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손석희 교수,“정권과 미디어는 늘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 이승욱 기자·정리│김지은 인턴기자 ()
  • 승인 2012.08.12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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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창의성도 없어, 정치 하기에는 부적합”

ⓒ 일러스트 찬희
‘손석희’, 어느덧 그는 한국의 언론인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시사저널>의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서는 올해도 변함없이 손석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지난 2005년 이 부문에서 처음 1위를 차지한 후 내리 8년째이다. 오히려 지목률은 지난해(19.7%)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진 45.4%였다. 8월9일 오후 성신여대 교수연구실에서 만난 손교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정통 저널리즘을 견지해온 노력을 대중이 인정해주신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그는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혔다. 8년째이다.

지난 2005년 처음 1위를 했을 때 <시사저널> 기자가 찾아와서 “내년에도 1위가 될 것 같으냐”라고 묻기에 “요즘처럼 급변하는 언론 환경에서 한 사람이 1위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는데, 그 예상이 아주 틀린 셈이 되었다. 뻔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감사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느낌이 교차한다.

장기간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로 꼽히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원의 고수’들이 쉬고 계신가 보다.(웃음) 아무래도 라디오 방송의 위상 찾기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라디오는 올드미디어 중에서도 ‘올디스트(oldest) 미디어’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라디오는 굉장히 많이 진화해왔고, 최근에는 뉴미디어와 결합하면서 자기 위상을 되찾아가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과거와 달리 라디오가 팟캐스트를 통해 청취자와 접촉면을 넓혔다. 그만큼 청취자는 라디오를 더 집중해서 듣게 되었다. 그래서 예전 전성기 못지않게, 라디오가 최근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다.

<시선집중>이 꾸준히 호평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선집중>은 정통 시사 저널리즘을 추구한다. 요즘 미디어 환경이 다양화되면서 팟캐스트는 물론이고 인터넷 언론 등 뉴미디어 매체도 많이 늘어났다. (뉴미디어도) 경쟁이 굉장히 심해진 레드오션(포화 시장)이 되어버렸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시선집중>은 애초 견지해온 정통 시사 저널리즘을 유지해왔다. 그런 점이 <시선집중>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신뢰를 만든 것 같다.

다른 라디오 방송사에서도 동종 시사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경쟁이 만만치 않을 듯한데. 

다들 굉장히 열심히 하고 계시는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신생 프로그램의 목표가 ‘손석희나 <시선집중>을 향한 타도’인 것 같다.(웃음) 아직도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 신문이나 인터넷 언론을 통해 다시 기사화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그것을 굉장히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선집중>은 그것을 모든 (인기의) 척도로 보거나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새로운 뉴스의 생산보다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속에서 청취자들이 무엇을 느낄 것인가, 다시 말해 단순히 (정보성 있는) 뉴스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실이냐, 무엇이 논리적으로 맞느냐’는 부분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물론 그 과정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무리하게 선정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또 정통 시사 저널리즘으로서 하지 않아야 할 방법, 예를 들면 인터뷰이 섭외나 인터뷰 진행 등에서 이른바 ‘사술(詐術)’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정도를 걸어야 인터뷰이나 청취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나꼼수>, <시선집중>이 공중파론 처음 다뤄”

조금 전에 팟캐스트를 언급했지만, 최근 <나꼼수> <이털남> 등 뉴미디어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팟캐스트는 자주 듣는 편인가?

솔직히 거의 들어본 적은 없다. 굳이 직접 듣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은 다 뉴스로 나오니까.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흐름이라는 점은 실감한다. <나꼼수>를 공중파에서 처음 다룬 것도 <시선집중>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미디어나 문화 현상으로서 주목했었다. 거기에는 이견이 없다. 팟캐스트 시사 프로그램은, 시사라는 주제는 굉장히 무거운데 전달하는 방식은 굉장히 가볍다. 그런 면에서 청취자들의 거부감이 덜한 측면이 있다. 시사라는 매우 무거운 문제에 대한 청취자들의 공포감을 털어냈기 때문에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손교수가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서 8년째 내리 1위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올해에는 2위와의 지목률 격차도 40% 가까이 벌어졌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만큼 지금 우리 시대에 제 역할을 하는 언론인이 부족하다는 방증은 아닐까?

당연히 아쉬운 부분이다. 미디어 환경이 좀 더 다양화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매스미디어라고 하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이지 않았나. 과거에는 그만큼 매스컴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것이 많이 무너졌다. 저널리스트의 영향력이나 위상도 과거와는 바뀌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넘어가는 데 걸쳐 있는 사람으로서 혜택을 본 것 같다. 매스미디어 시대에서 아나운서로 일을 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질 기회가 많았고, 뉴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라디오를 했다는 것도 행운이었던 것 같다.

‘3461’(1992년 MBC 파업 사태로 수감될 때 당시 MBC 노조원이었던 손교수의 수인번호)이라는 숫자를 기억하는가?

잊을 만하면 그 (수의 입은) 사진이 인터넷에 나오던데….(웃음) 벌써 20년이 되었다. 당시 내가 했던 일이기 때문에 벗어날 수도 없고, 그것이 일정 부분 나라는 사람을 규정해온 측면이 있어서 부정할 수는 없다. 그 당시 내세웠던 명분은 ‘공정 방송’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것은 바뀔 수 없는 명분이기도 하다. 진보든, 보수든 누가 정권을 잡는가에 상관없이 정권과 미디어는 늘 긴장 관계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권에서든 공정 방송이라는 화두는 버릴 수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특별히 머릿속에 바뀐 것은 없다.

지난 7월 중순 MBC 노조가 1백72일간의 장기 파업을 잠정 중단했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심경은?

오랜 기간 파업을 한 후배들이 당연히 안타까웠다. 일단 지금은 파업을 접고 들어와 있는 상태이지만, 파업이라는 게 50일이든, 1백70일이든 뒷자리는 늘 뒤숭숭하다. MBC 파업과 관련해서는 내가 더 이야기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다.

MBC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 특히 KBS나 YTN 등 언론사마다 파업 사태를 겪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떠한 시대에도 (정부와 언론사 간에는) 늘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최근 1백72일 파업은 그 긴장 관계가 가장 뜨겁게 부딪혔던 시기였던 것 같다.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갈등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이다. (MBC 파업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MBC가 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여전히 정치에 대한 생각은 없나?

매번 되풀이하는 이야기지만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정치 입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언론에) 내가 했던 이유는 달랐다. 그만큼 이유가 많다. 오늘은 또 다른 이유를 대볼까? 정치라는 것은 부지런하기도 하고, 창의성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둘 다 아니다. 나는 좋아하지 않는 일에 부지런한 적도 없고, 뭔가를 분석해서 묘사하는 것은 잘하지만, 창의성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이것은 태어나서 내가 처음으로 하는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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