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환자는 여름이 더 무섭다
  • 석유선│헬스팀장 ()
  • 승인 2012.06.1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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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바람·장마철 습기가 통증 키워…기온 급강하할 때는 혈관·근육 굳으며 관절 조직 위축시켜

정형외과 전문의가 한 환자의 관절염 상태를 진단하고 있다. ⓒ 노정형외과의원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낮 시간은 좀체 견딜 수 없는 여름이 찾아왔다. 푹푹 찌는 고온과 불쾌지수를 유발하는 습도는 일반인들에게도 더없는 고통이지만, 관절염(퇴행성) 환자들에게는 특히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일반인들이야 에어컨을 틀고 더위를 식힐 수 있지만, 관절염 환자들은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와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조차 힘들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혈관과 근육이 굳고 관절 조직이 위축되어 통증을 키우게 된다. 장마 역시 관절염 환자들을 괴롭힌다. 습도가 높아지면 관절 내 압력이 높아지고 신경을 자극해 통증이 증가한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비가 오면 ‘무릎이 쑤신다’고 하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밤잠을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 현상도 관절염 통증 완화를 돕는 엔도르핀 호르몬의 취침 중 분비를 막아 관절염 환자를 괴롭힌다.

이처럼 여름철에 유독 심해지는 퇴행성 관절염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관절염은 우리 몸의 작은 뼈들을 단단하게 연결하는 동시에 각 뼈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물렁물렁한 ‘연골’과, 이 연골 주변으로 윤활액이 돌면서 연골에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관절’이라는 구조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건강한 관절은 연골 표면이 매끄럽고 연골 두께가 무릎관절의 경우 3~4cm 수준을 유지하지만,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연골이 닳고 연골 표면도 울퉁불퉁해진다. 일반적으로 40대가 넘어가면서 과격한 운동에 의한 손상과 체중 증가 등으로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받으면서 연골이 조금씩 손상된다. 특이한 점은 연골 자체에는 신경세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닳고 헤지더라도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뼈와 뼈 사이의 완충 기능이 없어져 서로 부딪히다 보면 뼈끝이 뾰족하고 날카롭게 변해 움직일 때마다 주변의 인대나 근육을 찌르면서 염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관절염’이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심하면 관절 모양도 변해 O자형 다리나, 손가락 끝이 구부러지는 증상이 생긴다.

계명대 동산병원 정형외과 배기철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 중 가장 흔한 경우가 무릎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에 의해 발생하므로 이를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없다. 다만, 수술적 교정 치료와 재활 치료를 통해 관절 손상의 진행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여 환자가 일상생활에 큰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관절염 환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연령대도 낮아지면서 치료법에 대한 의료계의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전체 인구의 약 10~15% 수준으로 병명은 같아도 관절의 손상도에 따라 수술법이 각각 다르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와 운동 요법, 중기에는 관절 내시경술,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이 적용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증가하는 환자만큼이나 새 치료 기술이 등장해 최근 내비게이션, 최소 절개술 등 후유증이 더 적고 효과가 좋은 방법으로 시술되고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계단을 내려올 때 순간적인 통증을 느끼거나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힘든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연골 손상이 X-레이상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경우, 약물 요법과 운동 요법으로 병행 치료하게 된다. 약물 요법은 부신피질호르몬제나 연골보호제, 관절 내 윤활제 투여 등 소염·진통제 치료를 통해 통증을 경감시킨다.

관절 내시경·인공관절 등 치료법 다양

걸을 때 무릎에서 소리가 나면서 아프며, 통증으로 편히 누워 있기도 힘들 만큼 이미 연골이 닳아 너덜너덜해지고 뼈끝이 뾰족하게 자란 중기 관절염 환자에게는 ‘관절 내시경 수술’이 적합하다. 관절 내시경 수술은 문제가 생긴 무릎관절 부위에 카메라가 달린 관절 내시경을 삽입해 관절 상태를 모니터로 보면서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CT나 MRI 같은 특수 촬영으로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 수술할 수 있다. 수술 시간도 짧고, 절개 부위가 1cm 미만이어서 수술 후 감염이나 통증도 적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으며, 수술 다음 날부터 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다만, 근력 강화를 위한 재활 운동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3일 이상 자다가 무릎 통증으로 깨거나 절뚝거리며 걷고, 외관상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거나, 계단뿐 아니라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든 말기 관절염 환자에게는 ‘인공관절 치환술’이 최선이다. 이 경우 환자는 X-레이상으로 연골이 많이 닳아 뼈와 뼈가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 연골이 더는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진 인공관절을 인체에 삽입하는 것으로, 관절을 형성하는 뼈의 겉면을 곱게 다듬고 얇은 특수 금속막을 관절 겉면에 씌운 후 그 중간층에 특수 플라스틱을 삽입해 물렁뼈 역할을 하도록 해 관절이 유연하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최근에는 다양한 인공관절을 선택할 수 있는데 ‘세라믹형 인공관절’이라는 신소재를 통해 인공관절의 수명도 25~30년 정도로 늘어났다. 이름처럼 인공관절의 표면을 세라믹처럼 매끄럽게 만들어 연골과의 마찰을 줄인 것으로, 인공관절과 함께 사용되는 인공연골도 좀 더 강하고 마모가 적은 것이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제3세대 인공연골이라고 불리는 ‘X3’이다.

그 밖에도 자가 혹은 동종골 연골 이식술, 자가 연골세포 이식술 등의 방법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 등이 있으나 비용이 비싸고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있어 정형외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아무리 무릎이 쑤시고 아파도 관절염 환자는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무릎을 쓰지 않으면 그만큼 근육이 약해지고 관절이 점차 굳어지기 때문이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체중만 늘어나 관절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절은 사용할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운동이 관절 주위에 자극을 주어 관절 위 근육이 튼튼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관절염 증상별로 그에 맞는 운동법을 소개한다. (도움말=힘찬병원)

●초기 관절염의 경우= 관절염이 심하지 않은 초기 환자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걷기’이다. 걷는 것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우리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기본적인 운동이다. 걸을 때는 약간 숨찰 정도의 속도로, 일주일에 3~4일, 1회 30분 정도로 운동한다. 30분 동안 걷기가 쉽지 않기에 처음에는 10분 정도 걷다가 잠시 쉬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며 점차 시간을 늘려나간다.

●약물 치료 중인 경우= 약물 치료 중이라면 계단을 걸어 내려오기도 힘들다. 이때부터는 운동을 하러 나가기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려면 수영을 권한다. 물에서 걷거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관절 운동에 도움이 된다. 수영은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효과가 있고, 통증이 가장 덜한 아침에 하는 것이 부담이 적다. 만약 관절에 열감이 있거나 통증이 있다면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하루에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이 시기의 환자는 걷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이미 일상생활 자체가 불편하므로 환자는 걷는 것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걷는 운동을 하더라도 관절에 체중 부하가 덜 가해지는 물속에서 걷기 정도가 적당하다. 이 시기의 환자들은 간단한 체조로 관절 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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