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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잔치에 뒷심 보탠 재벌 후원

주요 종목 협회장 맡거나 물질적 지원하며 올림픽 선전에 한몫…정부는 세제 혜택으로 뒷받침

김진령 기자 ㅣ jy@sisapress.com | 승인 2012.08.08(Wed) 00: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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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회장(가운데)이 7월18일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핸드볼 국가대표팀 출정식’에 참석해 선수단 대표의 결의문 낭독을 듣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림픽 기간 중 텔레비전에 두 번 출연했다.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과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전이다. 선수들은 금메달을 확정 지은 직후 관람석으로 달려가 정의선 부회장과 함께 우승 세레모니를 펼쳤다. 정부회장은 선수들의 포옹을 받을 만하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1985년부터 1997년까지 양궁협회장을 지냈고, 그 이후 계속 현대차 쪽의 인사가 양궁협회장을 맡다가 2005년에 정의선 부회장이 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에 3백억원대의 현금 지원은 물론 현대모비스에 여자 양궁단을,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운영하면서 한국 양궁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양궁의 세계 경쟁력과 현대차그룹의 후견인 역할은 한국 스포츠계의 현실이자 경쟁력이기도 하다. 국가에서 비인기 종목의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발굴하고 교육시키면 재벌 그룹이 이들의 물질적 토대를 후원해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기에 전념할 수 있는 일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계의 최대 후원자이자 국내 유일의 올림픽 공식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런던올림픽 수영 경기장에 나와 박태환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11개 종목 19개팀을 운영하고 있고, 이 가운데 여덟 개 팀이 비인기 종목이다. 

이건희 회장이 학창 시절 레슬링을 한 인연으로 레슬링협회장을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직접 맡아 집중 후원하기도 했다. 이회장은 이후 레슬링협회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삼성은 2000년대 부터는 이회장이 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좀 더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아마스포츠의 기본인 육상과 빙상에 그룹 전문 경영인을 협회장으로 투입하면서 전체 스포츠계를 좌지우지하는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3위 재벌인 SK는 이번 런던올림픽 최대 수혜주라고 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집중적인 후원을 약속한 핸드볼과 펜싱, 수영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핸드볼협회장을 맡고 있는 최회장은 지난해 4백34억원을 들여 올림픽공원에 SK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완공해 핸드볼계의 20년 묵은 숙원을 풀어주었다. 또 올 초에는 해체 위기에 몰린 용인시청 팀을 인수한 후 SK루브리컨츠로 재창단해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여자 핸드볼팀은 런던올림픽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팀에 눈물을 안겼던 덴마크를 잡고 노르웨이와 비기는 등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지연의 여자 사브르 금, 여자 플뢰레 단체 동, 정진선의 남자 에페 동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펜싱도 SK가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펜싱을 지원해온 SK에서는 2009년부터는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다. 펜싱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12개 중 7개를 싹쓸이하며 이미 선전을 예고한 바 있다. SK는 비싼 장비를 사주고 1년의 반을 유럽에 머무르며 훈련을 하는 선수단의 체재비를 지원하는 등 아낌없이 밀어주고 있다.

한화그룹은 복싱과 사격의 최대 후원자이다. 김승연 회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두 번 협회장을 지냈다. 김회장의 협회장 재임 시절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복싱 전 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88 서울올림픽에서도 금2, 은1, 동1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는 2009년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산하의 국제복싱발전재단(FBB)의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복싱계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김회장이 아낌없이 지원을 쏟아부은 종목은 사격이다. 현재 사격연맹은 김정 한화그룹 상임고문이 2002년부터 협회장을 맡고 있다. 김회장은 지난 2001년 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고 2008년에는 기업 주최의 최초 사격대회인 한화 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창설했다. 한화는 해마다 7억원 이상의 기금을 사격연맹에 지원해 사격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일 종목으로 역대 최다인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획득했고 런던올림픽에서도 벌써 금메달 2개를 따내는 등 사격 중흥 시대를 열었다. 또 한화는 한화갤러리아 승마단을 운영하며 승마 종목도 지원하고 있다. 김회장의 막내아들 동선씨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대기업의 아마추어 팀 잇단 해체는 아쉬운 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 이재용 사장이 런던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은 2008년부터 탁구협회장을 맡으며 지원하고 있고, 2011년에 스피드스케이팅 팀을 창설했다. 두 종목 모두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대기업의 지원 없이는 정상적인 선수 생활을 하기가 힘든 종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포스코건설의 정동화 사장이 체조협회장을 맡고 있고, 산악자전거 애호가인 LS전선의 구자열 회장은 사이클연맹 회장을 맡아 사이클을 지원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가맹 경기 단체는 58개 종목. 이를 모두 대기업이 맡을 수는 없다. 실제로 인기 실내 스포츠인 농구는 신세계 농구단이 해체를 선언했지만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한국여자농구연맹에서 인수 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한 시즌 25억~3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팀을 존속시키는 고육지책을 냈다. 용인시청 여자 핸드볼팀의 경우 한 해 운영비가 20억원 미만으로 농구보다 쌌지만(?) 지자체의 경비 절감을 이유로 팀이 해체된 뒤 인수 구단이 나타나지 않자 핸드볼협회장사인 SK가 나서서 팀을 살려내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의 아마추어 스포츠팀이 줄줄이 해체되는 것은, 기업의 회계 기준이 빡빡해지면서 주주들이 돈이 되지 않는 분야에 대한 지출을 달가워하지 않고 홍보 효과도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지난 6월에 발표한 ‘국내 10대 그룹의 스포츠 사회 공헌 조사 결과’에서는 ‘항간에는 프로팀 운영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주요 대기업에 있어 프로팀을 통한 추가적 광고 효과는 크지 않은 실정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1년 내내 브랜드 노출이 되는 프로스포츠가 이런 평가를 받는 만큼 2년에 한 번씩,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통해 반짝 홍보 효과를 얻는 대다수 아마추어 스포츠에 홍보 효과를 기대하고 지원을 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기업의 아마추어 스포츠 지원을 ‘사회 공헌’으로 분류해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걸어놓았다. 지난 2010년 핸드볼, 펜싱, 복싱, 체조, 하키, 유도, 사격, 사이클, 레슬링, 역도, 카누, 조정, 요트, 빙상, 스키 등 15개 비인기 종목의 팀을 운영하는 기업에 팀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등에 대해 전액 손비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고, 선수도 대회 포상금 및 체육연금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대기업 쪽에서도 ‘사회 공헌’과 오너 회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제 경쟁력이 있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10대 그룹 지원 선수가 메달 60% 차지…롯데만 예외  

   

전경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0대 그룹의 스포츠 관련 지출은 모두 4천2백76억원. 이 중 프로스포츠 선수단 운영에 들어간 돈이 2천9백51억원으로 69%에 달하고, 비인기 종목 선수단 운영에 들어간 돈은 4백71억원(11.0%)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의 지원이 아마스포츠에서는 절대적이다. 10대 그룹의 지원을 받은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차지한 메달의 60%(금7-은7-동4)를 차지할 정도이다.

특이한 점은 10대 그룹 중 소비재가 주력인 롯데그룹이 아마스포츠와 가장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협회장을 맡고 있는 아마스포츠 단체도 없고, 계열사가 운영하는 스포츠단도 프로야구단 중 가장 수익성이 높다는 롯데 자이언츠와 프로골프 등을 운영해 아마스포츠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롯데그룹측은 “아마스포츠 지원에 관심은 있지만, 적당한 종목이 없어서 찾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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