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팔만대장경’, 2천일 고행 끝 출산
  • 조해수 기자 ()
  • 승인 2012.05.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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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이종현

“2천일이 넘는 세월 동안 5t 분량의 석인재에 10만여 자를 새겨넣었다. 누군가는 고행(苦行)이라고 했지만, 오히려 이 작업이 나를 살렸다.”

국당(菊堂) 조성주 화백은 지난 5월24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높이 1.5m, 길이 70m 규모의 <법화경> 전문 전각 <불광(佛光)>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작품은 서(書)·화(畵)·인(印)·디자인·조각 등 동서양 미술을 접목해 법문을 조형미술로 형상화한 것이다. ‘불광-부처님의 광명’이라는 제목에 맞게 코발트빛 조명을 사용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퍼즐과 모자이크 방식 등 새로운 기법을 사용해 ‘하이퍼 전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조화백 개인적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7년 조화백은 빚 보증을 잘못 서 수억 원을 날리고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때 조화백에게 한 가닥 희망의 끈이 되었던 것이 바로 <법화경>이었다. 조화백은 “살아보겠다는 작은 일념 하나로 <법화경>을 읽었다. 읽을수록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러다 <법화경>을 전각으로 새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돌을 구입하는 데 4억여 원이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 경제적으로 궁핍한 내 사정을 알고, 어머니가 쌈짓돈 2백만원을 주신 것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작품을 두고 ‘21세기형 팔만대장경’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화백은 “(팔만대장경처럼) 나라가 평안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에 전념했다. 불교 문화 창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데는 불교 기획을 맡은 불교무용가 전수향씨의 공이 컸다. 조화백에게 <법화경>을 처음 건넨 이도 전씨이다. 전씨는 “불교예술의 현대화·대중화를 위해 이번 작품을 기획했다. 부처님의 말씀으로 최고의 예술품을 만들고 싶은 열망도 컸다. 6월4일까지 서울 전시회가 끝나면 국내 지방 도시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프랑스 등지에서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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