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사저’ 의혹 특검 가면 밝혀질까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06.17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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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련자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이시형씨 ‘쪼개기 대출’ 의혹도 새롭게 떠올라

서울 강남구 내곡동 사저 부지(큰 사진은 정문, 작은 사진은 안의 터)는 6월15일 현재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 시사저널 전영기

“(내곡동) 사저에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사실 그 문제가 나왔을 때 경호 문제가 매우 중요시된다고 해서 사실 제가 앞으로 살아갈 집인데도 불구하고 사실 소홀히 좀 했습니다. 저는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들께서 널리 이해를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지난 2월22일 취임 4주년을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지난 6월1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검사)는 지난해 10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업무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이대통령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이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두 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네 명에 대해서는 각각 ‘각하’ 처분을 내렸다. 내곡동 사저 사건 관련자 일곱 명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검찰은 피고발인 일곱 명 가운데 김인종 전 경호처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시형씨도 단 한 차례 서면조사를 하는 것으로 수사를 끝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7개월짜리’ 수사치고는 상당히 부실하다”라는 비난이 나오는 까닭이다. 

당장 정치권뿐 아니라 세간에서도 “검찰이 내곡동 사저 사건에 ‘면죄부’를 주었다”라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검찰이 (청와대의) 국선 변호인이 된 것 같다”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에서조차 검찰 수사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내곡동 검찰 수사 결과는 내가 보아도 믿기 어렵다”라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한 부지 가격과 시형씨 명의로 산 부지값이 차이가 큰 데다, 시형씨 명의로 매입해 명의 신탁 문제까지 드러났는데도 수사 결과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를, 새누리당에서는 특검 도입을 추진할 태세이다. 이제 내곡동 사저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내곡동 사저에 대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방향이었다. 먼저 배임 의혹이다. 내곡동 땅을 매입할 당시 시형씨가 8억~10억원 정도를 덜 부담했고, 그로 인해 국가 예산이 더 투입되었다는 의혹이다. 국가에 손실을 끼친 만큼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내곡동 사저 부지의 경호 시설 터의 땅값이 오를 것이고, 이 혜택을 국가가 혼자 누리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아 시형씨의 부담 분을 줄인 것이다’라는 것이 청와대의 해명이었고, 검찰도 이를 수용했다. 

검찰 수사 발표에도 논란 가라앉지 않아

민주통합당 MB·새누리청산위와 내곡동 사저·삼청동 안가 조사 소위 위원들이 6월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민주당은 “이대통령이 살 집을 아들 명의로 계약한 것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이대통령이 계약자로 직접 나서게 되면 땅값이 오를 것 같아서 아들 명의로 했던 것이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런데 검찰 역시 “시형씨가 자기 명의로 대출을 받고 세금도 납부해서 명의 신탁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사실상 청와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내곡동 사저 부지는 모두 2천6백5㎡(7백88평·9필지) 규모이다. 이는 다시 경호 시설용 부지 2천1백42.29㎡(6백48평·6필지)와 사저용 부지 4백62.84㎡(140평·3필지) 등으로 나뉜다. 전체 매입 비용은 54억원이었다. 시형씨는 전체 9필지 가운데 3필지 중 일부 지분을 11억2천만원에 매입했다. 여기서 의문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시형씨가 땅값을 어디서 마련했느냐는 점이다. 시형씨의 재력으로는 내곡동 땅값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시형씨가 마지막으로 재산 신고를 했던 2007년 재산은 ‘고작’ 3천6백50만원이었다.

<시사저널>이 지난해 10월 내곡동 사저를 처음 보도했을 때, 청와대는 시형씨의 자금 출처에 대해 “김윤옥 여사의 서울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았으며, 나머지는 가까운 친인척으로부터 빌렸다”라고만 해명한 바 있다. ‘가까운 친인척’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그 ‘친인척’은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시형씨는 왜 ‘쪼개기 대출’을 받았던 것일까. 검찰은 “시형씨가 이상은 회장에게 연 5%의 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렸다. 시형씨는 차용증도 제출했다. 자신이 빌린 돈으로 땅을 샀기 때문에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형씨가 근무하고 있는 다스의 회장이자 큰아버지인 이상은씨에게 굳이 돈을 빌릴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어머니 김윤옥 여사 소유의 논현동 자택을 담보로 11억2천만원 전액을 대출받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논현동 자택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대통령 자택만으로도 11억원 정도는 충분히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형씨가 ‘쪼개기 대출’을 받은 것이다. 또한 차용증을 제출했다고 하지만, 차용증은 사후에 작성할 수도 있다. 시형씨가 큰아버지에게 돈을 빌릴 때 작성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라고 비난받는 까닭이기도 하다. 

검찰의 ‘부실한’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내곡동 미스터리’는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국정감사나 청문회, 특검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나 청문회를 연다고 해도 청와대 등에서 자료 제출 등을 협조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증인들이 제대로 출석할지도 의문이다. 또한 특검을 한다 해도 그동안의 특검에서 보아왔지만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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