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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에일리언'의 살인, 실제 상황 될 수 있나

영화 <연가시> 때문에 연가시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 많아…‘감염 곤충 자살시키고 물로 되돌아가는 기생충’은 맞아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2.07.23(Mon) 21: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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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가시> ⓒ CJ entertainment 제공

최근 기생충이 사람의 뇌까지 조종한다는 내용의 영화 <연가시>’가 흥행몰이 중이다. <연가시> 흥행 돌풍의 배경에는 ‘국내 최초 감염 재난 영화’라는 점도 있지만,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한몫했다. 연가시라는 기생충의 변종이 사람에게 기생하면서 뇌를 감염시켜 갈증 끝에 스스로 물에 빠져 죽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과학적으로는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일까?

기생충 연가시(학명 Gordius aquaticus)는 현실에도 존재한다. 굵은 철사줄 모양의 선형동물로 별명이 ‘철사 벌레’이다. 사마귀나 메뚜기, 꼽등이 같은 곤충을 숙주로 삼아 기생한다.

숙주의 몸에서 양분을 빼앗아 먹으며 몸집을 불린 연가시는 물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물가로 유인하는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해 숙주가 스스로 물가에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그리고는 숙주의 배를 뚫고 나와 물속에 자신의 알을 수십만 개씩 낳는다.

신경조절물질 분비해 숙주의 뇌를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져

   
영화 <연가시> ⓒ CJ entertainment 제공
연가시의 알이 자라 유생이 되었을 때 1차 숙주로 삼는 대상은, 유충 형태로 어린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다가 성충이 되어 물 밖으로 나오는 곤충이다. 물 밖으로 나온 감염 곤충을 사마귀 등 포식성 곤충이 잡아먹으면 연가시도 포식자의 몸속으로 옮겨가게 된다.

숙주인 곤충의 몸속으로 들어간 연가시는 그 안에서 몸길이가 2~3배 길어진다. 곤충을 죽이고 빠져나올 때의 몸길이는 20㎝ 이상 되고, 성체는 약 70㎝까지 자라기도 한다. 성체는 민물 속에서 독립생활을 한다. 연가시가 태어나 곤충을 자살시키고 물로 되돌아가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단 몇 개월에 불과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뇌를 조종하는 특이한 능력 때문에 ‘작은 에일리언’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이 있을 정도이다.

연가시가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해 감염 곤충의 뇌를 조종하는 메커니즘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연가시의 신경조절물질이 숙주인 메뚜기나 사마귀가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숙주 곤충들은 마치 자신이 의도해서 물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숙주의 뇌에 살면서 조종을 하는 기생충이 실제로 연가시밖에 없을까? 아니다. 고양이의 몸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도 있다. 연가시처럼 톡소포자충도 1차 감염 대상이 고양이가 아니고 쥐이다. 먼저 쥐의 몸속으로 숨어가 특수 물질을 분비해 쥐의 신경을 조절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공포심이 사라져 고양이가 나타나도 무서워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잡아먹힐 때를 기다린다. 전문가들은 톡소포자충이 고양이 몸속에 들어가기 위해 쥐를 세뇌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톡소포자충은 사람을 숙주로 삼기도 한다. 사람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신경계가 손상되어 전신 경련과 뇌수종을 일으키고, 실명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상황은 임신부가 감염되었을 경우이다. 신생아를 유산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톡소포자충이 사람의 뇌를 조종한다는 보고는 없다. 사람을 잡아먹는 포식자 숙주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톡소포자충이 조종하기에 사람의 뇌 네트워크가 너무 복잡할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영화에서와 같은 인체 감염은 가능하지 않아 

   
영화 <연가시> ⓒ CJ entertainment 제공
또, 새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인 ‘촌충’도 있다. 흔히 연가시로 혼동하는 기생충이다. 깊은 물속에 사는 가시고기를 숙주로 삼는데, 촌충이 가시고기 몸에 들어가 특수 물질을 분비하게 되면 가시고기가 물 표면으로 이동한다. 표면으로 떠오른 가시고기는 새의 눈에 쉽게 띄어 잡아먹히게 되어 촌충도 새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밖에 창형흡충의 애벌레는 개미 몸속에 기생하면서 자란다. 이 기생충은 알을 낳으려면 초식동물의 몸속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개미더러 풀잎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명령한다. 개미는 불쌍하게도 소나 양이 풀을 뜯어먹을 때 풀잎과 함께 먹힌다. 심지어 개를 사납게 만든다는 유명한 광견병 바이러스도 연가시의 감염과 비슷한 감염 현상을 보인다. 연가시의 조상 또는 아버지 격으로 불리는 기니아충은 아프리카의 오염된 식수를 통해 직접 사람에게 감염되며, 실제로 사람의 피부 속에서 1m까지 성장해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치사율이 높은 기생충이다.

