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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기술, 개인이 넘겼나 기업 차원에서 빼냈나

검찰,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유출 혐의로 LG·삼성 양사 직원 11명 기소…해외 유출은 간신히 막아

이철현 기자 ㅣ lee@sisapress.com | 승인 2012.07.29(Sun) 23: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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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 있는 삼성SDI 사의 디스플레이 생산 현장에서 직원 두 명이 아몰레드 생산 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 EPA연합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사이에 불거진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논쟁이 법정 다툼으로 비화했다. 수원지방검찰청 공판부 소속 이치현 검사는 지난 7월13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연구 담당 임직원 11명을 기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전직 연구원 다수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빼내 LG디스플레이 임직원에게 넘겼다’는 것이 기소 요지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자리를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에서는 기술의 우위를 차지하고자 출혈 경쟁을 감수했다. 이제 OLED 영역까지 넘어오면서 두 업체 사이 경쟁은 ‘산업 첩보전’으로까지 변질되고 있다.

중국 업체 입사 희망한 전 삼성 연구원

경기경찰청 산업유출수사대는 지난해 10월 ‘조 아무개 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연구원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ㅂ사 인사담당자와 접촉해 국내 업체 OLED 기술을 넘기는 조건으로 입사를 타진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조 전 연구원은 지난해 11월28일 일본 디스플레이 기술업체 관계자에게 ‘국내 기업과 뜻이 맞지 않아 중국으로 눈을 한번 돌릴까 생각 중이다. 나 정도 스펙이면 중국에서 고가에 팔리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조 전 연구원은 같은 날 해당 중국 업체 인사담당자에게 ‘조건이 맞으면 입사하겠다는 의사를 고위 결정권자에게 전달해달라’는 요지의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생산 현장에서 직원들이 갓 생산된 LCD 유리기판을 들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제공

이숭용 경기경찰청 산업유출수사대장은 “당시 국내 업체가 보유한 OLED 첨단 기술이 중국과 타이완 업체로 유출될 위험이 있다고 인지하고 서둘러 수사에 착수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참고인 내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현직 연구원을 소환하기 전까지 양사는 수사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재부 삼성디스플레이 커뮤니케이션 담당 상무는 “경찰이 당시 연구원 다수를 소환하고 OLED 기술에 대해 문의하기 전까지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기술 유출은 임직원 이직이나 배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OLED 기술 유출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업유출수사대는 조 전 연구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SMD 통합) 전·현직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간부 다수가 연루된 사실을 파악했다. 조 전 연구원은 지난해 4월 한때 함께 일했던 장 아무개와 강 아무개 SMD 설비개발팀 연구원을 통해 패널 증착 설비 개발 내용과 패널 증착 과정에서 채택된 자기 부상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다. 패널 증착은 화합물을 얇은 판 표면에 바르는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으로, 진공 용기 속에서 금속이나 화합물을 가열·증발시켜 기판 위에 흘리고 열 분해 과정을 거쳐 다시 고체로 굳히는 기술이 요구된다. 또,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는 김 아무개와 박 아무개 SMD 설비개발팀 연구원을 통해 증착 공법 관련 기술 개발 정보를 잇달아 빼냈다.

