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행 문 열린 프로야구 두 에이스의 선택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2.06.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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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윤석민, 1년 간격 두고 FA 자격 취득…일본보다 미국행 택할 듯

FA 자격 취득을 눈앞에 둔 류현진·윤석민 선수(왼쪽부터).
프로야구가 때아닌 메이저리그 진출 논란에 휩싸였다. 주인공은 류현진(한화)과 윤석민(KIA)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나면 국외 진출 FA(자유 계약 선수) 자격을 획득한다. 구단이 동의하면 언제든 국외 진출을 할 수 있다. 윤석민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9시즌을 뛰어 완전한 FA 자격을 취득한다. 국내외 어느 구단과도 자유로운 계약이 가능하다. 야구계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투수가 FA 자격을 손에 쥐면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과연 두 선수는 일본인 메이저리거처럼 천문학적인 거액을 손에 쥐고 미국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일부 야구 전문가는 “두 선수의 국외 진출 롤 모델은 다르빗슈 유가 아니라 임창용이 되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우완 에이스이다. 두 선수 공히 투수 3관왕을 차지하며 정규 시즌 MVP에 오른 바 있다. 두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제2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호투하며 세계 야구계에도 잘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스카우터는 두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다. 왜냐? 당장 자국 리그에서 통할 투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두 선수도 국외 진출을 원한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마치면 구단의 동의하에 국외에 진출하는 ‘7년차 국외 진출 FA’ 자격을 얻는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구단에 입단하거나 임대 형식으로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 평소 류현진은 미국행을 원했다. 그래서 에이전트도 메이저리그 슈퍼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이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에 진출한다면 몸값은 대략 4년에 2천만 달러가 예상된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터는 “빅리그 구단의 경쟁이 치열하다면 4년에 3천만 달러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류현진을 탐내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2~3곳 정도 된다”라고 귀띔했다.

일본 선수는 대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무대를 밟는다. 세이부 라이온스의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미국에 진출할 때 보스턴 레드삭스는 공개 입찰액으로 5천1백11만 달러를 썼다. 이 돈은 세이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보스턴은 마쓰자카에게는 별도로 6년간 5천2백만 달러의 몸값을 건넸다. 지난겨울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니혼햄 파이터스의 투수 다르빗슈 유 역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니혼햄이 5천1백70만 달러를 받았고, 선수 자신은 6년간 6천만 달러를 챙겼다.

마쓰자카, 다르빗슈와 따진다면 류현진의 예상 몸값은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하고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좌완 에이스 와다 쓰요시의 2년간 8백15만 달러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높다.

에이전트 보라스측, “헐값에 진출하는 일 없을 것” 장담

문제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공개 입찰액과 선수 몸값을 이중으로 지불하면서까지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윤석민은 훨씬 자유롭다. 윤석민은 2013시즌이 끝나면 프로 경력 9년을 채워 완전 FA가 된다. 메이저리그 진출 시 포스팅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빅리그 구단과 자유로운 계약이 가능하다. 빅리그 구단으로서는 거액의 공개 입찰액을 KIA에 지급하지 않아도 되니 류현진보다 매력적일 수 있다.

윤석민 역시 메이저리그행을 원한다. 류현진처럼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보라스측은 “윤석민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꽤 있다. 헐값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한다. 보라스측은 2009년 볼티모어에 입단한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 우에하라 고지처럼 최소 2년간 1천만 달러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라스의 생각대로 된다면 류현진과 윤석민은 거액을 손에 쥔 채 화려하게 빅리그 무대에 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이와쿠마는 2008년 21승 4패 평균 자책점 1.84를 기록하며 사와무라 상을 받았다.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로 뛰며 ‘다르빗슈보다 낫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겨울 이와쿠마는 헐값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당시 이와쿠마가 손에 쥔 돈은 고작 1년에 1백59만 달러였다. 일본에서 받던 연봉 3억 엔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 사이에서 한국보다 일본이 상위 리그로 인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류현진·윤석민의 몸값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야구계는 두 선수의 국외 진출 롤 모델은 다르빗슈가 아니라 임창용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현진·윤석민에 대한 임창용의 조언

임창용은 200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할 때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30만 달러는 일본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최저 연봉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성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장담했고, 실제로 해마다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2010시즌이 끝나고서 임창용은 야쿠르트와 3년에 15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조건으로 재계약했다. 올 시즌 임창용의 연봉은 3억6천만 엔이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를 통틀어 연봉 순위 6위이자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최고 몸값이다.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하는 임창용은 국외 진출에 성공한 선배 입장에서 류현진, 윤석민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만약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낮은 연봉을 받고 1년 계약을 해도 좋다고 본다. 아직 20대 후반이므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1년 동안 열심히 뛰어 성적을 내고서 다시 재계약해도 된다. 그때는 몇 배나 높은 계약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되게 뛸 수 있다.”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진출 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본에서처럼 실력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고자 한다. 과연 류현진, 윤석민이 다르빗슈의 뒤를 따를지, 아니면 임창용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임창용 선수(왼쪽부터).
일본 프로야구가 위기를 맞았다. 일본 야구 관계자는 올 시즌을 “전후 최대 위기이다. 이러다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 12개 구단은 관중 감소와 TV 중계 격감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대호가 활약 중인 오릭스 버펄로스 관계자는 “2010년과 비교해 지난해 전체 관중이 2.6%가량 감소했다. 올 시즌은 10% 이상 관중이 줄어든 상태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오릭스의 평균 홈 관중은 1만9천4백58명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요미우리, 한신 등 명문팀과의 교류전을 제외하고는 홈 관중이 1만4천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관중의 씀씀이도 줄어들었다. 예년 같으면 내야 지정석에서 관전했을 테지만, 요즘은 외야와 내야 자유석이 잘 팔린다. 상대적으로 값싼 자유석을 선호하는 것이다. 관중의 구장 매점 이용률도 떨어져 교세라돔의 몇몇 매점은 매출 감소를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이다.

지상파의 TV 중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최고의 인기 구단 요미우리는 자매사인 니혼TV를 통해 홈경기를 생중계해왔다. 그러나 2006년 이후 시청률이 감소하며 올 시즌에는 단 6경기만 중계한다. 다른 구단은 지상파 TV 중계는 꿈도 꿀 수 없다. 문제는 프로야구 중계권료도 5년 사이 반 토막이 났다는 점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위기는 우리에게는 교훈이다. 일본은 프로야구 인기가 영원할 것으로 오인했다. 그래서 팬 친화적인 마케팅에 소홀했다. 요미우리는 ‘오는 손님 안 막고, 가는 손님 잡지 않는다’는 오만한 마케팅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요즘은 팬 마케팅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구단의 이기심도 한몫했다. 각종 현안마다 구단들은 야구계보다 자기 구단의 이익을 앞세웠다. 대표적인 예가 저반발력 공인구이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는 저반발력 공인구를 채택했다. 투수력이 좋은 팀들이 선호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홈런과 안타가 터지지 않으며 야구팬은 ‘재미없는 야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한국 야구계는 10구단 창단 승인을 놓고 통일된 목소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몇몇 구단의 이기심 때문이다. 그나마 일본은 4천개 이상의 고교야구팀과 올드 야구팬이 많아 야구 위기가 리그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한국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암흑기를 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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