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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우리 주변에 아동 성범죄자 얼마나 있나

정락인 기자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2.09.11(Tue) 10: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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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대다수는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시사저널>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의 거주지를 정밀 분석했다. 아울러 경찰 발표 자료와 해당 지역에서 실제 일어났던 성범죄 사건 등을 토대로 어느 지역에 성범죄자가 몇 명 있는지를 조사했다.

   
전남 나주 납치 성폭행 사건 범인 고종석이 나주시 영산대교 아래에서 사건 당시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사는 주부 윤혜숙씨(가명·39)는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다. 윤씨는 아동 성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불안하다. 요즘에는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너나없이 ‘아동 성범죄’를 화두로 꺼낸다. ‘어디에 누가 살더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두 딸에게도 아침저녁으로 “이런 사람을 주의하라”라며 신신당부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그는 ‘우리 동네에도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접속하지만 에러가 자주 발생한다. 가까스로 접속을 해도 ‘읍·면·동’까지만 검색되다 보니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가 없다. 윤씨는 “공개 정보가 너무 막연하고 포괄적이다. 읍·면·동까지 공개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사진도 흐려서 실제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알아보기 힘들다. 범죄 장소도 비공개로 막아놓았다. 범죄가 일어난 장소를 알아야 조심할 것이 아닌가. 이래서는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윤씨와 같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아동 성범죄의 피의자들 대다수는 내 주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들은 ‘이웃’을 빙자해 상대방에게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는 호시탐탐 범행 기회를 노리며 피해자의 주위를 기웃거렸다. ‘이웃사촌’이 아니라 ‘이웃 악마’들인 셈이다. 도대체 내가 사는 동네에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얼마나 있는 것일까. 또, 내 주변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던 것일까.


   
성범죄자 2천2백33명의 신상 공개돼

<시사저널>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실제 거주 기준)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리고 경찰 발표 자료, 해당 지역에서 일어났던 성범죄 사건 등을 토대로 내 주변에 성범죄자가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현행법은 성범죄자의 구체적인 인적 사항을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현재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는 성범죄자 총 2천2백33명의 신상이 공개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1천6백89명이다. 그나마 2010년 1월1일 이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인터넷 열람 명령을 선고받은 이들의 정보만 공개되어 있다. 이전의 성범죄자들은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다녀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의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현재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들은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를 중심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러니까 주민등록 주소지가 서울 영등포구인데 실제로는 구로구에 거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주민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지역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다만 아동 성범죄자 대다수가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에는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2백61명 있다. 자치단체별로는 구로구와 노원구에 각각 17명이 살고 있다. 좀 더 세밀하게 보면 구로구 구로동에는 17명 중 5명이, 노원구 상계동에는 17명 중 7명이 집중 거주하고 있다.

구로구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지난 6월에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몹쓸 태권도 관장 사건’이다. 고척동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이 아무개씨(40)는 2007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대 여자 수련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 태권도장 관장은 ‘훈련’과 ‘단증’ ‘진학’을 미끼로 해서 여자 단원들을 강압적으로 제압했다.

양천구와 은평구도 아동·성범죄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각각 16명이 살고 있었다. 양천구 신월동에는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중 절반이 넘는 10명이 있었다. 비율로만 보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숫자여서 특히 조심해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그 다음으로 중랑구와 강북구(각각 15명) 순이었다. 중랑구는 면목동(6명)에, 강북구는 수유동(7명)에 아동 성범죄자가 많았다.

지난해 4월 신월동에서는 20대 남성 두 명이 여중생(당시 16세)에게 술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인적이 드문 건물 뒤 비상계단에서 성폭행하려다가 주민들에게 발각되었다. 2010년 6월에는 신월동의 한 아파트단지 내 놀이터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성추행한 정신지체 장애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피해 초등생과 같은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고 있었다.


   
※자료 : 경찰청 ‘2011 범죄 통계’
‘낙후 지역’으로 꼽히는 곳에 많이 살아

이들 지역의 특징은 서울의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해 ‘낙후 지역’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노원구, 은평구, 중랑구, 구로구는 서울시 자치구의 평균 재정 자립도보다 낮은 곳이다. 구로구는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공업 지역이고, 중랑구는 서울에서 인구에 대비해 저소득 가정과 한 부모인 가정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에 반해 재정 자립도가 높은 서초구(3명)와 강남구(5명)에는 아동 성범죄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하나뿐인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에 아이들이 방치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모들의 경제적인 능력과 가정 환경에 따라 성범죄 피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양극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경기도에는 3백64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20명 이상의 성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세 곳이었다. 의정부시(24명)가 가장 많았고, 남양주시(23명)와 시흥시(20명)가 그 뒤를 따랐다. 의정부시는 의정부동(7명), 남양주시는 화도읍(7명)에 많이 살았다.

