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지상 검증 시리즈-제1편┃'서민 대통령' 이미지 믿을 만한가
  • 감명국·안성모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5.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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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

지난 4월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대선 정국은 이미 막이 올랐다. 오는 12월19일 치러질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향한 ‘잠룡’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각 대권 주자들의 캠프가 속속 차려지고 있고,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다. 벌써부터 특정 대권 주자를 염두에 둔 ‘사전 단일화’ 논의도 나오고, ‘공동 정부’ 제안도 나온다. 오는 12월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격전이 예고된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은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시작으로 이번 호부터 여야 대권 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하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유력 대권 주자들의 향후 대권 가도에서, 그들이 극복하거나 해명해야 할 아킬레스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과 주변 가족 및 측근들의 면면, 주요 정책은 어떠한지를 집중 조명했다.

총선에서 과반이 넘는 1백52석 확보라는 의외의 성과를 거두며 잔치 분위기에 들떴던 새누리당 진영에서 지난 4월22일 뜻밖의 뉴스가 터져 나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 도전 선언을 공식화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 결과에 따라 사실상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으로 결정 났다는 것이 누구나의 분석이었던 탓에 김지사의 갑작스런 대권 도전 선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지사가 물꼬를 트자 여권에서 정몽준 전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이재오 전 장관,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잠룡’들의 대권 도전 선언이 이어졌다. 당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던 ‘비(非)박근혜계’ 진영에서도 “‘비박(非朴)’ 주자들이 단일화를 먼저 이룬다면 ‘박근혜 대세론’을 허물 수도 있다”라는 기대에 차 있다. 그리고 그 선봉에 김지사가 먼저 치고 나선 셈이다.

<시사저널>은 김문수 지사를 둘러싼 여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김지사측은 “20년 넘게 정치를 해오면서 ‘김문수’만큼 무결점의 정치인도 없다. 마음껏 뒤져봐라. 우리에게 아킬레스건은 없다. 검증을 하면 할수록 김지사는 박근혜 전 위원장 등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상대적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 검증①  경기 도정에 문제 없었나

지난해 12월30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남양주소방서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자신의 전화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문수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 당선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 6년째 도정을 이끌어오고 있다. 김지사가 대선 주자급 반열에 오른 것도, 국내 광역단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인구 1천2백만명의 살림을 책임지는 경기도지사라는 지위가 갖는 막중함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인제·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들도 대선에 출마했거나 현재 대권 주자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대권 주자로서의 김지사를 검증하는 데 도정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김지사의 몇몇 도정 사업에 대해 “대권을 염두에 둔 실적 쌓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비판하고 나선다. 서해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리나 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마리나는 요트나 유람선을 계류시키거나 보관하는 시설을 말한다. 경기도는 전곡항과 제부항에 마리나를 건설하는 데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전곡항의 경우 1차(1백13척), 2차(87척)에 걸쳐 국비를 포함해 4백5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2011년 말에 완공했다. 제부항 마리나 건설(3백척)은 현재 준비 중에 있다. 국비를 포함해 6백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김지사는 그동안 해양레저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미래 한국의 먹거리가 될 것이며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도 김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3면이 바다와 섬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일본, 중국, 러시아의 가운데서 해양레저 산업의 중심으로 발전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일자리가 많이 생기도록 뛰겠다”라며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마리나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시설을 이용하게 될 고객이 일부 특권층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요트는 최상류층이 이용하는 레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김주삼 경기도의회 의원(민주당)은 “마리나 시설이 공공 자금을 투여해야 할 만큼 꼭 필요한 사회 기반 시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해안 어선들은 물이 빠지면 출항을 못해 물때에 맞추어 운행을 하고 있다. 이런 어민들을 위한 시설은 방치하고 초호화 시설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려면 요트 산업과 관련한 배후 산업 시설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서 마리나를 건설하려면 준설 작업을 해야 한다. 남해안이나 동해안에 비해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셈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준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관리비도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효율적인 사업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김지사는) 성과를 강조하지만 실제 경기도가 거둔 성과는 거의 없다. 요트대회도 개최하지만, 이는 전시성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지지부진한 뉴타운 사업에 대해서도 경기도는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뿐만 아니라 서울 인근의 경기 지역 역시 당초의 뉴타운 계획이 백지화되는 곳이 늘고 있다. 부천 등 일부 지역의 경우 이번 4·11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7월 당초 12개시에 걸쳐 23개 지구에서 뉴타운 계획이 수립되었으나, 현재는 9개시 15개 지구로 축소 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지사 또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32~34쪽 딸린 기사 참조)에서 “뉴타운 사업의 일부 파행에 대해서는 지사로서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인정한다. 출구 전략을 마련해서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금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경기도가 자랑하는 현장 민원 행정 서비스인 ‘365 언제나 민원실’ ‘찾아가는 도민 안방’ ‘민원전철 365’ 등에 대해서도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주삼 의원은 “버스 몇 대를 가지고 민원을 듣겠다며 찾아가는 곳이 이미 행정 서비스가 넘치는 대도시의 전철역 부근이다. 실적의 70~80%가 도민들 혈압 체크를 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몇십억 원이 들어간 것이다. (김지사가) 대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 검증② 개인 신상에는 문제 없나

