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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최동훈 감독,“욕망들끼리 부딪치는 지점을 좋아한다”

"찍을 때 배우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했고, 배우들도 몰입했다"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2.07.23(Mon) 21: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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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전영기
상업 예술인 영화에서 흥행과 비평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감독은 봉준호·최동훈·박찬욱 감독 정도일 것이다. 특히 최동훈 감독은 지난 2004년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이 2백만 관객을 넘겼고, 이후 <타짜>(2006)나 <전우치>(2009)는 6백만 관객 이상을 동원했다. 최감독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연출한 영화가 모두 도둑이나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했다는 점이다. 판타지 시대극인 <전우치>조차도 기둥 줄거리는 도난당한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놓고 쫓고 쫓기는 범죄물이었다.

그가 이번에도 전매특허인 범죄영화로 돌아왔다. <도둑들>(7월25일 개봉)이다.

“홍콩에서의 아이디어가 영화의 토대 돼”

그는 왜 범죄의 세계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최감독은 “범죄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속이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있다. 범죄자들은 일상에서도 연기를 하며 사는 사람이다. <범죄의 재구성>도 범죄 자체는 조금밖에 안 나온다. 자기들끼리 툭탁거리고 싸우는 영화이다. <타짜>도 선수들끼리 싸우는 영화이다. <도둑들>도 뭘 훔치느냐 하는 것은 미끼이다. 자기들끼리 다투는 얘기이다. 나는 서로의 욕망이 쨍 하고 부딪치는 지점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발화점은 홍콩이라는 공간과 세 마디의 문장이었다. “2007년에 홍콩에 처음 갔는데 여기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의 냄새가 났다. 이곳에서 어떤 남자가 한국과 중국의 도둑을 부른다. 그런데 오지 말아야 할 여자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마카오 박(김윤석)과 팹시(김혜수)라는 캐릭터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발화된 아이디어는 세 문장과 결합되면서 시나리오로 완성되었다. “메모장을 봤더니 그런 말이 써 있더라. ‘기적이 우리 전공입니다’ ‘남들 돈 벌었다는 얘기하지 마, 나 아니면 쓸데없어’ ‘도둑인데 그게 죄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유명 스타가 떼로 나오는 집단 도둑질 영화는 기시감이 든다. 당장 <오션스 일레븐>이 떠오른다. 최감독은 이에 대해 “애초에 나에게는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내가 찍으려는 영화는 <카사블랑카>에 더 가까웠다. 팹시와 마카오 박, 이국성, 낭만, 사랑, 배신, 음모…. 도둑이 모여서 팀이 되는 과정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하더라도 <오션스 일레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션스 일레븐>류가 어떻게 저 도둑질에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영화라면 <도둑들>은 ‘쟤네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럴까,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냐’라는 점에서 기본 전제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일단 그가 만들어낸 영화의 짜임새에 대해 시사회 반응은 좋은 편이다. 최감독 특유의 느물거리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입말이 살아 있는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이 호의적이다. ‘시나리오를 잘쓴다’고 하자 그는 “8개월 걸렸다”라고 답했다. 모든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그는 <범죄의 재구성>은 20개월, <타짜>는 13개월, <전우치>는 1년 걸려 썼다. “점점 쓰는 게 빨라지니까 다음 작품은 더 일찍 내놓을 수도 있다.”

“대중적인 액션 영화도 좋아하지만 클래식한 코미디도 좋아해”

   
영화 <도둑들> ⓒ 미디어플렉스 제공
그는 사실 국문과(서강대) 출신이다. 그의 말로는 대학 시절 글 쓰는 재주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군 제대 뒤인 1994년에 <펄프픽션>을 보고 나오면서 ‘내가 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고 시나리오 작가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국문과를 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가 줄 수 있는 무한한 매력 같은 것이 있다. 아직도 나는 이야기에 관심이 제일 많다.” 그때부터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전에도 출품하고 신춘문예에도 냈다. “계속 떨어졌다. 1년에 세 번씩 떨어졌다. 떨어질 만했으니까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 얼기설기 쓴 시나리오 10편이 큰 공부가 되었다.” 그때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는 ‘천박해 보여도 구어체를 쓰자’는 생각을 굳혔고 일반인도 ‘명언’을 많이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는 메모하는 버릇이 생겼다. <도둑들>의 아이디어도 그렇게 메모한 것이다.   

그의 영화 세계에서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그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시네키드를 양산한 동시상영관 세대라는 점이다. “재수한 90학번인데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간다고 하고 동시상영관을 두 곳씩 다녔다. <드레스투킬> <보디히트> <다이하드> <백 투 더 퓨쳐> <정전자>…. 그런 B급 영화가 내게 영향을 끼쳤다. 그때는 막연히 히치콕 같은 감독이 되고 싶었다.” 그가 영화 쪽 일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든 <펄프픽션>을 보고 난 소감은 “감독이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묘하게 흥분되었다”라는 것이다. 그도 영화를 탐식한 영화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대중적인 액션 영화도 좋아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빌리 와일더나 하워드 혹스의 클래식한 코미디도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뉘른베르크의 재판> 이야기를 꺼냈다. “스펜서 트레이시, 쥬디 갈란드, 몽고메리 클리프트, 막시밀리언 쉘 등 수많은 명배우가 나온다. 버트 랭카스터는 40분 동안 한마디도 안 하다가 6분을 이야기하는데….” 이 얘기는 <도둑들>에 김혜수나 김윤석,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 김해숙, 김수현, 신하균, 임달화, 이신제 등 주연급 스타가 한 번에 나오는 것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꺼낸 이야기일 것이다. 특히 김혜수는 출연 분량이 주연급임에도 다른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대사량이 적다. 그럼에도 존재감이 도드라진다. 

“촬영은 배우와의 연기 싸움일 것이다. 스토리에 대한 고민은 시나리오 작업 때 충분히 하는 편이다. 찍을 때는 배우보다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찍는다. 배우들도 캐릭터에 몰입해서 찍었고. 캐릭터를 다 살리기도 어렵고 해서 (스타급 연기자를 모두 출연시키는 것이) 바보짓이 아닌가 하기도 했는데 5개월 반 동안 몰입해서 찍다 보니 되더라.”

시사회에서 <도둑들>을 본 평단이나 기자들의 반응은 스타급 주연 배우만 10여 명을 캐스팅하면서도 배우의 유명세에 휘둘리지 않고 스토리와 캐릭터에만 집중한 그의 솜씨에 호의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배우들도 손해를 보지 않았다. 김혜수도 새로운 영역을 얻었고, 상품 광고 모델로 소진되던 전지현도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되는 이 영화에 홍콩 스타 임달화가 출연하고, 마카오 최대 카지노가 선뜻 공짜로 촬영 장소를 내주었다. <도둑들>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주목받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덕분에 <도둑들>은 올여름 흥행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대표주로 떠오르고 있다. <도둑들>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흥행 대결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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