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기 움직임 물밑에서 꿈틀꿈틀
  •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 승인 2012.07.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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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술 관료 외국 파견 등 개혁·개방 위한 터 다지기 나서 군부 등의 반발과 국제 사회의 제재부터 제거하는 것이 과제

2011년 9월2일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 특구에서 일터로 출근하는 북한 주민들. ⓒ AP 연합
과연 ‘김정은 체제’ 북한의 경제 정책에 변화가 임박한 것일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보수적인 군부의 그늘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김비서가 직면한 최대 난제가 경제 회복 혹은 주민 생활 향상이고, 이를 위해 개혁·개방이 불가피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 내 절대다수의 민심은 개혁·개방을 통해 식량과 전기 부족 문제만큼은 해결해보자는 쪽으로 모아진다.

김비서의 최근 행보들을 지켜보면 그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러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만,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과거와 같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치들이 아닌 실질적인 조치들을 준비하고, 적어도 한동안은 물밑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기술 관료와 학자, 기업인 그리고 일반 근로자들을 중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 보내 전문 실무 지식을 습득하고, 견문을 넓히게 하거나,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당의 요직을 맡기는 조치들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김정일 시대에도 부분적으로 볼 수 있었던 현상이기는 하나, 최근 김정은 비서의 잇단 파격 행보들의 연장선에서 보면 아버지와는 다른 경제 정책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개혁·개방으로의 방향 전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질까. 얼핏 보아도 걸림돌이 만만치 않은 듯하다. 대내적으로 우선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아버지 김정일이 남긴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 등의 사상적 유훈들을 개혁·개방 정책들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제2 경제에 투입하고 있는 막대한 자원들을 부분적으로라도 민생 경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군부와의 긴장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이다. 최근 리영호 실각을 신호탄으로 김정은이 인민군 내의 강경파를 치면서 경제 개혁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두고 보아야 할 대목이다. 또한 개혁·개방 조치는 필연적으로 그동안 각종 독과점 권리 등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온 특권층의 기득권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이들의 반발과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개혁·개방 과정에서는 다루기 힘든 난제들이다.

일단은 제한적·임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유엔 등 국제 사회가 부과한 각종 제재 조치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는 핵문제 해결 국면을 만들어나가면서 한국,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 정상화 추진을 의미한다. 김정은 비서가 내부적으로 아무리 전향적인 개혁 조치들을 내놓는다 해도 외부로부터의 안정적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안팎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정은 비서가 현재와 같은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개혁·개방 조치는 제한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만 의존해 교역 규모를 늘리고, 경제 특구라는 제한된 영역 내에서 각종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비서는 첨단 과학기술에 기초한 지식 기반 경제 건설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제재 조치 안에서는 큰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개혁·개방을 통해 주민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김비서의 의지와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국제 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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