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차이나’도 품질에 눈떴다
  • 문형민│뉴스핌 기자 ()
  • 승인 2012.07.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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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 기술 경쟁력 키우고 고급 재질·디자인 갖추는 사례 늘어

지난 7월2일 에스앤씨엔진그룹 공장 직원들이 자동차 변속기를 조립하고 있다. ⓒ 한국거래소 제공

“성장이 정체된 모터사이클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자동차 변속기와 부품을 늘리고 있다. 앞으로 잔디 깎기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에스앤씨엔진그룹 왕겅성 사장

“스포츠용품 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소득 증가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캐주얼과 아웃도어 제품으로 바꿔나가겠다.” 차이나그레이트 우쿤량 사장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자체 재배 단지에서 생산하는 기능성 차(茶) 사업을 확대하겠다. 한국 기업과 협력해 화장품을 개발해서 중국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차이나킹 린진성 사장

급변하는 경영 환경 인식하고 탈출구 모색

한국거래소는 ‘차이나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를 해소하기 위해 7월2~6일 완리, 이스트아시아홀딩스, 에스앤씨엔진그룹, 차이나그레이트, 차이나킹, 차이나하오란, 웨이포트 등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일곱 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 현지에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중국 기업의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고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15억 인구가 무색하게 인력난이 심해지며 더 이상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는 성장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소비 패턴도 바뀌고, 미국·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의 환경 및 기술 기준이 높아지는 것도 도전적인 요소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재질과 디자인을 갖춰야 하고, 친환경 등 기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 기업들 또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운동화와 스포츠 의류를 생산하는 차이나그레이트는 캐주얼과 아웃도어로 제품 라인을 전환했다. 같은 업종인 이스트아시아홀딩스 역시 남성 캐주얼 의류와 신발 쪽으로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대전환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보다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스포츠용품 제조업체인 리닝(Lining), 카파(China Dongxiang) 등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 이후 정체되고, 수익성(영업이익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현지 브랜드 운동화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덤으로 주는 ‘1+1’ 프로모션이 흔할 정도이다. 차이나그레이트의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8.1%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4% 감소했다. 매출 총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이 포화된 것 외에도 물가 및 원재료 가격 상승, 특히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 우쿤량 차이나그레이트 사장은 “그동안 중국 서부 내륙 지방의 노동력이 동부 연안 지역에 유입되며 제조업이 발전해왔지만 이제 그 1세대는 나이가 들어 대부분 귀향하고 뒤를 받쳐줘야 할 2세대는 부모 세대와 달리 고향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고용난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스트아시아홀딩스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 공장을 현재의 후젠 진강시에서 내륙으로 약 5백㎞ 떨어진 영안시로 옮기기로 했다. 새 공장을 마련하기 위해 6백5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하지만 영안시의 인건비가 진강시의 절반 수준이어서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새 아이템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도

중국 의류업체 차이나그레이트의 신제품 전시장.
에스앤씨엔진그룹(옛 중국엔진집단) 역시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의 모태 사업이었던 모터사이클 비중을 줄이고 자동차 기어 및 부품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내 모터사이클 판매 대수는 지난 2005년 1천7백만대에서 2008년 2천7백만대로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성장을 멈추고 2천5백만~2천7백만대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이 사이 2백개에 달하던 생산 업체는 60여 개로 구조조정되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에스앤씨엔진그룹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어 성장을 유지했지만 이익률이 하락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에 신성장 동력인 자동차 변속기와 부품을 추가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 국가로 성장하면서 변속기의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자동차 한 대당 40~50개의 변속기 제품이 들어간다. 왕겅성 에스앤씨엔진그룹 사장은 “상하이GM, 안휘강회자동차, 산서보계범사 등 주요 완성차업체에 기어를 납품하면서 2006년 이후 연평균 38.7%의 고속 성장을 시현했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 공장을 증설함으로써 매출 비중도 전체의 46%까지 확대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에스앤씨엔진그룹은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잔디 깎기를 키우고 있다. 2003년 새로 시작한 잔디 깎기 제조 사업은 에스앤씨엔진그룹이 주도해서 중국 내 기술 표준을 만들고, ‘산리’라는 자체 브랜드로 호주와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관건은 세계 최대 잔디 깎기 시장인 미국 진출이다. 하지만 안전성, 환경 기준 및 연비 등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충하초를 원료로 한 건강 보조 식품을 생산하는 차이나킹 역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고 있다. 기능성 차(茶) 사업이다.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진 것을 반영했다. 린진성 차이나킹 사장은 “건강 식품은 기존 ‘원강’ 브랜드 외에 ‘영생활력’ 브랜드로 약 46% 수준의 높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차 사업 확대를 위해 자체 재배 단지를 추가 확보하고 고부가 기능성 차를 출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차이나킹이 위치한 중국 후젠 성은 고온 다습한 기후와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의 청정 지역으로 차 재배의 최적지로 꼽힌다. 무의산시, 건와시, 소무시 등에서 재배된 차는 중국 내에서도 ‘4대 명차’로 알려진 고급 제품이다.

차이나킹은 지난 2010년 6월 1백26만㎡였던 자체 차 재배 단지를 지난해 6월 5백46만㎡로, 올해 6월 6백67만㎡로 확장해왔다. 이 재배 단지는 중국 법률에 따라 최장 15년 단위로 장기 임대 계약한 것이다. 재배 단지를 확장하는 것 외에도 유통 사업 확대를 통해서도 이익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연간 약 20t가량을 구매하는 동충하초 원재료를 자체 사용하는 물량(약 4백~5백kg)을 제외하고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밖에 직접 재배한 차도 직영 찻집 운영 등으로 유통 마진을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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