그런데 시흥시의 성범죄자 거주 현황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정왕동에만 무려 15명(75%)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적인 특성 때문이다. 정왕동은 인근에 시화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고,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수백 동의 원룸촌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는 가출 청소년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표적인 성범죄 취약 지구로 꼽힌다. 이곳 원룸촌에 월세방을 얻어 생활하던 가출 청소년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시도하려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심지어 원룸을 임대하는 일부 부동산업자는 ‘집에서 쫓겨나신 분, 가출한 미성년이 아닌 학생, 경찰한테 쫓기는 범인 오빠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우리 원룸을 찾아오면 된다’라고 광고까지 한다. 2008년 12월 조두순 사건이 일어났던 안산시 단원구에는 10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있다.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 모임 ‘발자국’의 회원이 집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서울·부산·전남·경남·경북 순

인천에는 97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남동공단이 있는 남동구에 20명이 살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부평구(19명)와 남구(18명)가 많았다. 지난 1월에는 남구에서 한 동네에 사는 여고생을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협박한 뒤 건물 옥상에서 성폭행한 2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

부산에는 1백45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사상구(21명), 사하구(17명), 북구(14명) 순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이들 지역이 남북으로 긴 벨트처럼 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상구는 2010년 2월 김길태가 덕포동 집 안에 있던 예비 중학생을 납치·성폭행·살해한 곳이다. 부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지역은 사하구 다대동과 연제구 연산동이다. 각각 6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아동·성범죄자 55명 중 절반이 넘는 숫자가 달서구(15명)와 서구(14명)에 몰려 있었다. 특히 서구에서도 비산동에는 7명이 살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주 비율이 높았다. 지난 7월 서구에서는 전자 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자가 8일 만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드라이버를 이용해 전자 발찌를 끊고 달아났었다.

대구와 인접해 있는 경북에는 1백5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자치단체별로는 구미시(15명), 포항시 북구(13명), 경주시(12명) 순이었다. 경남은 경북보다 6명이 더 많았다. 김해시가 15명, 진주·거제·통영이 각 11명이다.

지난 7월 통영에서는 초등학생이 등굣길에 납치된 뒤 성폭행하려는 범인에게 저항하다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범인 김점덕은 피해자의 집에서 2백50m 떨어진 곳에 사는 마을 아저씨였다. 김씨는 성범죄 전과가 있었으나 전자 발찌나 신상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법 시행 이전에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32명 중 21명(65.7%)은 중구(11명)와 남구(10명)에 있었다.

호남 지역은 어떨까.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72명이다. 북구(22명), 광산구(19명) 순이다. 지난 9월3일 북구에서는 여중생을 모텔로 유인해 강제로 성폭행한 10대 고교생들이 붙잡혔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주말을 이용해 모텔방을 잡은 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피해자를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다.

전남에서는 여수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두 배 이상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많았다. 전체 1백12명 중 24명이 여수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목포가 12명이었고, 이번에 이불 납치·성폭행 사건이 터진 나주시에는 아홉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범인 고종석은 5년 전부터 나주에 있는 작은아버지 집에 거주하면서 피해 초등학생의 어머니와는 PC방에서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전북에는 87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가 17명, 군산시·익산시가 각각 16명이었다.

대전에 살고 있는 40명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는 중구(13명)에 많았다. 대덕구(8명)와 서구(7명)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 9월4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대전 지역의 고교생 두 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8월쯤 평소 알고 지내던 초등학생(12세)을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논산시와 천안시 서북구가 ‘성범죄자 최다 거주’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도내에 거주하는 88명 중 이들 지역에는 각각 13명이 있었다.

충북은 충남보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수가 50명이 적었다. 청주시 흥덕구에 8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봉명동에 살고 있었다. 지난 8월27일 봉명동에서는 10대 성폭행 미수범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렸다가 골반이 부러지면서 현장에서 붙잡혔다. 범인은 아파트에서 창문이 열린 집에 들어가 잠을 자던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했다.

강원(46명)은 강릉시·원주시·춘천시(각각 10명)에 아동·청소년 성범죄자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제주도(26명)에서는 제주시에 18명이 몰려 있다. 서귀포시는 8명이다.

성범죄자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전자 발찌를 채우고, 화학적 거세를 한다고 해도 원칙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성범죄 전력자들의 신상 공개도 마찬가지다. 현행 신상 공개 수준으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성범죄자가 약 1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성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전망을 촘촘하고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정치권에서도 당장의 국민 감정에 부응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막연한 방법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고, 성범죄자들의 범죄를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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