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겉도는 아이들 ‘부적응’ 털어낸다
  • 이하늬 인턴기자 ()
  • 승인 2012.06.02 23: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탁형 대안학교, 자퇴·중퇴 막는 ‘착한 학교’로 자리매김

서울 꿈타래학교 복도에 붙은 자기 주도 학습 성과물들. ⓒ 시사저널 이종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이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지 않아도 된다. 학교를 중퇴한 청소년은 재입학(편입학)을 통해 학적을 회복한 후 이곳에 맡겨진다.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교육청이 인가한 대안학교에서 과정을 이수하면 원적 학교의 졸업장도 받을 수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 대다수가 오전에는 보통 교과, 오후에는 다른 활동을 한다. 국민 공통 기본 교과의 3분의 1만 이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울 꿈타래학교는 오후에는 텃밭 가꾸기, 제과 제빵, 자기 주도 학습 등을 한다. 아이들의 자존감과 성취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학교 복도에는 학생들이 만든 조각품, 그림, 인형이 즐비하다. 

위탁 기간은 보통 1년이다. 위탁 기관장과 소속 학교장이 합의하면 연장도 가능하다. 1년 과정을 마치고 본교로 돌아가는 아이도 있지만 졸업 때까지 위탁형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도 있다.

‘부적응’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스펙트럼은 크다. 구만호 서울 꿈타래학교 교사는 “크게 분류하면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 학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 그리고 강제로 오는 아이들이 있다”라고 말한다. 강제로 오는 경우는 학교 출석 일수 부족 혹은 흡연·폭력 등으로 퇴학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퇴냐, 위탁형 대안학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곽윤호군(남·19)은 위탁형 대안학교인 링컨학교 학생이다. 이곳에 간 것은 1년 전이다. 곽군은 이른바 ‘노는 아이’였다. 지겨울 정도로 놀았다. 놀고 나면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학교에는 가기 싫었다. 학교에서는 매일 “대학에 안 가면 인생 망한다”라는 말뿐이었다. 답답했다. 학교를 가도 중간에 나오는 날이 많았다. 

대안학교를 권한 것은 부모님이었다. 이전 학교 담임선생님도 추천했다. 그렇게 링컨학교로 오게 되었다. “처음 와서 담배 때문에 선생님이랑 중랑천을 걸었어요. 그때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지식만 주는데 링컨에서는 마인드 교육을 하고, 문제가 있는 학생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인원 수도 적어서 가족 같고….” 곽군은 링컨학교에 다니는 것을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다. “얼마 전에 이전 학교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요. 선생님이 깜짝 놀라면서 제가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는 거예요. 저 같은 후배가 있다면 진짜 추천해주고 싶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그는 졸업 때까지 링컨학교를 다닐 예정이다.

구만호 서울 꿈타래학교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서는 1년만 하라고 하는데, 대안 교육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1년 만에 변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전 학교에서 낙인을 찍지 않으면 돌아가도 괜찮다. 그런데 학교에서 ‘야 임마, 너 대안학교인데 여기 왜 와, 거기 가지’, 이런 말에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학업 중단한 학생 수에 비해서는 태부족

체험 활동 등을 담은 사진들. ⓒ 시사저널 이종현
졸업생들도 자주 학교를 찾는다. 꿈타래학교를 다닌 최선주씨(가명·20)도 지난 스승의 날에 학교를 방문했다. 2010년, 선주씨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고, 의사 표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남양주 한 대학의 유아교육과에 다닌다.

