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서 민간으로 ‘사진 정치’ 이동
  • 진희관│인제대 통일학연구소 소장 ()
  • 승인 2012.06.17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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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동신문 등에 나타난 김정은 체제 6개월의 변화상 / 인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 보여

북한 김정은 국방제1위원장이 최근 평양 창전거리에 새로 건설된 경상탁아소를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승계된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6개월째를 맞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개최된 제4차 당대표자회와 제12기 5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최고위직인 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제도적으로 권력 승계를 완료했다. 그리고 ‘최고 령도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나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개월간 김정은 체제의 궁극적인 변화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김정은의 새로운 통치 스타일은 어떤 모습을 나타내는지, ‘로동신문’ 등 북한의 자료들을 분석해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지난 6개월간 김정은은 무엇보다 군부를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가장 우선시했다. 올 1월1일 ‘류경수탱크사단’ 시찰을 시작으로 상반기에 이루어진 총 59회의 시찰 중 군부대 시찰이 24회로 40.7%의 매우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사실을 볼 때 김정은 정권 초기는 군에 대한 지도력 강화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군부대 시찰 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장악 정도가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월과 5월에 들어서는 문화 시설에 대한 시찰이 두드러지는데, 살림집과 고기 상점을 비롯해서 국가산업미술전시회장 및 유희장(놀이공원), 동물원 등을 시찰한다는 점에서 볼 때, 점차 민생 문제에 대한 지도력 강화를 위해 외연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160호 2012년 6월8일자 로동신문. ⓒ 진희관 제공
다음으로 김정은 명의의 두 차례 담화와 한 차례의 논문을 발표해 ‘혁명과 건설’ 과정에서 지도력을 강화해나가고자 했다. 4월6일자 당 책임 일꾼들과 한 담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우리 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 혁명 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자’를 통해 당의 사회적 목표와 방향을 제시했는데, 사실상 김정일의 유훈 사업들에 대한 설명과 강조점이 나타나고 있다.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식량, 살림집, 땔감 그리고 인민 소비품 문제에 대한 강조와 전력공업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특히 4월27일 당, 국가 경제 기관, 근로 단체 일꾼들과 한 담화이자 이른바 ‘로작’인 ‘사회주의 강성 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 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에서는 국토 운영을 위한 정책과 노선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즉 토지, 산림, 강·하천, 철도·도로, 연안·영해, 환경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지하자원의 유출에 대해 중대하게 지적하고 있는 점은 특징적이라 하겠다. 그 밖의 논문(4월20일)은 김일성 생일 100주년에 즈음해 그를 찬양하는 내용이다. 요컨대 김정은은 이러한 담화 발표를 통해 자신의 정책 방향을 점차 구체화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눈여겨볼 대목은 ‘사진 정치’를 통해 인민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홍보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주로 로동신문 1면에 현지 지도 또는 시찰, 공연 참관 등의 사진을 싣는 방식인데, 이전 김정일 시대와는 다른 몇 가지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기념사진의 경우 군인 및 인민들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촬영하는 점이 다르고, 밝게 웃는 장면이 상당수 등장하며, 이동 중에도 껴안고 걸어가는 장면을 연출하는 등 김정일 시기에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로동신문 지면을 밝게 웃는 장면으로 ‘도배’

그리고 로동신문 지면의 대부분을 사진을 게재하는 데 할애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6월 초 소년단 창립 행사 시기에도 8일자 신문 6면 중 4면이 참가한 소년단들과 촬영한 사진으로 채워져 모두 20매가 게재되었고, 1면의 사진에서는 두 어린이를 껴안고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이러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친근한 지도자상’을 인민들에게 좀 더 속도 있게 전파하고자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지도력을 확고히 해나가고자 하는 의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사업에서는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김일성-김정일주의’이다. 4월 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 전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지도적 지침’으로 한다고 함으로써 과거의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를 대체했다. 그렇다고 해서 주체사상이라는 용어가 전혀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 김일성-김정일주의가 곧 주체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용어 정립을 위한 시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체사상은 김일성의 사상이라고 알려왔고, 따라서 김정일이 포함될 경우 이에 대한 설명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군 사상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사상 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최고 지도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을 수정했는데, 개정된 헌법을 ‘김일성-김정일헌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여기서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문의 내용을 보면 일부 수정과 첨가가 있고, 김정일의 업적을 새롭게 추가해 언급하면서 대략 열 줄가량의 새로운 내용이 삽입되었다. 이 부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정치 사상 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 강국으로 전변시켰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많은 파장을 가져올 것이 자명함에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데는 향후 북·미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외교적 행위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반도의 비핵 지대화’를 김일성의 유훈으로 주장해온 북한이 헌법에 핵보유국이라는 표현을 명기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장차 핵문제가 해결되어 폐기 단계에 이르게 되면 헌법을 수정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해프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볼 때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점차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제도는 정비되었고, 군부 장악이 시급한 과제였지만 6개월째 접어들면서 점차 군부에 대한 관심에서 인민 경제 생활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측면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4월에 발표된 두 건의 담화문을 통해 정책 방향에 대해 확인할 수 있으며, 김정일 시기 정책의 지속과 아울러 국토 관리 사업에 대한 강조를 통해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대외 관계 및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대단히 대립적인 자세를 세우고 있는데, 내부 체제 정비가 우선시되고 있는 상반기에는 대외 관계를 위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부 정비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는 점차 외부와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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