ 담합에 가장 비판적이다. 5월1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힘센 사람들이 밀실 담합으로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면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두 사람의 경쟁은 당권에 그치지 않고 야권의 대선 구도까지 영향을 준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 세력을 이끈다. ‘당권 이해찬-대권 문재인’ 조합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종필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2인자 역할을 하며 충청이 영남의 보완재가 되었을 때와 유사하다”라고 바라보았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역할 분담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투트랙 단일화를 주장한다. 이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후보를 먼저 확정하고 이후 안원장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중심의 대선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당 대표 선거까지 ‘예측 가능한’ 판세가 이어질 경우 야당의 역동성을 찾기 어렵다. 일사불란한 리더십은 확보할 수 있지만 ‘기획 정치’의 한계가 자칫 안원장을 상수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김한길 후보는 비노 주도의 대선 판도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노 세력의 결집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략의 경우, 이후보가 ‘후보’ 중심이라면, 김후보는 ‘판(구도)’ 중심이다. 김후보는 “야권의 새로운 재구성이 필요하다. 야권 연대는 진보 세력과 민주당이 손잡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원장에 대해서는 “투트랙 경선이니 원샷 경선이니 하는 것을 성급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단일화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충성도 높은 세력이 없기 때문에 당 대표가 되더라도 연합군의 지분 요구에 흔들릴 수 있다. 비노 세력 가운데 경쟁력 있는 대선 주자가 없는 것도 고민거리이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경쟁적 관계를 유지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당 의장 경선 방식을 두고 부딪쳤다. 이후보는 창당기획단장으로 간선제를 주장하며 김원기 상임고문을 내세웠다. 반면 김후보는 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직선제를 주장하며 정동영 상임고문을 앞세웠다. 그 결과, 정고문이 당 의장이 되었다. 열린우리당 초대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후보는 천정배 의원을 도와 이후보를 근소한 차로 꺾었다. 이렇듯 두 거물의 경쟁은 두고두고 민주당 당권 가도를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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