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중도층’이 있어야 하는 이유
  • 유창선 | 시사평론가 ()
  • 승인 2012.08.2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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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광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 선출된 그는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권양숙·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어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대학생들과의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화두로 제시했던 국민 대통합을 향한 발걸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같은 박후보의 국민 대통합 행보 배경에는 12월 대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 사실 박후보에 대해서는 그동안 보여준 안정적 지지율에도 표의 확장성 면에서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지적되어왔다. 쇄신의 기치를 내걸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자신의 보수 편향적 사고와 불통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한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은 누가 중도층의 지지를 더 얻느냐에 따라 승부가 좌우되게 되어 있다.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원장을 보면 지지층의 견고함이 눈에 띈다. 이 두 사람은 그동안 여러 고비가 있었음에도 지지율에서 특별한 급등락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직 대선판에 정식으로 뛰어들지 않은 안원장이야 정치적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해도, 박후보의 경우에는 여러 악재를 만나곤 했다. 그럼에도 박후보 지지층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안원장의 경우도 정치 활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유지되어온 지지율을 보면 그의 지지 기반 역시 거품이 아니라 분명한 실체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만약 이 두 사람이 12월 본선에서 대결할 경우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거기서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정치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인 중도층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중도 노선에 대한 관심은 야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탈진영의 논리를 표방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경우 민주통합당의 노선과 비교하면 중도 쪽으로 많이 이동한 정치, 정책 노선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의 높은 지지율에는 무당파 중도 성향의 지지층이 큰 기반이 되고 있다. 야권 내부에서 노선 논쟁은 있겠지만, 안원장의 등판은 이번 대선에서 범야권의 노선을 중도의 방향으로 일정하게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12월 대선에서는 막판 승부처가 될 중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중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보수층+중도층’, 야권은 ‘진보층+중도층’의 지지를 규합해 대선 승리를 이끌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정작 정당이나 후보의 정체성이 무엇이고 그들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가 모호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일시적으로 차이를 숨기거나 좁혀 유권자들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도 경쟁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책임이 중요하다. 모두가 통합과 중도를 내걸어도 거기에 진정성과 일관성이 담겨 있는지 여부를 읽어내는 일은 유권자의 몫이다. 그때그때의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그네처럼 흔들리는 스윙보터’로 존재하기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후보들을 제대로 비교하고 가려내는 ‘좋은 중도층’이 필요하다. 2012년 대선은 원칙 없이 흔들리지 않는 줏대 있는 중도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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