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내분 일으킨 '스포츠토토 커넥션'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2.06.12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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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계 담당자, 횡령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증언 / 담철곤 회장 등 최고 경영진 3자 간 책임 공방도 ‘점입가경’

(왼쪽부터)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 연합뉴스),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 연합뉴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이 오리온그룹을 향해 다시 칼을 빼들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담철곤 회장 등이 3백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홍역을 치렀다. 이번에는 스포츠토토 사업을 둘러싼 횡령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4월19일 스포츠토토 본사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펼쳐진 검찰의 수사망은 점점 오리온그룹의 최고 경영진들을 향해 좁혀들고 있다. 그러자 이들 사이에 서로 책임 공방이 오가며 폭로전이 불거지는 등 내분 사태로까지 치닫고 있다.

스포츠토토 투표권 발행 사업의 주무 관청은 문화체육관광부 및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지난 2001년 사업이 처음 시작된 이래 오리온그룹의 자회사인 ‘스포츠토토’가 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올해 9월 계약 만료를 앞둔 스포츠토토는 지난해 말 재계약에 성공했다. 스포츠토토 투표권 발행 사업은 지난해 2천5백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만 3백70억원에 달하는 ‘알짜 사업’이다. 재계약 과정에서 경쟁 입찰 과정이 없었던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스포츠토토 주변의 ‘검은 커넥션’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시사저널>은 스포츠토토와 주무 관청 사이에 재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한 대가성 ‘인사 청탁’이 있었다는 그룹 내부 고위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그에 따르면, 스포츠토토는 주무 관청 관련 인사들을 자사 계열사인 ‘크레스포’ 및 ‘스포츠토토온라인’ 등에 고문으로 채용시켜주고 수천만 원대 고액 연봉을 주었다고 한다. 관련 인사로는 전직 문화부 및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간부 등의 이름을 직접 거명했다. 검찰도 이미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포츠토토측이 해당 주무 관청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사저널>은 지난 2004년부터 2009년 초까지 스포츠토토의 회계를 담당했던 김 아무개 부장으로부터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를 스포츠토토 고위 간부들이 비밀리에 사용했다”라는 증언을 들었다. 김부장은 현재 스포츠토토측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다.

검찰, 수십억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해

구속영장 실질 심사 직전인 지난 5월30일에 만난 김부장은 “(비자금으로 조성된 돈 가운데 일부인) 50억원 가운데 13억~14억원  정도를 회사에서 ‘관리 비용’으로 썼다. 이른바 ‘기밀비’, 즉 현금으로 가져가서 회계 처리를 하지 않는 비용이다. 회사 간부들은 (사업) 초기부터 이런 현금을 많이 써왔다”라고 밝혔다.

사용처에 대해서는 “해당 부서장이 아니라서 정확히 모르지만, 평소에도 (주무 부처를 상대로) 접대 같은 것을 많이 했다. 특히 지난해는 재계약이 있던 시점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공단이든 문화부든 ‘관리’를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이사나 임원 및 간부 등이 이런 ‘관리 비용’들을 회사에서 가져갈 때마다 기록해둔 내부 증빙 자료들을 모아 검찰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은 일개 직원에 불과할 뿐이며, 실제로 누가 비자금을 조성했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윗선’을 좀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5~6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임금을 과다 계상해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 특정 업체에 비싼 값에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 등으로 수십억 원의 비자금을 만든 정황을 포착한 상태이다. 검찰은 비자금을 조성한 배후로 조경민 전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담철곤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될 당시 함께 기소되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올해 초 풀려났다. 검찰은 수십억 원의 비자금 중 일부가 스포츠토토와 관련한 정·관계 로비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스포츠토토와 정·관계의 ‘커넥션’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지난해에는 문화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고위직을 차례로 지낸 인사가 스포츠토토 산하 단체의 간부로 부임하면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는 스포츠토토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른바 ‘권력 실세’로 꼽히는 인물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사장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되자 그룹 일각에서는 동정론이 일기도 했다. 그룹 내부의 한 관계자는 “조 전 사장은 ‘오리온의 이학수’라는 닉네임이 붙을 정도로 오랫동안 담회장을 보좌해온, 애사심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조 전 사장이 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회사가 저지른 죄를 대표해 벌을 받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담회장과 조 전 사장의 갈등설이 계속 나돌았던 그룹 내부에서, 최근에는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이사까지 가세한 3인 간의 책임 공방전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5월31일 담회장측은 박대표를 전격 해임하겠다고 통보했다. <시사저널>은 이와 관련한 A4 용지 3페이지 분량의 오리온그룹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 이에 대해 박대표측은 “일개 수탁 사업체 대표가 관리·감독 부처인 문화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사업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음해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 조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되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현재 검찰은 정·관계를 막론한 모든 로비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도 오리온그룹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되는 이유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내에서 불거진 내분이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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