조 전 연구원은 이렇게 빼낸 증착 기술 관련 정보를 지난해 10월 박 아무개 LG디스플레이 연구담당자에게 건넸다. LG디스플레이에 임원으로 입사하는 것이 대가였다. 기술 유출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SMD 연구원 두 명은 지금 LG디스플레이 OLED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당시 LG디스플레이가 입사를 차일피일 미루자 조 전 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중국 업체에 입사를 타진한 것이다. 조 전 연구원은 입사 조건을 협의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 업체에 건네려 했다. 산업유출수사대는 중국 업체에 해당 기술이 넘어가기 전에 조 전 연구원을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조직적 개입 정황 포착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15인치 OLED 패널. ⓒ LG디스플레이 제공
산업유출수사대는 지난 4월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원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사건 정황을 파악하자마자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있는 LG트윈빌딩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혐의 사실이 덧붙여졌다. LG디스플레이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기술 유출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신 아무개 LG디스플레이 인사팀장이 지난해 5월 조 전 연구원에게 자사 OLED 사업 전략 담당 임원과 팀장을 소개했다. 검찰은 ‘조 전 연구원이 지난해 6~11월에 빼낸 대형 OLED TV 생산 과정과 양산 설비 현황을 신팀장이 소개한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전략팀 임직원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하는 야스의 임원에게도 패널 증착 기술 정보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심재부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LG디스플레이 핵심 부서의 고위 임원과 주요 간부, 협력업체 고위 임원이 무더기로 기소되었다. LG디스플레이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정보를 빼낸 정황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승아 LG디스플레이 사내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관계 확인과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하느라 아직 밝힐 것이 없다. 자료를 받은 임직원도 자료 수수 여부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법정 다툼에서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연구원이 넘긴 자료가 산업 기밀인지’와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기밀 유출을 요청한 것이냐’이다. 조 전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전략팀 임직원에게 SMD의 자기 부상 장치 구조도와 플라즈마 세정 장비 사진을 비롯한 자료 3건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승아 LG디스플레이 소속 변호사는 “자기 부상 장치 구조도는 대충 그린 것이라 구조도라고 하기에 미흡하다. 플라즈마 세정 장비 사진도 디스플레이업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라 해당 자료를 산업 기밀이라고 하기에는 논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재부 상무는 “자기 부상 개념 자체가 기밀이었다. 기밀 유출을 우려해 특허 신청도 하지 않았다. 플라즈마 세정 장비 사진도 유출되지 말아야 할 기밀이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측은 ‘조 전 연구원에게 해당 자료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변호사는 “LG디스플레이는 조 전 연구원에게 자사 증착기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그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SMD 자료를 알아서 보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이 기술 유출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전략 담당 임직원은 조 전 연구원이 SMD에서 일하면서 얻은 개발 경험과 정보에 기초해 자사 증착기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요청했다. 부정 이익을 얻고 SMD에 손해를 끼치고자 SMD의 영업 비밀을 취득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재판 결과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실정법은 기업 정보 유출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6~10년 기술 유출 혐의로 기소된 9백72명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이는 42명(4.5%)에 불과했다.

미국은 산업 스파이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 소속 연구원이 지난 2008년 경쟁 업체인 AMD로 이직하면서 인텔 내부 보고서를 빼냈다. 이 연구원은 최고 20년형을 선고받을 처지에 있다.

국내에서도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19대 정기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 국회의원 3명이 ‘산업 기술 유출 방지와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김도읍·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국가 산업 핵심기술 유출 사범에 대해 5년 이상 징역형과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거나 5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원을 공개하자’는 요지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도 산업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징역 7년 이상이나 벌금 15억원 이하’로 강화하자는 요지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인 OLED 기술을 지켜야 하는 이유 

전 세계 디스플레이업체가 호시탐탐 노리는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이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손꼽힌다. 얇은 유리판에 유기화학물질을 입힌 뒤 전기를 흘려보내면 빛이 나는 성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이다. 화합물 성질에 따라 전기가 들어오면 빨강, 파랑, 초록이라는 빛을 낸다. 따로 빛을 내는 장치를 디스플레이 뒷면에 부착하는 것과 달리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화합물을 사용하는 터라 디스플레이 패널의 두께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OLED의 원천기술은 미국 코닥이 처음 개발했다. 일본 디스플레이업체가 2000년대 초까지 상용화에 나섰다. 수명이 지나치게 짧고 생산 과정에서 불량률이 높아 상당수 일본 업체가 상용화에 실패했다. 일본 업체는 포기했다. OLED 상용화에 성공한 업체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삼성디스플레이에 통합)였다. 삼성전자가 OLED를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채택하면서 SMD는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8%를 장악했다. 얼마 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를 대형 TV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OLED 기술은 일본, 미국, 유럽보다 6년 넘게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 보니 국내외 디스플레이업체마다 경쟁 업체로부터 OLED 기술을 빼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지난 6월27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스라엘 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몰래 빼내려 했다’고 발표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세계 최초 55인치 TV용 OLED 핵심 기술이 산업 스파이에 의해 해외로 유출되면서 연구개발비 손실 규모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9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 OLED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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