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한류’ 이끄는 위풍당당 토종 브랜드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2.07.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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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치킨은 ‘프랜차이즈 업계의 삼성전자’를 꿈꾼다. 지금은 맥도날드의 아성을 넘지 못하지만 2020년까지 세계 각국에 5만개의 매장을 열어 맥도날드(3만개)를 따돌릴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1등 브랜드를 향해 달려가는 한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적지 않다. 한국 지사가 외국 본사를 인수해 세계에 진출하거나, 처음부터 내수 시장 대신 해외 시장을 겨냥한 토종 브랜드도 있다. 외국에 한두 개의 점포를 내고 해외 진출했다고 떠들던 과거와 달리 철저한 사전 준비로 각국에 깃발을 꽂아나가는 업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사장과 스무디킹 미국 매장(왼쪽). 정우현 MPK그룹 회장과 미스터피자 베트남 매장(오른쪽).

스무디킹이라는 미국 브랜드가 있다. 과일에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을 첨가한 과일음료(스무디)를 파는 이 업체는 설립된 지 40년 만에 한국 지사에 인수되었다. 이 브랜드를 처음 국내로 들여온 김성완 스무디즈코리아 사장(41)은 지난 7월9일 미국 본사를 인수했고, 스무디킹은 토종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유학하던 김사장은 스무디킹을 접했고, 2003년 서울 명동에 첫 점포를 냈다. 현재 전국에서 1백40개 매장으로 늘렸는데, 서울 영등포에 있는 매장은 연 매출 20억원으로 전 세계 스무디킹 매장 7백개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창업주 스티브 쿠노 회장은 최근 김사장의 마케팅 능력을 인정해 본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김사장은 “미국 5백50개 매장을 포함해 5개국에 7백여 개의 매장이 있는 스무디킹은 연 매출 2천억원의 업체이다. 그 회사 회장이 본사를 맡기면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넓혀달라고 했다”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진출국에 맞는 메뉴·마케팅 개발이 관건

김사장은 미국 내 매장 수를 1천5백개로 늘리는 등 2017년까지 싱가포르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모두 2천개의 점포를 낼 계획이다. 그는 “무조건 매장만 늘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각국 입맛에 맞는 메뉴와 마케팅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고전하다가 무료 시음, 다이어트 음료를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커피 하면 스타벅스가 떠오르듯 스무디킹을 과일음료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도 한국 지사가 일본 본사를 인수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브랜드이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64)은 10여 년 동안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업을 하다가 1990년 서울 이화여대 근처에 미스터피자 가맹점을 내고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정회장은 국내 1등 브랜드로 만들 목표를 세웠고, 2008년 매장을 4백개로 늘려 업계 1위였던 피자헛을 따돌렸다. 2010년 결국 일본 본사까지 인수한 정회장은 세계 1위를 목표로 삼고 올해를 세계화 원년으로 잡았다. 정회장은 “이미 2000년에 진출한 중국에 당분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 23개 매장이 있는데 2015년까지 1천개로 늘릴 것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인지도를 쌓았기 때문에 지금이 확장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정회장은 2000년 초반부터 일본을 제외한 세계 판권을 인수한 터였다. 2007년에는 미국에도 점포를 내두었다. 그는 미스터피자를 홍콩 증시에 상장해 세계적인 외식업체로 키울 생각이다. 그는 “기름기를 뺀 수타 피자, 석쇠에 굽는 석쇠 피자 등으로 현지인의 입맛을 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기법을 전수하는 사업이어서 사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중국의 문화·소비 성향은 중국인이 가장 잘 안다. 그래서 한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학생을 채용해 관리자로 교육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미스터피자 점포를 책임지는 관리자 노릇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도우(밀가루 반죽)를 만드는 과정이었고, 앞으로 토핑을 올려 세계 1등이라는 피자를 굽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국내는 포화…“해외 진출, 선택 아닌 필수”

