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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돈키호테’의 위험한 줄타기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 과다한 주식 투자 등으로 위기 몰려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ㅣ 승인 2012.05.28(Mon) 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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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두 회장은 누구?
ⓒ 뉴스뱅크
·부산대 경영학과 졸업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현대증권
·동방페레그린증권 근무
·인핸스먼트M&A 창업
·리더스초이스
·바이콘 대표
·벽산 사외이사
 ‘쫄지 마.’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52)이 지난해 12월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다. 당시 그린손보는 지급 여력 비율이 14.3%까지 떨어졌다. 당장 파산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당국으로부터 적기 시정 조치를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린손보는 자본을 확충해 지급 여력 비율을 100%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면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주가 시세 조종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도 예고되고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5월 중순에 그린손보를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했다.

■ ‘M&A 귀재’, 보험업계 ‘큰손’으로 떠올라

이영두 회장이 보험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4년 초이다. 1947년 설립되었던 국제손해재보험(그린손보의 전신)은 경영난 속에 2002년 근화제약으로 넘어갔다. 이회장이 그린화재해상보험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로 부상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인수·합병(M&A)의 귀재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린화재는 2004년 초만 해도 장홍선 회장 등 근화제약 특수관계인들이 73.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회장은 장외 매수 및 유상 증자, 신주 인수를 통해 3.12%만 확보하고 있었다. 다만 리더스초이스, 바이콘, 인핸스먼트컨설팅 등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을 통해 25.0%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회장은 2004년 초 그린손보 경영이 어려워지자 장회장을 설득했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식 매수 선택권과 제4회 분리형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행사해 장회장의 지분율을 대폭 낮추고 자신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전체의 55.3%로 끌어올렸다.

이회장이 인수했을 당시 그린화재 경영은 엉망이었다.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보험 비즈니스에 문외한이었던 탓이다. 그린화재의 CEO는 2002년 2월 이후 2년간 세 차례나 바뀌었던 터다. 자본 잠식 역시 심각했다. 이회장은 그린화재 경영권을 획득한 뒤 기존 보험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앞세웠다. 자신이 주식 투자 전문가라는 점을 들어 보수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뒤집었다. 주식 운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내 별동대를 만들었다. 이회장은 원래 증권맨 출신이다.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증권에 입사해 1992년 동방페레그린증권을 거친 후 인핸스먼트M&A라는 부티크를 만들어 독립했다. 벽산의 사외이사를 맡은 적도 있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증권가에서는 M&A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재벌 2세 경영자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으면서 부를 축적했다. 2000년 7월 기업경영자문사인 인핸스먼트가 주축이 되어 설립된 리더스초이스에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인핸스먼트는 이회장이 최대 주주인 회사이다. 이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바이콘에도 이재현 회장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 이영두식 공격 경영…단기간 내 흑자로

   
서울 역삼동에 있는 그린손해보험 본사. ⓒ 시사저널 박은숙
그린화재의 실적은 금세 호전되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가 2004 회계 연도 상반기에만 1백10억원의 흑자를 냈다. 외환위기 이후 첫 반기 흑자였다. 비결은 상장사 지분을 집중 취득한 후 이를 영업이나 자산운용과 연계시키는 독특한 경영 전략에 있었다. 백기사 등 M&A 종목을 집중 매입한 것이 효과를 냈다. 이런 전략은 일반 손보사에는 ‘돈키호테’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회장이 운용하는 자산 중 최대 30%가량은 주식에 투자되었다. 업계 평균보다 네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 당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계 관계자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보험업계 관행과 맞지 않아 당국에서 시정을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 심지어 이회장에게 그린화재 경영권에서 손을 떼라는 경고까지 보냈는데 이회장이 버텼다”라고 전했다. 이회장은 보험업법상 유가 증권 투자 한도를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당국으로부터 이런 경고를 여러 차례 들어야 했다.

■ 무차별 지분 인수…직원 사기는 높아

그린화재는 2008년 5월 현재의 이름인 ‘그린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바꿨다. 손해보험이라는 이름을 쓰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린손보는 그해 5월 설립한 그린부산창업투자를 통해 남성 전용 미용실 ‘블루클럽’(2009년 4월), 미용학원 ‘MBC아카데미뷰티스쿨’(2010년 3월), 안경점 ‘일공공일안경·콘택트’(2010년 5월) 등을 잇달아 매입했다. 이회장은 “안정된 자산운용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투자처를 발굴해왔는데 프랜차이즈 투자도 그 일환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기업 인수를 통해 영업망 확대도 꾀했다. 예컨대 1천개가 넘는 계열사 가맹점들을 보험 상품 판매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린손보는 2011년 상조업에도 진출했다. 우리상조개발을 인수한 뒤 이름을 그린우리상조로 바꿨다. 일부 보험사들이 상조업체와 제휴해 보험금으로 현물을 구입하는 방식의 상조보험을 판매했는데, 그린손보는 직접 상조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 금융 위기 직격탄 맞아…돌파구는 어디?

그러나 공격적인 자산운용이 ‘독’이 되어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자 그린손보의 투자 내역이 문제가 되었다. 영업만으로도 적자였는데, 자산운용 수익률의 마이너스 폭은 더 컸다. 투자 수익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이회장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하자”라는 내용의 편지를 언론에 보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신호이다.

이회장은 요즘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총 자산 1조6천억원에 85만명의 가입자를 가졌지만 언제 영업이 정지될지 몰라서다. 부채는 이미 자산을 1천3백82억원이나 초과했다. 업계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설상가상 이회장은 임직원을 시켜 3천번 이상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에 교차 대출을 해준 혐의도 추가되었다.

이회장은 일본 최대 손보사 도쿄해상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미쓰비시측과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그로서는 마지막 희망이다. 하지만 결론은 두고 보아야 한다. 전에도 신안그룹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에 무산되었다. 우리금융지주에 보냈던 인수 제안도 거절당했다. 이회장 역시 “이 기회에 회사를 날로 먹을 수 없을까 하는 곳부터, 정상적인 수익이 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사 인수를 주저하는 곳이 많다”라고 토로했을 정도이다.

대한민국 1세대 M&A업계의 대표 주자로 꼽혀온 이회장이지만, 이번에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2004년 이후 회사를 살리고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금융 위기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정상적인 전략이 실패로 끝날 때 그것은 비극일지언정 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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