영화 <연가시>에서도 사람의 피부나 내장을 뚫고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한 제약회사가 연가시의 특성을 의학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곤충에게만 기생하던 연가시를 개나 사람에게도 감염되도록 변종을 만들면서 영화의 비극은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물을 통해 사람 몸속으로 들어온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은 연가시의 조종 때문에 수시로 물을 들이켜고, 물에 빠져 죽기 위해 몸부림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몰골의 시체로 한강에 떠오른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기생충 전문가들은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되거나 연가시가 사람을 숙주로 삼아 기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연가시는 곤충을 옮겨 다니면서 기생하는 생물이다. 따라서 온도는 물론 성분까지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는 기생할 수 없다. 냇물에 사는 민물고기도 바닷물에서는 미네랄인 염소 이온 농도 차이 때문에 생존할 수 없듯, 연가시도 자신의 생활사에서 벗어나는 환경이 다른 사람 몸에서는 살 수 없다는 얘기이다. 물놀이 중 우연히 연가시 유생을 먹게 되더라도 인간의 몸에서는 유생이 성체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되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물속 곤충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물새류에서도 연가시에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한국과 일본에서 연가시의 ‘돌발적 인체 침입’으로 먹었다가 뱉어낸 사례는 있다. 곤충을 날로 먹었다가 복통을 일으킨 환자의 토사물에서 연가시가 검출되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연가시의 조종에 의한 이상 행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을 날로 먹어 연가시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오랜 세월 동안 곤충의 몸에 적응되었던 메커니즘을 단시간에 사람에게 맞도록 바꿀 수는 없다는 얘기이다.

연가시가 체내에 계속 들어오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적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수천 년간 메뚜기를 산 채로 먹지 않는 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생충이 한번 몸에 들어왔다고 기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몸에 들어와야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메뚜기를 튀겨 먹더라도 요리하는 과정에서 연가시가 대부분 죽기 때문에 인체에 옮을 가능성은 아주 작다.

연가시목(目)인 진주철선충을 발견해 세계 학계에 신종으로 등재한 손운목 교수(경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기생충학교실 및 건강과학연구원)는 연가시류의 생활사를 바탕으로 볼 때 인간에게 감염될 확률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기생충이 항상 숙주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숙주와 기생충의 경쟁 관계는 숙주의 면역 체계를 정교화시킨다. 영화 <연가시>에서는 한 제약회사가 기생충 연가시를 이용해 뇌질환 치료제를 만들고 있다. 영화 설정이 아닌 실제로도 인간에게 해로운 기생충을 질병 치료로 활용하는 일이 가능할까?

최근의 연구는 기생충에서 분비되는 물질을 활용하면 현재 있는 약보다 효과가 좋은 신약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기생충을 활용하는 연구 중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것은 면역력 활성화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에게 기생하지 않은 기생충의 알을 몸속에 주입해 면역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입을 통해 몸속에 들어간 기생충 알은 몸 밖으로 배설될 때까지 환자의 면역력을 키워준다.

영화 설정 아닌 실제로도 기생충을 질병 치료에 활용

그 예의 하나가 십이지장충을 인간에게 감염시키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 대학 의대 월리암 가우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쥐에게 십이지장충을 감염시키면 면역 물질을 만드는 ‘사이토카인’이 활성화되면서 기생충을 몰아내고 동시에 손상된 폐를 재생시키는 다른 단백질이 활성화되어 조직이 재생된다고 한다. 따라서 십이지장충에서 추출한 물질을 이용하면 사람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폐질환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약보다 뛰어날 것이라고 가우스 교수는 주장한다.

또,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연구팀은 소 기생충을 이용해 특정 질병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전혀 새로운 백신 투여법을 개발했다. 소에 기생하지만 해를 주지 않는 기생충을 이용한다. 특정 질병 백신 균주에서 유효 물질을 분리해 기생충의 유전자에 부착해 투여하는 방식인데, 적정량의 면역 물질을 장기간 소에게 방출해 질병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백신 투여법을 활용하면 구제역이나 소의 결핵 등 장기간 예방이 필요한 질병에 대한 면역은 물론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대장염 치료에 돼지 편충을 사용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대다수 사람의 장 속에는 일정한 수의 편충이 살고 있다. 편충은 사람의 신체가 대장염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도록 돕기 때문에 그 수가 지나치게 줄어들면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데이빗 엘리어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같은 기능을 하는 돼지의 편충을 인위적으로 넣으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편충이 없어 생긴 대장염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우리 몸속에서 이유 없이 존재하는 기생충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의학적 활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숙주인 인간도 살고 기생충도 함께 살아가는 ‘공생충’이 되지 않을까.

 

<시사저널 주요 기사>

▶ 아이젠하워와 루스벨트, 그리고 안철수의 길

▶ 북한의 ‘젊은 김일성’, 새로운 길 찾나

▶ “북한 사람들, 미국 침공 걱정 안 해”

▶ ‘스타리그’, 마지막 불꽃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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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현상’의 진실을 아직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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