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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하려면 ‘먹자골목’ 피해 이사하라

개인적인 요소보다 주변 환경이 비만에 더 영향 미친다는 연구 결과 나와…요식업체 밀집 지역에서 비만율 높아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7.10(Tue) 00: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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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윤세호

올해 대학교 3학년인 윤지후씨. 도서관에서 보고서를 쓰고 나니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집 앞 골목에는 음식점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배에서 배고프다는 신호가 울린다. 오후 6시에 학교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4시간 정신 노동(보고서 작성!)을 했더니 몸속 포도당이 고갈되었나 보다. 갑자기 라면 냄새가 솔솔 풍긴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라면집을 찾았다. 건강을 생각하면 한밤에, 그것도 라면을 먹는 것은 금기이겠지만 오늘 하루만은 넘어가자.

최근 화제를 모으는 웹툰 <다이어터>의 주인공 수지는 몸무게 93kg의 매우 뚱뚱한 여성이다.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을 정도로 비만이지만, 의지가 약하고 다이어트 상식이 잘못되어 있어서 다이어트를 번번이 실패하곤 한다. 더구나 직장(은행) 상사인 김부장이 수지를 좋아하게 되면서 수지가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자신의 편이 없어질까 봐 햄버거, 도넛 등 간식거리를 계속 가져주면서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이런 사례처럼 주변 환경은 다이어트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실제로 주변 환경이 유전적인 요소나 개인의 생활 패턴보다 비만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이다. 미국 레비치연구소 물리학부 라자로스 갈로스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주류업체나 특별한 음식점, 슈퍼마켓 등 요식업이 번성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비만율이 비교적 높다.

갈로스 박사팀이 주변 환경과 비만과의 비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분석한 자료는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조사한 비만율이다. 그 가운데 18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후 이들이 각각의 지역별로 차지하는 비만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았다. 체질량지수는 비만의 정도를 표시하는 수치로,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체질량지수가 18~23이면 표준이고,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그 결과 지역별 비만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곳은 미국 남동쪽에 위치한 앨라배마 주의 그린카운티이고, 그린카운티에 인접한 미시시피 강 주변과 애팔래치아 산맥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린카운티 전체 인구 가운데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사람이 차지한 비만율은 약 36%. 이는 2008년도의 비만율이다. 다시 말해 고도비만인 사람이 36%라는 얘기이다. 2위를 차지한 미시시피 강 주변과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의 비만율은 31%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연구팀이 조사한 것은 요식업체 밀집 지역이다. 미국의 어느 지역에 가장 많은 요식업체가 밀집되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린카운티 지역이 미국 전체 평균에 비해 요식업체의 수가 가장 많았고, 마찬가지로 비만율에서 2위를 차지한 미시시피 강 주변 지역이 다음으로 많았다. 결국 요식업체 수와 비만율이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요식업체의 수가 많은 곳일수록 비만율도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그린카운티 지역에 비만인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라는 것이 갈로스 박사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다.

물론 이번 연구 결과로 인해 비만의 이유가 꼭 요식업체 지역에 살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단, 그동안 비만인 사람들의 다이어트 요법은 집중적으로 개인의 생활 패턴에 맞춰져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쪽으로만 치우쳐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실패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비만의 원인은 삶의 환경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만인 사람 대다수는 맛있어 보이거나 먹기 쉬운 음식들의 시각적·후각적 자극에 민감하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자극 요인이 눈에 많이 띌수록 먹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거나 음식 섭취량이 늘어나거나 된다. 따라서 이런 음식 자극 요인을 없애 식사 조절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체중 조절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이사할 때 요식업이 집중되어 있는 동네인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밝은 색깔도 다이어트 방해…느린 음악 듣는 것이 도움

주변 환경의 밝은 색깔도 다이어트에 문제가 된다. 빨강·노랑 같은 원색은 음식 맛을 돋운다. 진한 초록색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의 로고 색상이 대부분 빨강이나 노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하워드존슨’이라는 식당은 개업 당시 파란색으로 실내를 장식했으나 색상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실내와 식기 등을 오렌지색으로 바꾸자 일주일 만에 매상이 1백34% 늘었다고 한다. 식사할 때는 식욕을 일으키지 않는 무채색의 수프나 빵부터 먹는 것이 좋다.

또,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느린 음악을 들을 것을 추천한다. 음식을 씹고 있을 때 수저나 포크를 식탁에 내려놓으면 음식에 손이 자주 가지 않게 된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마리아 시몬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으면 그만큼 빨리, 많이 먹게 된다. 빠른 폴카를 들을 때는 1분에 다섯 번, 느린 음악에는 세 번,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네 번의 포크질을 한다고 한다.

식사 분위기도 다이어트를 좌우한다. 동료들과 함께 여럿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으면 의외로 많이 먹게 된다. 혼자 있을 때는 먹는 것이 즐겁지 않아 아무래도 덜 먹게 된다. 여럿이 식사할 때는 이야기를 하며 먹게 되어 무의식 중에 많이 먹기도 한다.

계절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에서는 3백15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조사했다. 그 결과 봄에 비해 가을에 하루 2백22㎈를 더 섭취하고 식후에 허기도 더 빨리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운 겨울을 대비해 먹을거리가 풍부한 가을에 음식을 많이 먹게 되어 체지방을 비축하는 동물적 본능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즉, 주변의 환경에 따라 행동 변화가 나타나기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요즘 사람들은 건강에 좋은 식생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는다. ‘배 터지게 먹었다’는 말처럼 예전에는 잘 먹는다는 것이 많이 먹는다는 말과 같았다. 이제 잘 먹는다는 것은 균형 잡힌 식사를 뜻한다. 따라서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과잉이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도 예방해야 한다. 요식업체가 많은 동네를 지나가면서 정신 줄 놓고 먹다가는 다음 날 아침, 배가 남산만큼 나온 돼지 한 마리와 흡사한 나의 모습을 느끼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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