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권 구도, 3파전 굳어진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5.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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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직계’ 문재인 vs ‘친노 비주류’ 김두관 vs ‘비노’ 손학규 전선 팽팽하게 형성

왼쪽부터 손학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 시사저널 유장훈),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사저널 이종현).
민주당이 혼란에 빠졌다. 정체성도 극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때만 해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가 오는 12월 대선 승리의 필수 조건인 것처럼 간주되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야권 연대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박지원 원내대표)라는 말이 나온다. 대신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총선 때는 ‘좌클릭’, 다시 대선 때는 ‘우클릭’으로 갈팡질팡한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새누리당은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친박계의 한 인사는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저쪽(야권)에서 알아서 도와준다”라고 말한다.   

민주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최근 작성한 내부 문건 ‘4·11 총선 평가와 과제’에는 이런 민주당의 모습에 대한 당내 위기감이 잘 반영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리더십의 부재’와 ‘정체성과 일체감의 부재’를 민주당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상황 인식의 한계’ ‘위기의식의 부재’ 그리고 ‘체계적인 지지층 결집과 확산 노력의 부재’를 꼽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와 같은 민주당의 불안 요소로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진보 대 온건 보수·중도 실용’ ‘호남 대 비호남’ ‘원내 투쟁 대 거리 투쟁’을 놓고 끊임없이 당이 분열·갈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51.7%의 ‘이념적 혼재층’을 공략하라?

민주당에 엄습하는 위기감은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차라리 총선 패배가 대선에서는 약이 될 것이다”라던 총선 직후의 자위론은 이미 온데간데없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을 합치면 오히려 새누리당을 앞선다”라며 필승론을 주장했던 일각의 목소리는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라는 당내 비판에 꼬리를 내렸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모노리서치’가 지난 5월15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48.4%)과 민주당(25.6%)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22.8%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4.2%)과 합쳐도 새누리당에 18.6%포인트 차로 한참 뒤진다. 총선 직후인 4월12일 정례 여론조사 때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5.9%포인트 차에 불과했고, 야권 연대(민주당+통합진보당) 지지율(41.1%)이 새누리당(34.9%)보다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이는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리얼미터’ 정례 여론조사(5월14일) 결과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32.1%)은 새누리당(44.1%)에 12%포인트 차 뒤져 있고, 열세 국면은 통합진보당(5.7%)과 합쳐도 마찬가지다.

대선 후보 다자 구도에서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모노리서치 조사에서는 문재인 고문(14.2%)이 박 전 위원장(47.0%)에게 무려 32.8%포인트 차나 뒤져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문고문(12.3%)이 안철수 원장(23.8%)에게도 11.5%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3강 구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되었다. 당내에서 문고문의 경쟁자로 부각되는 손학규 전 대표나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아직 지지율 5%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이후 최근 이같은 여론의 흐름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금 한반도 상황이 북한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 승계 이후 상당히 불안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사태는 야권 전체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 현상이 박근혜 전 위원장과 새누리당의 지지율 상승을 불러오는 상황에서, 향후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보다는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 쪽으로 우클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내부 문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인식이 드러난다. 그 내용을 보면, 일관된 진보(27.0%)나 일관된 보수(21.3%)가 아닌 ‘이념적 혼재층’(51.7%)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념적 혼재층 중 상당수는 탈이념적·탈권위적이며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는 ‘새로운 유권자 유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를 원칙으로 삼아 진보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수를 위한 성장과 정의·공평·자유를 추구하는 상충적 유권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탈이념적·탈권위적이며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는 새로운 유권자 유형’이라는 분석이 주목된다. 안철수 원장이 현재 추구하는 이미지나 가치에 거의 부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고문이 안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온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고문의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는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에 이은 또 하나의 ‘헛발질’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윤실장은 “문고문측 입장에서는 어차피 오는 6월9일 전당대회 때 ‘비노’ 진영에서 안철수를 거론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안원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미리 밝힘으로써 당 외부에서 안원장 지지세가 계속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고문 스스로가 자신의 비전이나 가치도 아직 정확히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공동정부론을 들고 나온 것은 마치 모든 것을 선거 전략적 차원으로만 움직인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오히려 김두관·손학규 쪽에 가까워”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안원장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향후 안원장이 통합진보당측과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필요성을 계속 주장하는 문고문보다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김두관 지사나 손학규 전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이 오히려 점쳐진다”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흔히 김지사를 ‘친노’로 분류하며 문고문과 지지 세력이 겹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굳이 분리하자면 김지사는 ‘친노 직계’와 ‘친노 비주류’ 사이에서 후자 쪽이다. 오히려 향후 ‘친노 대 비노’의 갈등보다는 ‘친노 직계 대 친노 비주류’의 갈등이 더 불거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친노 비주류와 비노 진영이 ‘중도 진보’라는 공감대로 한데 묶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보았다.

