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의원 "본선에서 안철수와 맞서려면 내가 나서야"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2.08.0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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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하러 나가는데 2등 하겠다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흔히 ‘1강 4약’이라고 한다.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 주목을 덜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강세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나머지 네 명의 후보들에게는 ‘차차기’를 위한 2위 다툼이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이다. 경남도지사 출신의 재선 김태호 의원이 대권 도전에 나서자 당 안팎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의 2위 다툼이 볼만해졌다”라는 얘기가 나왔다. ‘포스트 박근혜’를 다툰다는 뜻이다. 김의원은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오로지 1등만이 목표이다”라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김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8월2일 오후, 때마침 ‘새누리당 공천 헌금’ 파문이 터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파문이 터졌다. 지금의 대선 후보 경선과 향후 대선 국면에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겸허해야 한다. 마치 권력을 다 잡은 듯이 자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기존 정치권의 이런 오만한 행동들로 인해 국민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보나?

아직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해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개인보다는) 정치권 전체의 위기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낡은 정치 틀’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깨뜨려야 한다.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김의원의 대선 후보 경선 출마에 대해서 박근혜 전 위원장의 ‘페이스메이커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박 전 위원장측에서 김의원의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위원장측의 강력한 출마 권유라는 말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누구에 의해 퍼졌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잘못된 말이다. 그런 권유를 받은 적이 없다. 2등 하려고 경선에 나서는 것이 아니다. 싸움을 하러 나가는데 2등 하겠다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 지금껏 다음을 바라보고 도전한 적이 없다. 민심이 김태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해 도전한 것이다.

당초 불출마를 고려했다가 다시 출마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과연 내가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 자신이 그런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의 낡은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대한민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통해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분노를 기쁨의 미소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출마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는 김의원의 출마에 대해 사실상 ‘차차기’를 노린 출마가 아닌가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페이스메이커를 하기 위해 나왔다면 차차기를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 맞을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출마의 진정성이 정치공학적 시각에 의해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차기라는 말이 자꾸 나오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게 평가할 만한 대통령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공과가 있고, 현직에서 최선을 다하셨다고 믿지만, 그중에서도 김영삼 대통령을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다. 대통령 재임 당시 그분의 포용력, 권한과 책임의 분명함, 추진력과 결단력은 지도자로서 좋은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혹시 롤 모델로 삼고 싶은 대통령 혹은 정치 지도자가 있다면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영국의 젊은 보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높게 평가한다. 젊은 나이에 보수당의 당수에 올라 보수의 개혁을 부르짖으며 보수의 기치를 높였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며 강력한 개혁을 통해 하나의 영국으로 뭉치게 하는 그의 정치력은 젊은 지도자의 훌륭한 본보기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김의원을 ‘리틀 MB’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런가? 그렇게 불리는 줄 몰랐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처럼 추진력 있게 일을 밀고나간다는 평은 들어본 적이 있다. 모든 정권에는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절차상 오점은 있으나 4대강 사업 추진, 금융 위기 속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점, 한·미 동맹 복원 등 큰 차원에서 큰일을 잘 해냈다고 본다. 하지만 정치를 멀리하고 소통 부족으로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지 못한 점은 문제가 있다.

4대강 사업을 말하셨는데, 김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지 않나?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점은 분명한 과오이다. 또한 서민들에게 일자리 제공 등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한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홍수 대책과 수질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경남의 경우 장마 또는 집중호우로 낙동강이 범람해 인근의 많은 농민이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입어왔다. 이러한 홍수 재해 방지와 갈수기 수질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4대강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최근 박근혜 전 위원장이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다. 쿠데타가 아니다. 이런 주장에 국민의 50%가 찬성하고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는데.

박 전 위원장이 공사 구분을 잘 못하시는 것 같다. 모든 역사에는 공과가 있다. 당연히 훌륭한 업적과 공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딸로서의 평가가 있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지도자로서의 평가가 있다. 지도자의 필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역사 인식이기 때문이다. 5·16은 분명 쿠데타이다. 박 전 위원장의 ‘50% 찬성’ 주장은 역사 인식 부족이며 고집일 뿐이다. 그런 모습이 불통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과 비교적 가까웠던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고, 한때는 ‘친박’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해 평소 어떤 느낌을 갖고 있나?

