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쓸 만한 보좌관 어디 없소?”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06.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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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초선 의원 대거 늘면서 ‘보좌진 구하기’ 전쟁…인사 청탁·낙하산 임용 등 잡음도 무성

지난 5월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신관이 아직 정리가 덜 된 상태에서 비교적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4년마다 새로운 국회 출범을 맞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는 ‘국회의원 보좌진의 대이동’이라는 한바탕 ‘전쟁’이 치러진다. 총선 불출마나 선거 패배로 인해 국회를 떠나야 하거나, 새롭게 국회로 진출하는 국회의원의 운명을 따라 2천100여 명에 이르는 보좌진의 운명도 제각각 갈리면서 치르게 되는 홍역인 셈이다. 자의든, 타의든 국회를 떠나야 하는 국회의원 보좌진은 새로운 의원실을 찾아 둥지를 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면 첫 원내 진출을 하는 국회의원은 자신의 의정 활동을 빛나게 해줄 유능한 인재를 찾아 헤맨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도 들리게 마련이다. ‘인사 청탁’과 ‘낙하산 임용’ 등이 대표적이다.

19대 국회 개원을 한 달 정도 앞둔 지난 5월 초부터 새누리당 친박계 당선인 사무실 주변에서는 “보좌관 티오(정원) 가운데 한 자리씩을 비워두라고 한다”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 캠프에 파견 형식으로 친박계 초선 의원실의 보좌관 몇 명을 보내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이를 두고 처음 원내에 진입하는 일부 친박계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보좌관 청탁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오는데 티오 중에 한 자리까지 비워두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었다.

“친박계 초선 의원실에 티오 요구” 소문도

5월31일 국회 의원회관 내 한 의원 사무실이 텅 빈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 시사저널 유장훈
이에 대해 현재 박 전 위원장 쪽의 조직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 인사는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너무 가열되었던 탓에 그 후유증이 컸다. 따라서 올해 경선만큼은 최대한 조용하게 치르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그 차원에서 대선 캠프 사무실도 최소한의 인원과 경비로만 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친박계 초선 의원실의 보좌관 티오 중에 몇 명 정도를 경선 기간 동안만 캠프에 파견하는 식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친박계 초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지난 5월 초부터 그런 얘기가 나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잦아들었고, 실제 우리 의원실의 경우 그런 요청을 정식으로 받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보좌관 중 일부가 국회의원을 따라 자연스럽게 대선 캠프로 들어가는 것이 관행인데, 그런 이야기들이 와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벌어진 보좌진의 이동을 둘러싼 뒷말은 무성하다. 19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 교체 비율(62%)이 높아 국회의원 보좌진 임용 경쟁도 치열해진 탓이다. 국회 운영지원과에 따르면, 3백명의 국회의원 중 지난 18대에 이어 계속 연임하는 의원은 1백16명이고 나머지 1백84명은 배지를 처음 단 초선 의원(1백48명)이거나 18대 이전 전직 국회의원이었다가 이번에 다시 복귀하는 경우이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두 명과 5급 비서관 두 명, 6·7·9급 비서 각 한 명씩, 국회의원 1인당 총 일곱 명을 의원 보좌 직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 18대에서 19대 국회로 넘어오면서 1천2백88명의 보좌진이 교체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체 보좌진 규모를 2천100명 정도로 산정하면 약 10명 중 6명꼴(61.3%)로 새 둥지를 찾아야 할 운명에 처한 셈이다.

거기다 과거에는 정당 간에 보좌진 이동도 비교적 원활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정당 간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같은 정당 내에서도 계파 간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력 보좌진이 의원실을 옮겨 새 둥지를 틀기 힘들게 된 것도 보좌진 임용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 데 한몫하고 있다. 새누리당보좌진협의회 박홍규 회장(유승민 의원 보좌관)은 “과거에는 여야를 떠나 능력이 있는 보좌관은 갈 수 있는 의원실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좌진끼리 몸싸움이 잦아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대당의 보좌진을 꺼리는 풍토가 강해지면서 보좌진이 갈 수 있는 자리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보좌진 자리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보좌진 임용을 둘러싼 뒷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충청 지역 한 초선 의원실은 당선 이후 한 달 사이에 보좌진 임용과 관련한 청탁을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이 의원실의 보좌관은 “당선 이후 보좌관 임용과 관련한 청탁을 부지기수로 받았고 청탁인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의원은 20~30명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고, 보좌관인 나도 10여 명 정도에게서 ‘좋은 사람이 있다’라며 인사 청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친인척을 낙하산으로 꽂거나 논공행상식으로 보좌관을 임명하는 구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보좌진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초선 의원실로 자리를 옮기려고 했던 전직 보좌진은 얼마 전 뜻을 접었다. 그는 “해당 의원의 부인이 직접 나서서 친인척이나 지인을 중심으로 보좌진을 구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에 아예 이력서를 넣는 것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공모제 실시하는 의원실은 아직 많지 않아

국회의원 보좌진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나오면서 일부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보좌진 공모제를 실시하는 사례도 있다. 대전 서구 을에서 당선한 초선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좌진 임용 방식으로 ‘공모제’를 선택했다. 박의원실의 박호영 보좌관은 “보좌진 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기 위해 공모제를 통해 5급 비서관과 9급 비서를 한 명씩 선발했다. 지금은 법조계 경력이 있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나 로스쿨 출신을 뽑기 위해 4급 보좌관과 5급 비서관 공모를 추가로 진행 중인데 60여 명이 이력서를 낼 정도로 인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좌진 임용을 위해 공모제를 실시하는 사례는 여전히 드물다. 기자가 국회 인터넷 홈페이지(www.assembly.go.kr)의 ‘알림광장’(의원실 채용) 게시판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지난 4월11일 총선 이후 5월30일까지 신입 보좌진을 공개 모집한다는 공고를 낸 사례는 25건에 불과했다. 19대 초선 의원 1백48명의 16.9%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그나마 보좌진을 공모를 통해 뽑는다고 하더라도 공모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일부 보좌진 모집 공고에서는 비서관의 모집 연령을 ‘30~35세’로 제한하거나 평가 방식이 모호해 특정인을 내정해두고 형식적인 공모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대목도 적지 않다. 지난 17대 때부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한 보좌관은 “일부 의원실에서는 특정인을 내정해두고 형식적으로 공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의원은 개원 초기 언론과 외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유령 보좌진’을 등록해두고 이후 보좌진을 교체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도 많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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