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미국 공화당, 오른쪽으로 더 간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9.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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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전 본격 돌입하면서 ‘정통 보수’ 전면에 내세우고 오바마와 승부 별러

지난 8월16일 미국 스파턴버그 국제공항에서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기자회견 도중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정책을 써서 보여주고 있다. ⓒ AP 연합
미국 공화당이 미트 롬니-폴 라이언 팀을 정·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고 본격 선거전에 들어갔다. 공화당은 2012 정강 정책을 통해 4년 전보다 훨씬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눈에 띄는 용어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예외주의는 미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특별한’ 국가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자부심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나 지구촌에서는 ‘미국 우월주의’로 비판받아왔다.

특히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공화당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이 개념을 신봉하며 대외 정책에 활용해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11 테러를 당한 직후 ‘미국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펴서 갈등을 초래했다. 힘을 바탕으로 하는 강한 외교, 미국의 가치를 다른 지역에 강제로 적용하려는 무리한 대외 정책들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된 바 있다. 오바마 민주당 정부와는 상반된 외교 노선이다.

2012년 공화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지도력을 강화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4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나 한국과 일본, 호주와 필리핀 등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미국의 아·태 지역 영향력과 지도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태 지역 영향력·지도력 강화” 강조

특히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적 지도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소한의 개입 전략인 오바마 독트린에 대해 뒤에 숨어 이끌려는 비겁한 지도력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따라서 공화당은 2012년 정강 정책에서 미국이 다시 앞으로 나가 선도하는 지도력으로 복귀하게 될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 공화당은 또 힘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를 추구할 것임을 천명했다. 공화당은, 오바마의 아시아 중시 정책은 이를 뒷받침할 미국의 군사력과 영향력을 증강시키지 못해 구호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2년 공화당 정강 정책은 북한에 대해 핵무기로 무장한 국가로 간주하고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에까지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시키려 한다며 북한의 위협을 상기시켰다.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이란의 핵무장과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예전에 자기 당의 정책이나 민주당 정책과 획기적으로 달라진 해법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파악되는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들을 완전하고도 증명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도록 폐기해야 한다는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묘안이 없는 듯 부시의 공화당 행정부, 오바마의 민주당 행정부에 이어 2012년 공화당 정강 정책도 거의 같은 방법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방력의 강화를 재추진하는 것과 함께 공화당은 세법 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부시 전 대통령이 만든 감세 조치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세법 개혁에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이자와 투자 배당금, 자본 이득에 대한 세금을 없애고 부동산 상속세와 대체 최저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은 오바마 민주당과 상당히 갈등을 빚고 있는 정책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섯 개 납세 계층 가운데 98%에 해당하는 3개 서민 계층에 대해서는 부시 감세 조치를 연장하되 연소득이 개인은 20만 달러, 부부는 25만 달러 이상인 두 개 부유 계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해놓고 있다.

공화당은 연방대법원의 합헌 판결을 받았음에도 오바마 헬스케어법을 폐지하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바마 헬스케어법에 따라 미국은 2014년부터 전 국민이 반드시 의료보험을 보유하도록 의무화된다. 공화당은 이 법을 아예 시행하기도 전에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 노년층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전면 개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헬스케어법과 이민 정책 등에 강경 입장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폴 라이언의 방안에 따르면, 현재 55세 이하의 미국민들에 대해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메디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고정 의료보험비를 지급해 노년층이 민간 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절반을 부담하고 있는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에 대한 연방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 라이언 부통령 후보의 의료보험 개편안은 통제 불능에 빠진 미국의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노년층과 이제 막 은퇴하기 시작한 7천7백만명 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수로부터는 강한 거부감을 살 수 있어 정치적 도박으로 꼽히고 있다.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라이언의 방안을 100% 수용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를 러닝메이트로 지명하자마자 주된 논쟁거리가 되어왔고 노년층의 반감을 사기 시작했다. 노년층과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 라이언 방안에 반감이나 우려를 표시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이탈하면 미트 롬니 후보에게는 악몽을 안겨줄 것으로 경고되고 있다.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려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문제를 최대 이슈로 삼아 미국민들의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또 라티노 표심 잡기의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불법 이민에 대해서는 이번 정강 정책에서 강경한 이민 정책을 채택했다. 특히 1백76만명의 불법 체류 청소년들에게 추방을 유예하고 합법 취업까지 허용하는 구제 조치를 시행 중인 오바마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이민 정책을 취하고 있다. 공화당의 새로운 이민 정책은 우선, 서류 미비 학생들에게 저렴한 거주민 학비(In-state tuition)를 제공하는 대학들에게는 연방 지원금을 보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화당은 보수주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개헌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도 천명하고 있다.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조치들을 보면 첫째, 균형 예산을 못 박겠다는 것이다. 이는 통제 불능에 빠진 연방 재정 적자를 감축하기 위해 세입과 세출을 같게 하는 균형 예산을 편성·운영하도록 최고의 법률인 헌법으로 규정해놓으려는 시도이다. 이와 함께 어떠한 세금 인상도 연방의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이 있어야 승인되도록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오바마의 민주당과는 상반된 정책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도 균형 예산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예산 삭감만으로 적자를 감축할 수 없으며 그만큼 부자 증세를 통해 세입도 동시에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화당은 낙태와 동성 결혼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낙태에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성폭행에 따른 임신이거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낙태를 반대해야 한다는 초강경 보수 이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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