박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많은 역할을 하신 분이다. 그의 장점도 원칙이고, 단점도 원칙이라고 본다. 원칙과 신뢰 이미지는 지도자로서 큰 강점이기는 하지만 그런 원칙들이 편의적으로 적용되는 흔적이 있다. 자기 유불리에 따라서 바뀐다는 것이다. 원칙이라는 것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불리하면 안 하고 유리하면 하는 식으로 이해되면 곤란하다. 이른바 편의주의적 원칙으로 비치면 그것이 오히려 단점이 된다. 자신이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고 하더라도 당을 소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나?

박 전 위원장이 현재 당내에서 가장 유력한 본선 후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과연 본선에 나가 야당 또는 안철수 원장 같은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한다. 안원장의 TV 출연 한 번, 안원장의 책 한 권에 우리가 대세론이라 생각했던 것이 휘청거리며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 인식의 부재, 사당화 등의 문제로 지지율의 확장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하기 정치를 해야 한다. 경선만 생각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선 본선을 위한 표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 그렇다.

만약 이번 경선에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향후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운동을 도울 용의가 있나?

우리 당 후보들은 모두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경선 이후 본선 후보가 누가 되든 모두가 합심해서 도와야 한다. 거기에 김태호도 예외는 아니다. 박 전 위원장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채울 것이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확실하게 지적할 것이다.

김의원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는 지난 2010년 8월의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의 낙마 경험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내가 참 많이 어리석고 부족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40년 만에, 40대 국무총리이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욕심도 생겼고, 뭔가 완벽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과 아픔을 드렸던 것 같다. 민심을 바다에 비유하지 않나? 그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되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10대 공약

1. 도로 공개념, 탄소세 도입으로 Green & Clean Korea 실현

2. 교사 계약제 도입, 자질 부족 교원 퇴출

3. 공공 부문 고용 시스템 개선, 전문직ㆍ개방직 대폭 확대

4. 동일 노동ㆍ동일 임금을 위한 사회대협약 추진

5. 불공정 거래 직권 조사 제도 도입

6. 중소업종ㆍ골목상권 지키기 위한 적용

7. ‘창업지원청’ 설립으로 청년 도전 기회 확대

8. 공공 기관 재건축을 통한 ‘신개념 복지타운’ 건설

9.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경제 교류 협력 병행 추진

10.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및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도입


 
 


김태호 의원의 최대 강점은 친화력이다. “김의원이 모시는 형님과 아버지가 1천명은 넘을 것이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남도지사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경남이다 보니 지역 출신 정치인들과 가깝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이주영·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김무성·김학송 전 의원 등과 가깝다. 그는 정두언 의원과도 남다른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후 당·정·청 쇄신 국면에서 김의원에게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한 사람도 정의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원도 김의원을 향해 “잠재력이 상당한 정치인이다”라고 호평하고 있다. 김의원은 정의원을 통해 당시 한나라당 시절 중도 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 구성원들과 가까워졌는데, 진수희·정태근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김의원의 핵심 측근으로는 안상근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와 최기봉 보좌관이 좌우에 포진해 있다. 김의원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안 전 부지사는 김의원의 서울대 농업교육과 1년 후배로 대학시절부터 함께 자취를 했다. 1992년 14대 총선 때 이강두 당시 민자당 후보 보좌관으로 있던 안 전 부지사가 김의원을 정치권에 끌어들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보좌관은 김의원의 경남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의원이 거창군수로 지내던 시절 그는 군청 직원으로 있었는데 이때 두 사람이 처음 만났다. 최근까지 김의원의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보특보를 맡고 있는 김민수 보좌관이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경남도지사 시절 도정 자문을 위해 구성된 ‘뉴경남포럼’의 구성원들도 한때 김의원의 멘토 자문 역할을 했다.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 조무제 울산과기대 총장,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 김동진 CNS테크놀로지 대표 등이 당시 멤버들이었다.

김의원의 팬클럽으로는 ‘호작소모’가 있다. ‘김태호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모임’의 준말로, 회원은 30명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가족과 같은 끈끈한 결속력과 충성도를 자랑한다는 전언이다. 그 밖에도 김의원과 7촌지간으로 알려진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씨와 배우 정준호씨 등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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