강훈 KH컴퍼니 대표와 망고식스 서울 매장. ⓒ 망고식스 제공
토종 브랜드의 외국 시장 진출도 활발하다. 특히 처음부터 내수 시장보다 외국을 겨냥해 설립한 업체가 두각을 보인다. 디저트 카페라는 개념으로 만든 망고식스라는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해 4월 국내에 첫 점포를 낸 이 업체는 6개월 만에 40개 매장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브랜드를 만든 강훈 KH컴퍼니 대표(45)는 “창업할 때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삼고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각국에 있는 교포가 아니라 현지인에게 인정받는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강대표는 1992년 신세계에서 근무하면서 스타벅스 국내 입점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할리스커피를 창업했으며, 카페베네의 임원으로 일하면서 커피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 실력을 해외 시장에서 발휘하고 싶은 것이다. 오는 8월과 9월에 러시아와 미국에 가맹점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 올 하반기에는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도 점포를 낸다. 그는 “2013년에 국내 3백개, 외국에 3백개 등 모두 6백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한 국가에 집중하지 않고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문을 연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스타벅스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0년 국내 매장 수에서 이미 스타벅스를 넘어섰고, 현재 8백개 매장으로 불어났다.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스타벅스를 제칠 계획이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45)는 북카페 문화를 무기로 삼았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 광장에 1호점을 냈다. 하루 평균 1천5백명 이상의 뉴요커가 들른다. 그는 “테이크아웃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한국식 카페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책 3천권을 비치해 매장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뉴요커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와 카페베네 뉴욕 매장. ⓒ 카페베네 제공
김대표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올해 중국에 3개 매장을 동시에 개점하고, 일본,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도 가맹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회사와의 협력 계약을 마치면서 중동 5개국 진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대표는 “3년 내에 중국에서 1천5백개 매장을 열고 중국에서도 스타벅스를 뛰어넘을 계획이다. 또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에서 5년 내에 100개 매장을 확보할 것이다. 중동 진출은 단순히 커피뿐 아니라 한류를 비롯한 문화와 경제적 협력 등 여러 방면에서 교류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간 95조원 규모로 커진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3천여 개의 브랜드가 있다. 이 중에 외국으로 진출한 브랜드는 96개이다. 1970년대에 태동한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발전했고, 해외 진출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가시화되었다. 2010년부터는 정부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김연건 지식서비스사업단 과장은 “한국에는 3천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31만개 점포를 두고 있다. 인구가 한국보다 많은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이다. 외국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얼마든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수년 내에 세계 100대 프랜차이즈에 최소 3개의 국내 브랜드를 진입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오피스천국 인도네시아 매장. ⓒ 오피스천국 제공
한준섭 오피스천국 대표(45)는 2000년 잉크천국이라는 브랜드로 프린터 재생 잉크 사업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였고 2009년 미국에 가맹점을 내면서 해외로 진출했다. 미국, 호주, 중동, 아프리카 등 8개국에 2백60개 가맹점이 있다. 올해 세계 5개국에 추가로 매장을 내면서 5백만 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피스박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사무 업무를 해결할 수 있는 가맹점 사업의 영역도 외국 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나가려는 후발 업체에 해줄 말은 무엇인가?

현지 사정을 꿰뚫어보아야 한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도 실패한 업체를 보면, 해외 진출을 일개 사업부가 담당했다. 미국에서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출이 1조원이 넘을 정도이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의 일개 부서가 덤비면 백전백패한다. 회사 전체가 해외 시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해외 시장 개척은 부담스럽다. 어떻게 해결했나?

코트라나 지식경제부 등 정부 기관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관이 외국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현지 법률, 마케팅 방향 등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사장이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 직접 뛰어야 한다.

왜 사장이 나서야 하는가?

직원이 보는 눈과 사장이 느끼는 감각은 다르다. 현지 협력사를 선정할 때에도 사장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당하기가 십상이다. 사장인 나도 한때 낭패를 본 적이 있는데, 직원에게 해외 진출 사업의 일부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요거베리·볼리비아 매장. ⓒ 요거베리 제공
후스타일은 요거트를 파는 요거베리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체이다. 김진석 대표(46)가 2005년 창업해 현재 국내에 30개, 미국에 35개 등 전 세계 11개국에 1백50개 매장이 있다. 요거트를 만드는 재료는 이탈리아산이 최고급인데 비싸서 가격 경쟁력이 없다. 이 업체는 재료를 직접 개발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가맹점 외에 원재료 판매로 수입이 안정적이다.

해외 진출은 얼마나 준비했나?

창업할 때부터 10년 계획을 세웠다. 한 국가에 30개 점포씩 모두 30개 국가, 즉 1천개 점포가 목표이다. 현재 미국, 중국, 두바이, 브라질 등 15개국에 1백50개 매장이 있는데, 진출 국가가 늘어날수록 매장 수 증가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중국 인구의 1%만 공략해도 대박이 난다는 식으로 무작정 중국에 진출하는 업체가 있는데, 무모한 일이다. 현지 협력사 발굴, 협상 방법, 심지어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방법까지도 계획해야 한다. 최소한 5년간은 계획한 후 실행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매장 수를 늘리는 가속도를 어떻게 붙일 수 있나?

거점 영업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중동 시장이라면 두바이를 공략하고, 남미라면 브라질을 공략하는 것이다. 핵심 도시를 공략하면 주변 지역은 물론 인근 국가에서 문의가 들어온다.

협력사를 발굴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는 세계 각국의 기업 2세를 노렸다. 예를 들어 중동·동남아 국가의 대기업 2세들은 영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를 받는 특징을 잡았다. 그래서 현지 영화관과 제휴하고, 골프 대회를 후원하면서 그들과의 접촉을 계속 시도했다. 브랜드가 노출될수록 그들은 관심을 둔다.

해외에 진출하고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업체들도 적지 않은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지 협력사와의 협상에서 차포 다 떼어주는 업체가 많다. 흑자를 못 보더라도 외국으로 진출하자는 욕심 때문이다. 협상할 때 나는 5가지 안전장치를 만들어둔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을 2~3년으로 짧게 제시하면 상대측에서 기간을 늘려달라고 한다. 기간을 늘려주는 대신 나는 입지 선정권을 받아낸다. 이런 식으로 손해를 보지 않고 우위를 점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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