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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상황에서는 왜 나이 든 대통령을 더 원할까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이 모델 /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물론’ 우세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7.02(Mon) 23: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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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worth1000.com 제공(왼쪽) , ⓒ 연합뉴스(오른쪽)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언론은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조사 결과를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들은 어느 주자를 뽑을지 미리 마음을 정하기도 한다. 누구를 뽑아야 5년 뒤에 후회하지 않을지 고민하기도 한다. 5년간 누가 정부를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장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학자들은 투표 성향을 네 가지로 나눈다. 지역, 이념, 세대 가운데 일치하는 것이 있는 후보를 찍는 투표와 공약을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투표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전시(戰時) 상황에서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떤 인물이냐가 아니고 나이 든 사람인가가 선택의 기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VU 대학의 브리안 스피삭 박사는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지(<PLoS ONE>)에 나이 많은 대통령이 국가를 이끄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안정감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젊은 후보보다는 연륜이 많은 대통령이 지혜롭게 통치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그러한 인물의 표본이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발발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낸 링컨은 그가 집권한 지 1백5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링컨의 시대에 미국은 남북 전쟁으로 60만명이 전사하는 끔찍한 일을 당했고, 이는 사회 제도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전쟁이었다. 이 총체적 전쟁에서 구성원들이 헌신할 수 있는 핵심 가치가 필요했는데, 최고 통치권자인 링컨은 자신이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지키면서 구성원들에게도 이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링컨이 이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면, 분열이 극심했던 상황에서 통치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링컨이 위대한 것은 일관성 있는 행동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상대방을 완전히 이겨야 자신이 이기는 상황이었다. 링컨도 전쟁을 할 때 무조건적인 항복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또한 전시라고 해서 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면 링컨은 독재자가 되었을 것이다.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것도 점진적으로 하는 등 절대 독재자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민주적으로 해나갔다.

이런 전쟁은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스피삭 박사는, 만일 이러한 전쟁에 직면해 있을 때 선거를 치른다면 대통령으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조사는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의 상황을 제시했다. 하나는 전시 상황이고, 또 하나는 평화 상황이다.

전시 상황은 다른 나라와 격렬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를 한다는 가정이다. 적군은 폭탄 공격까지 하려는 태세이고, 이로 인해 시민들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상태이다. 반면 평화로운 상황은 아직까지는 다른 나라와 계속 사이좋게 지내고 있지만,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이라는 가정 아래 선거를 치르는 경우이다.

대통령 후보로 거론된 인물은 2008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다. 그리고 이 두 인물을 다시 젊은 오바마, 나이 든 오바마, 젊은 매케인, 나이 든 매케인이라는 네 인물로 등장시켜 실험 참가자 2백2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투표 방식은 간단했다. 먼저 이 넷 중에 대통령 후보로 적합한 두 명에게 투표를 한 후, 그 두 명 중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더 적합한지를 투표하는 것이다.

결과는 나이의 승리였다. 어떤 인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이가 몇이냐가 선택의 열쇠였다. 전쟁 상황에서는 나이가 한 살이라도 더 든 사람에게 지지율이 높았다. 예를 들어 젊은 오바마와 나이 든 오바마 중 어떤 쪽이 대통령으로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나이 든 오바마 쪽에 대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젊은 매케인과 나이 든 매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연륜 많을수록 사회적 지위 높아 통치력 우세하다고 생각

또, 젊은 오바마와 나이 든 매케인 두 사람 가운데 대통령을 뽑으라는 설문조사에서는 나이 든 매케인이 65%라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젊은 오바마의 지지율은 35%에 불과했다. 반대로 젊은 매케인과 나이 든 오바마 중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겠냐고 했을 때의 결과 또한 인물과 상관없이 나이 든 오바마를 뽑았다. 나이 든 오바마의 지지율이 70%로 나타난 것에 비해 젊은 매케인은 30%의 낮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결국 어느 질문에서나 나이 든 쪽이 대통령의 인물로 우세하게 나타났다.  

한편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젊은 오바마와 나이 든 오바마 중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겠느냐는 설문에 젊은 오바마가 훨씬 우세하게 나타났다. 젊은 매케인과 나이 든 매케인의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전시 상황에서는 나이 든 대통령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스피삭 박사는 ‘사람들은 일단 나이 든 사람이 사회적 지위가 더 높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나이는 그만큼 연륜을 쌓았다는 의미로 생각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통치력이 뛰어나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평화로운 상황에서보다 전시 상황에서 나이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유이고,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혼란기를 거쳐 산업화를 이룬 나라일수록 나이 많은 사람이 대통령으로 잘 당선된다.

그렇다고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나이가 배제되어 젊은 인물이 꼭 우세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인물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나이 든 오바마와 젊은 매케인, 젊은 오바마와 나이 든 매케인의 경쟁에서 모두 오바마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 실험은 2008년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에 실시되었고, 그 결과는 지금도 똑같다.

이처럼 전시 상황과 평화로운 상황에서의 지도자상이 다르듯, 17세기의 영웅이 시대상이 다른 19세기에도 영웅이 될 수는 없다. 19세기와 21세기에 요구하는 리더십 또한 분명히 다르다. 이는 시대정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지도자의 길을 가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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