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하는 ‘안철수 인맥’ 대선 캠프로 진화 중?
  • 부산·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6.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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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그룹에서 실무형 정치권 인사들 중심으로 확장 / 안원장, 최근 활발하게 정치권 접촉 범위 넓혀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5월30일 부산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강연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유장훈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 5월30일, 약 2개월 만에 부산대에서 ‘강연 정치’를 재개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에도 끝내 대권 도전 선언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안원장은 “사회적인 열망이 저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안원장의 대권 도전을 의심하지 않는 눈치이다. 표면적으로는 “대선 출마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보면 이미 ‘선택’의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불과 6개월여 앞둔 지금 안원장측이 이미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원장은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 각계 인사들과 꾸준히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을 폭넓게 만나는 안원장을 두고 ‘대권 수업 중’이라는 말이 돌았었다. 지난 4월 강연에서 안원장 스스로가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 경험을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안원장은 각종 분야를 넘나들며 여러 인사와 교류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4월 중순, 일부 언론을 통해 안원장이 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4·11 총선 전 한 야권 중진 인사를 만나 “새로운 정치 실험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며 이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당의 핵심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를 안원장이 최근 직접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 인사는 안원장의 “도와달라”라는 부탁을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원장이 느슨한 정치 결사체인 ‘포럼’을 만들기 위해 주요 인사들을 영입하기에 나섰으며, 이것은 곧 대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구체적인 관측도 나왔다. 당시 안원장측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부인하기는 했으나, 보도자료를 내거나 입장을 표명하는 등의 공식적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안원장의 핵심 측근들은 각 분야의 인사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9월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기 시작할 때만 해도 안원장 주변 인맥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조순 전 부총리 등 느슨한 형태의 자문 그룹 성격이었다. 안원장의 변함없는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 강인철 법무법인 에이원 변호사 등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파악된 그의 정치적 인맥으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 세력,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측 인사, 안원장이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안철수재단’ 소속 인사 등이 꼽힌다.

서울시청 주무관이 부산 강연장 찾은 까닭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안원장과 후보 단일화 합의를 이루었던 박원순 시장은 안원장의 ‘정치적 동지’로 통한다. 박시장 스스로도 “안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전력을 다해 돕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안원장은 박원순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시민사회단체 출신 송호창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부산대 강연 자리에는 서울시청 대변인실 소속의 한 주무관이 참석한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진에 포착되었다. 안원장과 박시장 사이에 두터운 유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취재진과 마주친 이 인사는 “지나가다 들렀을 뿐이다”라고 말했으나, 박시장측 인사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부산에서 열린 안원장의 강연을 찾은 실제 이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안원장은 고 김근태 고문 주변의 인사들과도 교분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원장은 지난해 12월30일 김고문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한편, 4·11 총선 때에는 김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여사를 공개 지지했다. 과거 김고문이 의장으로 있었던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여성국장 출신인 박선숙 전 민주통합당 의원도 안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오는 6월 초 창립총회를 앞둔 안철수재단의 이사진도 안원장의 주요 인맥으로 거론된다. 특히 여성운동계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박영숙 이사장은 과거 평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경력이 말해주듯, 전통적인 민주당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최근에 그는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당선인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최근 안원장이 정치권 인사인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을 대변인으로 전격 선임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 전 관장은 김근태 전 고문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몸담았다. 문재인 의원 등 친노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안원장의 인맥이 범야권으로 더욱 확장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 전 관장은 박원순 시장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시장 캠프의 메시지팀장으로 활동했다.

이런 유 전 관장의 남다른 이력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캠프를 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의 주변 인물들의 성격 역시 자문 그룹에서 실무 그룹의 면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임기가 끝나는 것과 함께 안원장의 대선 행보 또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사저널 유장훈
안철수 원장이 확실히 달라졌다. 그의 ‘강연 정치’만 보아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안원장은 특유의 부드러운 화법을 여전히 구사했다. 그러나 내용은 매우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에 규제를 철폐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면 감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당시 규제를 철폐하면서 감시는 강화되지 않았다”라며  집권 초기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던 현 정부의 ‘MB노믹스’를 비판하고 나섰다.

서로 대립하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서는 싸잡아 직격탄을 날렸다. 안원장은 “여야 간에 상대의 유력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서는 10년째 ‘어떤 분의 자녀’라고 공격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5년, 10년을 싸잡아 ‘좌파 세력’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일종의 강한 표현으로,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서도 민주적 절차, 인권 등의 가치를 언급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한편 안원장은 이날 강연에서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자신에게 제안한 ‘공동 정부론’에 대한 입장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앞으로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그분의 좋은 정치 철학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라고 답변을 유보했다. 이날 질의 응답은 사전에 받아둔 질문들 중 안원장이 답변 대상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왜 안원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것이면서 굳이 이 질문지를 선택한 것일까. 이것은 문고문의 제안에 유보적이나마 입장을 밝힘으로써, 향후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과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안원장의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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