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KBS-조선일보 ‘양강 체제’ 굳건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08.1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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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영향력 1, 2위…신뢰도에서는 한겨레·경향신문이 KBS 이어 2, 3위


2012년 대한민국 언론계는 그 어느 해보다 극심한 소용돌이 속에 빠졌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 등 유력 언론사들의 종편 4사가 본격 출범했고, KBS와 MBC, YTN 등 주요 방송사가 파업에 돌입했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등 일부 신문사들도 역시 파업을 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기존의 언론 환경에 일대 지각 변동이 일어났고, 팟캐스트가 새로운 언론의 대안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의 언론 분야 조사는 그 어느 해보다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언론계 종사자와 학계 등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을 정도이다. 과연 국내 1천명의 전문가들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언론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뚜껑을 열어본 결과, KBS의 독주 속에 조선일보가 뒤따르는 ‘양강 체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방송은 KBS, 신문은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매체 영향력’이 다시금 재확인되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조금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언론계가 강자와 약자의 위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뒤바뀔 수 있는 ‘혼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정황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공정 방송’ 논란에 휩쓸리며 파업 장기화 사태에 빠졌던 MBC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반사 이익을 챙긴 KBS가 정상을 지켰다는 점, 그리고 ‘조·중·동’ 등 이른바 유력 언론에 대적하는 ‘한겨레·경향’의 반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더욱 시야의 폭을 넓혀보면, 기성 매체인 올드미디어(신문·방송)를 위협하던 뉴미디어(온라인)가 양적 성장에 이어 진화하는 양상도 뚜렷했다.

<시사저널>의 ‘2012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1위는 지난해에 이어 KBS가 차지했다. KBS는 지목률 56.1%를 얻어 2위인 조선일보(45%)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반면 MBC는 30.7%로 3위에 그쳤다. 이어 네이버(25.6%), 중앙일보(13.4%), 한겨레(12.6%), 동아일보(10.7%) 순이었다. 다음(10.6%)과 SBS(10.4%), 경향신문(5.1%)도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10위권 내에 포진했다.

KBS와 조선일보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와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신뢰도에서 KBS는 30.1%로 지난해(26%)보다 다소 상승하며 1위 자리를 굳혔다. 신뢰도 2위는 한겨레로 29.1%의 지목률을 나타냈고, 경향신문(19.8%)이 3위를 차지했다. MBC는 지난해 3위(24.9%)에서 4위(17.2%)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이어 조선일보(15.5%), 네이버(10.9%), YTN(8.5%) 순으로 이어졌고, 중앙일보(8%)와 SBS(7.2%), 다음(6.1%)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1위는 조선일보로, 22.5%의 지목률을 얻어 지난해에 이어 선두를 지켰다. 한겨레(21.9%)는 조선일보와 0.6%포인트 차이를 벌리며 2위를 차지했고, 네이버도 21.2%의 지목률로 3위에 오르는 등 세 매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위를 차지한 KBS는 열독률에서는 전체 4위(18.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어 경향신문(15.1%), 다음(13%), MBC·중앙일보(11.1%) 순이었다.  

올해 조사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MBC의 추락이 눈길을 끌었다. MBC는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2%의 지목률을 보이면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3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같은 3위이기는 하지만 양상은 다르다. 올해 지목률은 30.7%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1.3%포인트나 떨어졌다. MBC가 영향력 조사에서 지목률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7년 31.3% 이후 5년 만이다. 영향력 4위에 오른 네이버와의 격차도 지난해 18.3%포인트 차이에서 5.1%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파업 겪은 MBC는 하향세 뚜렷

문제는 MBC가 영향력뿐만 아니라 신뢰도나 열독률 조사에서도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MBC는 지난 2009년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부문에서 1위(31.3%)로 정점을 찍은 후 2010년 28.4%(1위), 2011년 24.9%(3위), 2012년 17.2%(4위)로 점점 낮아졌다. 가장 열독하는 매체 부문에서도 MBC는 2009년 21.9%의 지목률로 조선일보(22.4%)에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3년 만에 11.1%로 반 토막 나고, 순위는 7위로 밀려났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MBC의 추락에 대해 “MBC 노·사에 따라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권에 의해 공정방송이 훼손되었다는 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각인된 결과로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정치권이 언론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언론 환경이 변화하면 MBC의 위상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와 조선일보 등 기성 매체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올해 조사에서도 재확인되었다. 하지만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 매체와 한겨레·경향 등 진보 매체의 하향·상승 곡선이 엇갈린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언론 매체의 영향력 조사에서 조선일보는 2007년 54.8%의 지목률을 보였지만 2009년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다, 올해는 45%에 그쳤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같은 기간 14.7%에서 13.4%로, 17.5%에서 10.7%로 각각 지목률이 조금씩 떨어졌다. 특히 동아일보의 영향력 지목률(10.7%)은 올해 한겨레(12.6%)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한겨레는 해당 부문 조사에서 2007년 8.7%에서 올해 12.6%, 경향신문은 0.6%에서 5.1%로 상승했다.

매체에 대한 신뢰도와 열독률에서도 두 매체 집단 간의 양상은 달랐다. 신뢰도 조사에서 한겨레는 2007년 23.7%에서 올해 29.1%로, 경향신문은 2007년 7.4%에서 올해 19.8%로 꾸준히 상승한 반면, 중앙일보는 2007년 12.4%에서 올해 8%로, 동아일보는 2007년 9.2%에서 올해 5.8%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열독률 조사에서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008년 이후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뉴미디어들 약진…팟캐스트·SNS의 새로운 등장도 눈길

최근 몇 년 새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의 언론 부문 결과 통계치를 분석해보면 무엇보다 국내 언론계에서 치열해지는 올드미디어(신문·방송)와 뉴미디어(온라인) 간의 각축전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체 뉴스 캐스트를 통해 미디어 플랫폼 기능을 하고 있는 네이버는 2007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부문 조사에서 14.7%의 지목률을 얻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25.6%로 상승했고, 다음 역시 4.4%에서 10.6%로 지목률이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온라인 뉴미디어의 성장세는 그동안 영향력뿐만 아니라 신뢰도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2007년 신뢰도 부문에서 4.2%에 그쳤던 지목률이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다, 올해는 10.9%를 기록하면서 처음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다음 역시 같은 기간 1.7%에서 6.1%로 상승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가 취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낚시용 기사’ ‘선정적 보도’ ‘완성도가 떨어지는 오보’ 등의 함량 미달 기사가 포털 사이트 자체의 검증 작업 없이 버젓이 뉴스 캐스트에 오르는 등의 문제점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포털 사이트 외에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뉴미디어 매체로 주목받고 있는 팟캐스트와 SNS 등의 새로운 등장도 눈길을 끈다. <나꼼수> 열풍을 일으킨 딴지라디오와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 등이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20위권 내에 진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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