2011년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를 하루 앞둔 6월7일 전곡항에서 참가자들과 포즈를 취한 김문수 지사. ⓒ 뉴시스
김문수 지사가 올해 3월 신고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보다 4천여 만원 줄어든 4억4천4백43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들의 평균 재산 신고액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급 인사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다. 얼마 전 김지사가 도지사 관사에 들어가기 전 과거 거주했던 부천의 서민아파트가 언론에 공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듯이, 김지사의 삶은 상당히 소박한 편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지사의 신상을 검증하는 데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병역 기피 의혹이다. 1970년 서울대에 입학한 김지사는 학생운동에 가담한 이유로 이듬해 10월 제적을 당했다. 그는 다른 동기생들과 마찬가지로 강제징집의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대구 국군통합병원에서의 신체검사에서 그는 중이염으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았다. 고1 때 중이염을 앓아 수술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김지사의 병역 면제와 관련한 의혹은 지난 도지사 선거 때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에서 “중이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5~6개월 이후에 재검을 받아 재검 결과에 따라 최종적으로 면제 여부가 결정되는데, 김지사는 바로 단번에 면제가 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지사는 “나는 당시 학생운동권의 핵심으로 군은 어떻게 하든지 나를 강제징집시키려고 할 때였다. 그런 나에게 특혜를 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당시 의사가 내 귀 상태를 보더니 ‘그냥 집에 가라’라고 하니, 난 그렇게 할 밖에…”라고 밝혔다.   

지난해 정국을 뒤흔들었던 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관련해서 김지사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지사와 박씨가 자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중순) 박씨가 캐나다로 출국하기 전에 참석한 언론인 모임에도 김지사가 있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여권 인사도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박씨가 안상수·김무성 의원 등과 자주 만났는데, 김지사도 광화문에서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지사측은 “청와대 출입기자 등 언론인 초청 자리에 김지사가 몇 번 참석한 적은 있다. 그 자리에 박씨가 기자들과 함께 있었던 것이 와전된 것 같다. 김지사가 박씨와 둘이서 사적으로 만났다거나 친분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확인 결과, 실제 지난해 7월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청문회를 염두에 두고 채택한 증인과 심사가 보류된 증인 명단에 김지사의 이름은 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가 최근 선관위로부터 조사받은 이른바 ‘김문수 대권 홍보 문건’ 문제도 김지사 입장에서는 아킬레스건이다.

최근 선관위는 이 부분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경기도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문건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한 선관위는 이 문건이 공무원 등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86조를 위반했다고 잠정 판단해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의 불법 관권 선거 개입이 밝혀지면 김지사의 대권 행보에는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김지사측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니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다소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평소의 화법 탓에 김지사는 가끔씩 ‘설화’로 구설에 시달리기도 한다. 주변 참모진에서는 “우리 입장에서는 별것도 아닌 말꼬리 잡기로 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대권 주자로서 이런 설화에 오르내린다는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조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검증③ 주변 가족·친인척은?

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김지사는 그동안 부정·비리에 연루된 적이 거의 없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김지사가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 권력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김지사의 가족이나 친인척도 큰 구설에 휘말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지사의 주변 가족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김지사의 부인과 동생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돌고 있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지사 주변에서는 “대권 주자로서 감내해야 할 통과 의례라고 생각한다. 확인해보면 모두 별 내용도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김지사는 7남매 중 여섯째로 알려졌는데, 큰형과 큰누나가 작고했다. 남자 형제 중에서는 두 살 위의 작은형(김영수씨)과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김익수씨)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 김지사의 영향을 받아 과거 직장에서 노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에서도 특히 김익수씨가 형 김지사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돕는 등 지근거리에서 많이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김지사와 관련해서 한 트위터에 ‘최근에 동생 김익수가 대규모 식사 모임을 열었다고.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를 거듭 외쳤다나. 왜 이런 모임을 열었누?’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지사의 한 측근은 “동생 김씨가 사업을 하면서 이권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도는 것을 나도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김씨가 사업을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이득을 챙긴 것도 없었다. 아마도 형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서 과거 선거운동을 도운 적이 있었고, 지금은 딱히 직업이 없다 보니 그런 소문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지사 역시 인터뷰에서 “동생은 과거 장사를 좀 하다가 잘 안 되어 지금은 특별한 직업은 없다. 다행히 제수씨가 가사를 잘 돌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과거 노조 활동 동지이기도 한 김지사의 부인 설난영씨에 대해서는 지난 2010년부터 경기도와 이화여대가 함께 개설한 여성 리더십 과정에 설씨가 등록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경기도 내 여성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이 프로그램은 도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씨가 지역 사회에서 갖는 위치를 감안할 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김지사는 “아내는 원래 그런 것을 안 좋아하는 성격인데, 그곳에서 참가해달라고 간청해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설씨가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와인광’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다른 선물은 안 받아도 와인 선물은 받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실제 설씨에게 와인을 선물한 적이 있다는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설여사가 와인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좋다고 말하는 것이 다 중저가 브랜드이다. 비싼 와인을 좋아할 만큼 사치스럽지 않고, 그런 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실수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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