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발전·축전 융합한 솔루션 사업 박차”
  • 이철현 기자·정리│윤명진 인턴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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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삼성SDI 대표이사 / “리튬전지·자동차용 전지·ESS 부문까지 1위 달성할 것”

©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삼성그룹 신수종 사업 두 가지를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이다. 삼성SDI가 의욕적으로 벌이는 2차전지와 태양광 사업은 그룹의 미래이기도 하다. 박상진 삼성SDI 대표이사는 그룹의 미래로 손꼽히는 신규 사업 영역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셈이다. 박사장은 한때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업체였던 삼성SDI를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바꾸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7월19일 박상진 대표이사를 만나 2차전지와 태양광 산업의 현황과 함께 삼성SDI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삼성SDI가 새 비전을 발표했다. 핵심 전략과 목표는 무엇인가?

삼성SDI의 비전은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Smart Solution for a Green World)’이다. 발전과 축전의 융·복합을 통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제품 구조를 기기에서 솔루션으로 확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리튬전지 사업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자동차용 전지 시장과 ESS(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 부문까지 독보적인 1위를 달성하고자 한다. 2015년 매출 10조원, 2020년 매출 24조원을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로존 재정 위기 탓에 영업 환경이 많이 나빠졌나?

어렵다. 유로존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옮겨붙어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전자제품이 팔리지 않는다. 오로지 스마트폰만 팔리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아이폰5가 조만간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기존 스마트폰이 팔리지 않는다. 아이폰5 대기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 제조업계도 재고가 늘어나 난감해한다. 하지만 아이폰5가 나오면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RT와 PDP 같은 디스플레이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대부분 2차전지에서 나온다.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

산업의 변화에 점진적으로 맞춰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으니 당분간 그대로 갈 예정이다. PDP가 액정표시장치(LCD)가 나오면서 죽을 것이라고 다소 성급한 판단이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3차원 영상(3D) 기술이 나오면서 PDP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PDP가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사용하다 보니 3차원 영상 구현에 LCD보다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PDP는 LCD와 달리 동영상이 빨리 움직일 때 잔상이 남지 않는다. PDP 사업 부문 경쟁사들이 사업을 접으면서 삼성SDI의 시장 점유율이 50%까지 높아졌다. 시장이 좁아들고 있지만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매출은 유지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은 어디까지 진척되었나?

업계 사정은 알려진 대로 좋지 않다. 태양광 수요는 늘어나고 있으나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서 생존 경쟁이 심해졌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보조금 2백억 유로가량을 자국 태양광업체들에게 지원했다. 이로 인해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단기간에 장악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터지자 독일과 이탈리아가 보조금을 줄였다. 이로 인해 태양광 산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졌다. 중국 업체들이 먼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 와중에 미국 솔린드라와 태양광 산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큐셀도 망했다. 미국은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반덤핑 제재에 들어갔다. 유럽도 중국에 대해 반덤핑 제재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상당수 업체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익 구조를 맞추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수지 균형을 맞추려면 2년은 걸린다.

태양광 산업 분야에서 삼성SDI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박상진 삼성SDI 사장(오른쪽 두 번째)이 생산 현장에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삼성SDI 제공
삼성전자로부터 태양광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보니까 폴리실리콘에 기초한 사업으로는 수익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 태양광 산업은 실리콘 원석부터 잉곳, 모듈, 세트, 발전 설비 건설까지 수직 계열화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삼성SDI는 모노실리콘에 기초한 박막형 태양광전지 사업(CIGS)에 집중하고 있다. 유리 기판 위에도 특수 물질을 입힌 후 그 위에다 태양광전지 셀이나 모듈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폴리실리콘보다 생산 단가가 낮다. 태양광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낮은 것이 흠이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약점마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박막형 기술은 공정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나 하지 못하는 기술이다. 삼성SDI는 LCD나 PDP를 개발·양산하면서 유리판 위에 회로로 구현하는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 분야는 중국 업체가 따라오기 어렵다. 2014년 하반기에는 박막형 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나?

ESS 부문은 이미 영업을 시작했다. 자동차용 전지와 차이가 없다. 자동차 전지에 4종이 있는데, 용량이 가장 큰 것을 ESS로 활용한다. ESS는 시장이 빨리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지진 탓에 전력망이 고장 났어도 태양광 발전을 하는 집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산한 전기를 기존 전력망을 거쳐야 하는 탓에 사용하지는 못했다. 당시 ESS가 있었다면 전력망 고장과 상관없이 배터리에 저장해서 전기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ESS를 보급하면 4백56㎿를 절약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2기가 만들어내는 발전량과 같다. ESS를 보급하면 (원전에) 투자하지 않고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만, 산업 기반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ESS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우리가 앞서 나가야 한다.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표준화에 앞서 나가면 전 세계 표준화 작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삼성SDI 대표이사로서 인재를 선발하고 운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국내와 해외 지사에 각각 7천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국내외 생산 현장에 가서 임직원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돈은 빌려올 수 있으나 인재를 빌릴 수는 없지 않은가. 사업 환경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가 절실하다. 삼성SDI가 전 세계에서 경쟁하다 보니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도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조건에, 소통 능력까지 뛰어나면 금상첨화이다. 이러한 인재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해 한 방향으로 기업을 이끄는 것이 리더십 아니겠는가.

리더십의 근간은 무엇인가?

솔선수범이다. 국내외 현장에 자주 다닌다.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이 있다.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올바로 결정할 수 있다. 얼마 전에 거족거이(巨足巨耳)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부지런히 다니고 많이 듣자는 뜻이다. 일주일에 5~6번은 국내 생산 현장에 다닌다. 한 달에 열흘은 해외 생산 기지를 방문하거나 거래업체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외국에서 보낸다. 올해 상반기 동안만 해외 출장으로 비행한 거리가 25만㎞나 되었다. 지구를 다섯 바퀴 돈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얼마 전부터 아침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위기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얼마 전 유럽에 다녀오고 나서 불현듯 아침 일찍 출근했다. 예기치 않은 아침 출근이라 임원 상당수가 아침 일찍 부리나케 나와야 했다.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다. 사업 환경이 격변할 때 이회장이 방향을 튼다. 신경영, 창조 경영, 디자인 경영이 대표 사례이다. 요즘에는 앉으면 인재에 대해 말한다. 인재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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