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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레리나, 세계 무대의 중앙에서 날다

서희,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수석 무용수로 올라서…내한 공연 <지젤>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

심정민│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ㅣ | 승인 2012.07.16(Mon) 17: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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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공연 <지젤>에서 줄리 켄트와 서희(왼쪽부터)가 공연하고 있다. ⓒ서희 제공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한류 열풍은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외 위상이 높아진 것과 발맞춰 문화예술 역시 꾸준하게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며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덕이다. 이미 한국의 음식, 영화, K팝, 게임, 애니메이션, 그리고 한국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 순수예술계에서도 일찌감치 음악과 무용 분야를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특히 우리 발레리나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 잇달아 명문 콩쿠르와 무용단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누가 어느 콩쿠르에 입상했다거나, 어느 무용단에 입단했다는 소식은 놀랄 만한 뉴스도 아니다. 예술 한류를 이끄는 발레리나들에는 누가 있을까.

국내의 유명 백화점은 꽤 여러 해 전부터 강수진과 같은 예술가를 모델로 내세우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짭짤한 홍보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는지 근래 들어 좀 더 젊은 발레리나를 내세우기 시작했는데, 그가 바로 ABT의 서희이다.

ABT, 즉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는 미국의 국립발레단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용단 중 하나이다. 서희가 이러한 무용단의 수석 발레리나라는 것은 개인의 영광이자 또 우리 무용계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 최정상급 발레리나의 대열에 올라 있으나 필자가 2007년 초 뉴욕에서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파릇한 신인이었다. 당시 갓 스무 살의 발레리나답지 않게 성숙하고 진지했던 서희는 탄탄한 실력만큼이나 대성할 수 있는 성품을 갖추고 있었다.

서희는 열두 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레와 연을 맺었다. 탁월한 재능 덕분인지 발레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 삼아 나간 선화무용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이후 선화예술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2학년 때쯤인가, 선화예술중학교를 방문한 키로프아카데미의 교장은 그에게 유학의 길을 열어주었다. 서희는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키로프아카데미로 날아가서 발레 영재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소녀 시절을 다 바친 엄격한 훈련의 성과는 2003년에 나타났다.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하더니, 뉴욕 청소년 그랑프리대회(the Youth American Grand Prix in New York)에서는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 청소년 그랑프리 대회의 대상으로 ABT스튜디오컴퍼니에 입단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ABT스튜디오컴퍼니는 ABT의 세컨드 컴퍼니로, 쉽게 말하면 동생뻘 무용단이다. 그렇게 해서 서희는 ABT와 서서히 가까워져갔다.

꿈에도 그리던 ABT 정식 입단은 2006년 3월에 이루어졌다. 이후 몇 년간 코르드발레(군무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후 2010년 8월 솔리스트(독무자)로 승급했다가 올해 7월 드디어 수석 무용수 자리를 꿰찼다. 마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이 주전 자리를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희의 승급을 축하라도 하듯 ABT의 내한 공연이 비슷한 시기에 잡혀 있다. 그동안 서희는 <라 바야데르> <지젤> <라 실피드> <백조의 호수> 같은 고전적인 작품뿐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 <아폴로>처럼 현대적인 작품을 통해 우아하고 섬세하며 감성적인, 그러면서도 내적 에너지를 지닌 역에 강점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내한 공연 <지젤>에서 그의 진가를 여실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예술 한류’를 이끄는 발레리나들

전 세계 무용계에서 서유럽과 북미의 절대적인 주도는 깨진 지 오래다. 북유럽이나 동유럽, 지중해 지역, 남미 그리고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주목할 만한 무용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춤추는 무용가, 즉 무용수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우리 발레리나들은 기본적으로 탄탄한 테크닉, 풍부한 표현력, 균형 잡힌 체격 조건, 엄격한 자기 관리, 춤에 대한 열정에서 그야말로 톱 레벨 발레리나가 갖추어야 할 경쟁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와 무용단에서 우리 발레리나를 선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전 세계 발레계가 주목하는 주요 콩쿠르에 한국인 무용수가 상위에 입상하는 것은 이미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일부 콩쿠르에서는 한국 무용수가 워낙 많이 입상해 대회의 룰을 대폭 수정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등용문의 역할을 하는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린 무용수는 속속 세계 정상급 무용단에 입단했는데 그 목록 또한 휘황찬란하다.

러시아에는 군사력만큼이나 강력한 두 개의 무용단이 존재하는데,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유지연이 활동하다가 은퇴했고, 볼쇼이발레단에 배주윤이 있다.

프랑스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는 발레리노 김용걸이 활동한 바 있으며 최근 신예 박세은이 그 바통을 받았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는 잘 알려졌다시피 강수진이 수석 무용수로 있으며, 강효정까지 합세했다. 영국 국립발레단의 유서연,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김세연, 독일 뒤셀도르프발레단의 김소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밖에도 일일이 쉘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무용단에 우리 무용수들이 속속 입성하고 있다.

이렇게 훌륭한 발레리나들을 풍부하게 배출할 수 있는 원동력은 전문화된 교육 프로그램에 있다. 다양한 예술학교와 예술아카데미에서 무용수를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설립 인가가 난 국립발레아카데미까지 가세하면 무용계의 한류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렇다고 무용계의 한류에 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용수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창작하는 안무가가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우리 무용계가 무용수를 기술적으로 훈련시키는 데 강점을 지닌 반면, 창조적인 안무가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완전한 예술 한류를 위해 안무가의 발굴과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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