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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낚시꾼이 월척을 기다리듯 인생도 기다리는 자에게…”

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박범신

조철 기자 ㅣ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2.05.28(Mon) 2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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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이종현
어디로 여행을 가느냐를 고민하기보다 어떤 여행을 할 것인지 고뇌한 책이 눈길을 끈다. 같은 여행지라도 여행자의 접근 방식이 다르면 전혀 다른 여행지가 된다. 어떤 이는 ‘스토리’를 만들어 멋진 추억으로 간직하는 자신만의 ‘명승지’로 만들 것이고, 또 어떤 이는 가만히 머물러 있다가 오기만 해도 마음까지 최고의 휴식을 취한 ‘테라피 여행지’로 기록할 것이다.

<여행, 그들처럼 떠나라>(동양북스 펴냄)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작가들은 어떤 여행을 떠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첫 여행지인 청산도에 간 박범신 작가. 좋은 곳에 가면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영화 <은교>를 만든 정지우 감독과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씨와 함께 청산도로 떠났다. 그는 “바다의 빛나는 푸른빛은 청춘의 열정을 닮아 좋고, 산의 깊은 초록빛은 노인의 지혜를 닮아 반갑다”라며 그토록 보고 싶었던 섬에 닿은 소감을 전했다. 일행들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그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눈과 좋은 가슴을 가져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여행과 인생을 견주어 묻기도 했다.

박작가는 청산도 슬로길에서 “느리게 걸으면서 풍경을 사랑하다 보니,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했던 내 연애 시절이 생각난다”라며 젊은 날 아내와의 만남과 결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박작가는 고단한 습작 시기를 거쳐 등단한 뒤 3년 만에 인기 작가가 되었지만 갑자기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유명 작가로서의 기득권보다 새로 태어나기 위한, 내 안으로의 여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히 인기 있는 작가가 아니라, 더 좋은, 오래 남을 작가가 되고 싶었다”라고 회고했다.

영화 <은교>의 원작자로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박작가. 그는 진보라씨가 ‘청년 작가’로 불리는 데 대해 어떠냐고 질문하자 “감성이 예민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 나는 늙어도 그냥 현역 작가로 살고 싶다”라고 답했다. 경력이라는 권력과 나이라는 계급장을 벗어버리고 언제까지나 고뇌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누구나 공평하게 늙어간다. 다만, 그 늙어가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느 바다나 물은 짜고 파도는 넘실대지만, 풍경이 다르듯이. 나는 열심히, 그러나 편안하게 늙어가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작가는 낚시터에서 낚시를 즐기면서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산다는 것이 한결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문 것이 미끼인지 아닌지, 내가 꾸고 있는 것이 꿈인지 욕망인지 알아차리는 것은 쉽지 않다. 낚시꾼이 월척을 기다리듯 인생의 정답도 기다릴 줄 아는 이에게 찾아오기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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