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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키우는 기획사가 영화 찍고 옷도 팔고…

주요 엔터테인먼트 3사 ‘외도’ 경쟁…“대중문화 장악” 우려도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2.07.10(Tue) 0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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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 회장이 이끌고 있는 SM은 이랜드와 의류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SM 소속 가수들이 출연한 다큐 영화도 제작했다.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의류 사업에 뛰어들었고, JYP엔터테인먼트는 영화·드라마·운동화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한류(韓流) 열풍이 금세 사그라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연예기획사들이 돌파구를 모색한 것이다. 다만, 대중문화를 장악할 정도로 연예기획사들의 힘이 커지는 현상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제는 가수들의 무대 뒷모습도 상품이다. 춤을 추다 힘들어 하거나 화장기 없는 가수들의 일상 모습은 팬들에게 구경거리이다. 특히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하기 어려운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수만 회장이 이끌고 있는 SM은 최근 7개 그룹 가수 32명의 무대 뒷모습을 다큐멘터리 영화(<아이 엠, I AM>)로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SM 콘서트에 등장한 소녀시대·보아·동방신기·슈퍼주니어 등 SM 소속 가수들이 영화에 출연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특별한 줄거리는 없다. 연습생에서 스타로 성장한 과정을 영상과 인터뷰로 풀었다. 15년 동안 모아둔 영상 장면을 재구성했다.

현재 상영 중인 이 영화는, 일본·홍콩·미국 등 8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제작 단계부터 해외 개봉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영화를 제작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 동시 개봉 중이고, 일본에서는 12만명이 몰려 3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요즘은 시험 기간이어서 학생 관객이 줄었다. 지금까지 관람객은 한국에서 3만명에 약간 못 미친다. 상업영화에 비하면 흥행한 편은 아니지만, 다큐멘터리이고 외국에 판매된 점을 따지면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SM은 2009년 이랜드와 의류 합작회사(아렐)를 만들기도 했다. 이랜드의 브랜드(스파오)에 대한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단순히 가수들이 옷을 입고 광고에 나서는 차원을 넘어 디자인, 마케팅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소녀시대 멤버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린 티셔츠를 만들었고, 노래방과 결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른바 ‘소녀시대 티셔츠’는 중국인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만들면 모두 판매되었다. 이 브랜드의 매출이 2009년 100억원에서 2011년 7백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1천억원이 목표이다.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성장해서 외국으로 진출한 것처럼, 스파오라는 브랜드도 한국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후에 외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영화·패션·운동화 사업 등에 뛰어들어

이를 벤치마킹한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사업 융합을 모색하고 있다. 양현석씨가 대표로 있는 YG는 최근 제일모직과 손잡고 패션 사업에 진출했다. 벤처회사를 설립해 2013년 봄 17~23세를 겨냥한 의류 브랜드를 내놓기로 했다. 내수 시장보다 해외 진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에 있는 편집 매장(여러 브랜드의 옷을 모아놓고 파는 매장)에 브랜드를 입점할 계획이다. 양희준 제일모직 과장은 “한국 가요와 패션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만큼 두 상품이 결합하면 더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명, 브랜드명, 투자금, 지분율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단순히 광고 협찬 정도가 아니라 기획부터 생산까지 두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 있는 현지 편집 매장에 브랜드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제일모직의 기존 편집 매장(10꼬르소꼬모) 등에서 선보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3대 연예기획사가 번 돈은 2천억원 안팎이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M은 1천99억원, YG는 6백25억원, JYP는 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수 박진영씨가 대표로 있는 JYP는 원더걸스, 2PM, 2AM 등이 소속된 비상장사(JYP)와 박진영, 미쓰에이, 비 등이 있는 코스닥 상장사(JYP Ent.)로 나뉘어 있어서 매출은 상장사만 집계된 수치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JYP는 좀 더 넓은 범위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룹 2PM과 2AM 가수 10명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비욘드 더 원데이, beyond the oneday>)를 제작했다. 2008년 그들의 데뷔하기 이전 모습부터 최근 모습까지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일본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 6월7일 일본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JYP 소속 가수들은 지난해 KBS 드라마(<드림하이 시즌1>)에도 참여했다. 이들 중에 가수 수지는 지난 3월 개봉한 영화(<건축학 개론>)에서도 연기력을 뽐냈다. JYP의 박진영 대표는 영화에 데뷔하기도 했다. 7월19일 개봉할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카메라 앞에 섰다. 프로듀서, 가수, 작사가, 작곡가로도 활약 중인 그는 영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공옥진 여사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진정한 광대는 노래와 연기를 차이가 나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더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JYP는 스포츠 브랜드인 리복과 공동 마케팅도 펼친다. 아이디어, 제품 구성, 음악과의 접목 등을 JYP와 리복 임원들이 함께 기획한다. JYP 관계자는 “리복은 JYP 소속 가수들이 참여할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공동 제작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뮤직비디오에 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0꼬르소꼬모 매장, 양현석 YG 대표, 박진영 JYP 대표, 영화 <5백만불의 사나이>, 리복, 다큐 영화 <비욘드 더 원데이>. ⓒ 연합뉴스

‘과잉 포장’으로 소비자 현혹시켜서는 곤란

가수들이 다른 사업에 도전하는 시도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이 2009년 사망한 후 그의 마지막 리허설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this is it>)가 나온 바 있다. 이 영화에는 다섯 살에 데뷔한 마이클 잭슨이 혼란스러운 청소년 시절을 겪는 과정과 세계적인 팝스타로 도약하는 일대기가 담겼다. 미국 가수 제니퍼 로페즈도 자신의 음악을 반영한 브랜드(‘J.Lo’)를 만들었다. 이 브랜드는 향수, 핸드백, 의류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신선하지 않은 사업을 과잉 포장해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점은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가요계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전체를 흔들 정도로 거대해지는 문제이다. 외국의 사례에 비해 국내 연예기획사들의 사업 융합 시도는 규모가 크다. 일개 가수가 아니라 회사 소속 가수들이 대거 움직이고, 회사와 회사가 결합하는 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연예기획사가 도박에서 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과거 연예기획사는 부침이 심해 ‘한 방 사업’이라고까지 여겼다. 신뢰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부족했던 셈이다. 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투명해지고, 안정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업으로 커가는 것 같다. 그러나 연예기획사가 커지면서 대중문화를 장악하는 상황은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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