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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살림’도 챙기는 재벌가 안주인들

노소영(SK)·김희재(CJ) 씨 등 계열사 경영에 적극 관여…‘내조’ 제한했던 창업주 세대와 차별화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2.06.25(Mon) 00: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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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시사저널 유장훈
재벌가 안주인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재벌가는 며느리들의 외부 활동을 암묵적으로 제한했다. 이 탓에 창업주 세대의 며느리들 중에는 조용히 남편을 내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2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며느리들의 외부 활동이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술관을 경영하거나 봉사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나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은 작고한 남편으로부터 경영권을 이어받았지만, 시아주버니들의 견제로 적지 않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재벌가의 며느리들에게 경영은 여전히 정복하기 힘든 고지였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재벌 총수의 부인들이 하나 둘씩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우선 주목된다. 노관장은 그동안 계열사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아트센터 나비의 경영에만 전념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수엑스포 SK텔레콤(SKT)관의 총감독을 맡으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전시관의 건립 단계에서부터 노관장이 관여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노관장은 도우미 선정이나 도우미들이 입을 유니폼까지도 일일이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노관장이 전시관 건립을 총괄하면서 예산 50억원가량을 절약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꼼꼼하게 전시관 건립의 진행 상황을 관리했다”라고 귀띔했다.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특히 영화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제작한 ‘뷰티풀 스케이프(Beautiful scape)’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1천여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는 모습을 편집했다. 후반부에는 경운기를 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등장하기도 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T 기기가 확산되면서 인간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성을 복원하는 데 IT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SKT관의 콘셉트 역시 ‘행복 구름(we_cloud)’이다. 행복 구름은 개방과 공유, 참여를 통해 사람과 기술, 세상이 행복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원래 SKT관의 콘셉트는 ‘행복 구름’이 아니라 ‘덕율풍’이었다. 경영 전략 회의를 통해 중국 쪽에 콘셉트를 맞추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종이 시묘살이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재현하는 영상을 전시관에서 상영할 예정이었다. 영상물 제작을 위한 비용까지 지불한 상태였다. 하지만 엑스포를 앞두고 노관장이 갑자기 전략을 바꾸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노관장이 SK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최회장과 노관장의 이혼 가능성이 언론에 대두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SK그룹측은 이혼설을 공식 부인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관련 보고를 받고 황당해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룹 안팎에서는 그동안 노소영 관장의 경영 개입설이 꾸준히 거론되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노관장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파는 수준을 넘어 스마트카와 같은 사회 기반 시설의 접목을 원하고 있다. 여수엑스포에서 기반 시설 공사 때부터 참여한 것도 이런 의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때문에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노관장의 경영 행보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희재씨도 최근 물밑에서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CJ건설이 제주와 여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해슬리나인브릿지 골프장을 통해서다. 이재현 회장은 세계적인 골프장 건립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적인 골프 컨설턴트를 초빙하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갈 정도였다. 김운용 전 나인브릿지 대표는 최근 “이회장은 나인브릿지의 지향점을 직접 설명하고 세계적인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스미스를 영입했다. 이회장의 열정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스미스의 마음까지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부인인 김희재씨 역시 골프장 건립에 많은 역할을 했다. 나인브릿지CC의 경우 클럽하우스뿐 아니라 그늘집에도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다. 골프장 코스 주변에도 전세계에서 공수한 유명 작가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김희재씨가 지인인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구입했거나 임대해온 작품들이다. 작품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제프 쿤스, 끼라르테 맨 오르네라스, 마이클 스코긴스, 야요이 쿠사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작품의 가격만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제프 쿤스의 <풍선꽃(Balloon Flower)>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세계 경매 사상 최고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나인브릿지CC에는 현재 이 작품과 동일한 모양이 전시되어 있다. 추정 감정가만 최소 1백5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선꽃>이 전시된 코스를 지날 때마다 캐디들이 자랑삼아 소개할 정도이다. 이렇듯 김씨는 골프장을 하나의 예술품 전시장으로 꾸미면서 나인브릿지CC가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송원 대표는 “골프장에 있는 작품의 가격이 생각만큼 비싸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고가의 예술품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임대로 들여온 것이고, 나머지 작품 역시 실제 가격은 많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희재씨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골프장의 컨설팅을 의뢰받았다. 임대한 작품을 제외하면 실제 비용은 그다지 높지 않다”라고 귀띔했다.

창업주 딸로서 남편 제치고 경영 물려받아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왼쪽)가 CJ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우승했던 나인브릿지 골프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인 김희재씨가 이 골프장 건립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이 밖에도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부인인 김영자씨도 현재 승산레저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승산그룹은 물류·레저 전문 기업으로 운송업체와 골프장, 호텔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969년 일찌감치 LG그룹에서 분리되었다. 최근 연예인 강호동씨의 프랜차이즈 사업인 ㈜육칠팔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받았다. 보령제약 김은선 회장도 최근 남편을 제치고 회사의 경영을 공식적으로 물려받았다. 보령제약 김승호 창업주가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사위 대신 딸을 후계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이나 동양그룹은 현재 사위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고, 딸은 뒤에서 보조하는 식으로 경영하고 있다. 그러나 김회장의 경우 남편을 제치고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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