문제는 이같은 위탁형 대안학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학업을 도중에 중단한 고등학생은 3만4천5백23명에 달했다. 반면 위탁형 대안학교는 전국 13개 시·도에 40여곳이 전부이다. 각 학교당 학생은 30명 남짓이다. 그렇다 보니 대안학교에도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한상희군(19)도 그런 경우이다.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지금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한군의 고등학교 출결 사항을 보면 무단 지각과 무단 결석이 많다. 고1 때 무단 지각이 54번, 무단 결석이 11번이다. 2학년 때는 더 심각하다. 무단 지각이 60번, 무단 결석이 40번을 넘는다. ‘왜 이렇게 학교를 안 갔느냐’라고 물었더니 “안 놀았어요. 잤어요. 아침마다 엄마가 깨우기는 했는데, 자는 중이라 안 들리고 너무 어지러우니까 더 자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중학교 때까지 부모님은 많이 싸우셨다. 아빠는 엄마를 때렸다.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면 엄마가 맞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의 폭력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대들면 손이 날아왔다. 그럴 때마다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졌어요. 안 좋은 일도 다 까먹어요. 슬픈 일이 있으면 울다가 자고.” 

한군은 요즘 하루하루가 막막하다. 내년이면 친구들은 대학에 간다. 그도 대학에 가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교과부 ‘초·중·고교 학업 중단자 현황’에 따르면 이같은 고교생은 점점 늘고 있다. 2011년까지 학업 중단 고교생은 3만2천9백43명(2009년)→3만4천4백50명(2010년)→3만4천5백23명(2011년)으로 늘어났다. 특히 학업 중단 원인이 ‘학교 부적응’인 경우가 44.2%(1만5천2백67명)로 절반에 이른다. 더 많은 위탁형 대안학교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5월8일 ‘학교 밖 청소년 종합 지원 대책’을 수립해 조례 제정 등 법적·제도적 지원 근거를 갖춰 시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는 2014년까지 위탁형 대안학교를 40곳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6백70여 명(17개교)에 불과하던 서울의 대안학교 재학생이 3년 뒤에는 1천5백여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배움과 건전한 성장을 통해 훌륭한 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한상희군도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저는요, 진짜 행복해지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 기자와 헤어지기 직전, 그가 조용히 말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2009년 구만호 교사가 가르친 학생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당시 시각장애 1급인 구교사가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조적(벽돌쌓기)을 지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월29일 꿈타래학교 교무실에서 구만호 교사를 만났다.

‘위탁형 대안학교’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기 전 단계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런 학교가 많을수록 학교 밖 청소년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재작년에 아주 우울한 아이가 학교에 들어왔다. 소통을 안 했다. 매일 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지내던 아이였다. 내가 그 아이에게 2학년 2학기 때 건축도장기능장을 따자고 권했다. 너는 이것을 따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여름 방학에 땄다. 정말 그 다음부터 그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되고 친구 맺는 법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나?

1년에 한두 번 폭력 문제가 있다. 이럴 때는 서로 화해하도록 한다. 내가 있었던 3년 동안 화해하지 못할 정도의 큰 폭력 사건은 없었다. GYR이라는 상벌 제도가 있다. 성취율이 70% 이상이면 그린(G)이다. 50~70% 미만인 아이들은 옐로우(Y)이다. 옐로우면 다시 기회를 준다. 레드(R)면 전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규정을 엄하게 해서 잘못을 느끼게 하고, 상점도 후하게 줘서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대안학교 교사로서 힘든 점은?

아이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는 부분이다. 안 된다고 말할 때가 힘들다. 또, 교장·교감 선생님들께 우리의 의사를 모아서 하나로 가져가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는 대안학교를 기피 시설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놈들은 문제가 있는 놈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 말고, 저 아이들은 조금 다른 아이들이라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시선이 나쁘니까 아이들도 힘들어한다. 이 아이들이 주류 사회에 편입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1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에 도전하세요. 등록금을 드립니다!

 

[시사저널 인기 뉴스]

▶ 손학규 전 대표 인터뷰 "문재인의 공동 정부론은 국민 우습게 보는 것"

▶ 외제차 리스업체 주소지가 군청?

▶ 국회 내 ‘기념 식수 1호’는 가짜였다

▶ 변모하는 ‘안철수 인맥’ 대선 캠프로 진화 중?

▶ 커가는 대안학교, 숨막힌 공교육 숨통 틔워줄까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