“문고문과 김지사가 제대로 한판 붙을 것”

야권 연대 회동에서 만난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왼쪽/ ⓒ 연합뉴스). 오른쪽은 안철수 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이런 징후는 실제 확인되는 부분도 있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였던 한 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원장으로부터 직접 러브콜을 받았다. 고민 끝에 ‘당분간 외곽에 남겠다’라고 정중히 고사했다”라고 귀띔했다. 이 인사는 ‘비노’ 및 ‘친노 비주류’ 진영의 핵심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비노 진영의 한 인사는 “안원장측 인사가 김한길 당선인을 만났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안원장 최측근의 말을 인용해 “안원장은 문고문보다는 오히려 김지사 쪽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흔들리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리더십 부재는 향후 6·9 전당대회를 계기로 급격히 당을 대선 체제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치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민주당의 복잡한 계파 구도가 유력 대권 주자 중심으로 문재인의 ‘친노 직계’와 김두관의 ‘친노 비주류’, 그리고 손학규의 ‘비노’ 그룹 등 3자 구도로 형성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황위원은 “문고문이 왠지 다소 조급해하고 불안한 측면을 노출하는 상황과 달리 김지사측은 뚝심을 갖고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통합진보당 사태가 중도 성향의 손 전 대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을 보면, 세 야권 ‘잠룡’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당분간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김지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김지사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도지사직을 중간에 사퇴하고 나간다는 부담이 있으므로, 이는 당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당내 주류에서 ‘도지사직이나 잘 하지, 왜 나왔느냐’ 하는 식으로 홀대한다면 김지사가 상당히 난처해진다. 이런 구도에서는 특히 친노 직계와 친노 비주류 그리고 비노계 모두 일정 부분 걸쳐 있는 ‘정세균계’의 향배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신교수는 “아마도 문고문과 김지사가 제대로 한판 맞붙을 듯하다. 불가피해 보인다. 거기서 손 전 대표의 선택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안철수 원장은 밖에서 이를 느긋하게 지켜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아직은 이런저런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앞으로 상당히 시끄러워질 듯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민주통합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해찬 후보와 김한길 후보의 승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의 대결은 ‘친노(親盧) 세력’과 ‘비노(非盧) 세력’의 결전이다. 이후보는 친노 세력의 좌장이다. 김후보는 비노 연합군의 대표 선수이다.

‘담합파’와 ‘비담합파’로도 갈린다. 이후보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의 역할을 분담했다. 지난 5월14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는) 이해관계를 둘러싼 합의가 아니라 정권 교체를 위해 헌신하기 위한 역할 분담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김후보는 당 대표 후보자 중 ‘이-박’ 담합에 가장 비판적이다. 5월1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힘센 사람들이 밀실 담합으로 민주당을 좌지우지하면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두 사람의 경쟁은 당권에 그치지 않고 야권의 대선 구도까지 영향을 준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 세력을 이끈다. ‘당권 이해찬-대권 문재인’ 조합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김종필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2인자 역할을 하며 충청이 영남의 보완재가 되었을 때와 유사하다”라고 바라보았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역할 분담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투트랙 단일화를 주장한다. 이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후보를 먼저 확정하고 이후 안원장과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 중심의 대선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원내대표 선거에 이어 당 대표 선거까지 ‘예측 가능한’ 판세가 이어질 경우 야당의 역동성을 찾기 어렵다. 일사불란한 리더십은 확보할 수 있지만 ‘기획 정치’의 한계가 자칫 안원장을 상수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김한길 후보는 비노 주도의 대선 판도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비노 세력의 결집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대선 전략의 경우, 이후보가 ‘후보’ 중심이라면, 김후보는 ‘판(구도)’ 중심이다. 김후보는 “야권의 새로운 재구성이 필요하다. 야권 연대는 진보 세력과 민주당이 손잡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원장에 대해서는 “투트랙 경선이니 원샷 경선이니 하는 것을 성급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단일화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충성도 높은 세력이 없기 때문에 당 대표가 되더라도 연합군의 지분 요구에 흔들릴 수 있다. 비노 세력 가운데 경쟁력 있는 대선 주자가 없는 것도 고민거리이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경쟁적 관계를 유지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당 의장 경선 방식을 두고 부딪쳤다. 이후보는 창당기획단장으로 간선제를 주장하며 김원기 상임고문을 내세웠다. 반면 김후보는 전략기획단장을 맡아 직선제를 주장하며 정동영 상임고문을 앞세웠다. 그 결과, 정고문이 당 의장이 되었다. 열린우리당 초대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후보는 천정배 의원을 도와 이후보를 근소한 차로 꺾었다. 이렇듯 두 거물의 경쟁은 두고두고 민주당 당권 가도를 달굴 전망이다.    

구혜영│경향신문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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