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친노’ 반점 얼마나 탈색할까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2.09.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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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로서 문재인 고문의 ‘아킬레스건’ 친노 이미지, 당 밖에서는 ‘마이너스’ 될 수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는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
“세상 사람들이 누가 ‘친노(親盧)’이고 누가 아닌지 다 아는데, 이를 억지로 손으로 가리려 한다고 해서 가려지겠느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약점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문고문은 “민주당이 모두 ‘친노’라고 본다. ‘친노’라는 가치는 존재하지만 ‘친노’라는 계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원론적인 이야기이다”라고 일축했다.

‘정치인 문재인’에게는 ‘친노’ 꼬리표가 ‘운명’처럼 따라다닌다. 경선을 앞두고 ‘비노(非盧)’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담쟁이 캠프’를 출범시켰지만, 경선 기간 내내 경쟁 진영으로부터 ‘친노 패권주의’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서도 문고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그에게 각인되어 있는 ‘친노’ 이미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당시 그가 맡았던 역할을 두고 예선 때보다 더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고문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두 번의 민정수석비서관과 한 번의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임기 마지막 1년 동안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있었다.

참여정부 실정 책임에 대한 공격도 세질 전망

국정 참여 경험은 대선 주자로서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상대 진영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며 공격 호재로 삼아 문고문을 거세게 몰아세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고문도 “노무현 정부의 공과가 분명히 있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기 직전인 6월 중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 양극화 심화를 막지 못한 것, 좀 더 과감하게 복지 정책을 밀고 가지 못한 것 등은 뼈아픈 부분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을 맡고 있을 당시 ‘형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는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 야권의 대선 후보인 문고문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도 또 도마 오를 듯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도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종혁 전 새누리당 의원이 4·11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 3월 초 제기한 의혹이다. 이 전 의원은 “문고문이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금융감독원 유 아무개 국장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선처를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고, 문고문이 대표였던 법무법인 부산이 그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에서 59억원어치 사건을 수임한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공세에 문고문측은 이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검 공안부는 지난 8월30일 이 전 의원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 결과 문고문이 2003년 금감원 부산저축은행 그룹 담당 검사에게 “철저히 조사하되, 예금 대량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처리해달라”라고 전화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또, 부산2저축은행이 2004~07년 법무법인 부산에 건당 10만~20만원인 부실 채권 지급 명령 신청 등 사건 수임료로 약 59억원을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전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에서 사실을 적시한 부분은 진실에 부합하고 ‘압력 행사’ 등의 표현은 문고문의 전화를 당시 지위와 대화 내용을 감안한 평가적 표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야권 진영에서는 문고문이 2008년 총선 때 선거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례대표 공천 헌금으로 3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의 변호를 맡은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김두관 전 지사는 “서 전 대표의 공천 헌금 사건은 국민이 선택해야 할 국회의원에게 정치적인 특권을 준 것이며, 더 큰 문제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대법관 네 명이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한 분들이었다. 민정수석을 했던 전관예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라고 따지고 들어 문고문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대결에 앞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큰 문고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피치 콘서트 바람-내가 꿈꾸는 나라,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고문과 부인 김정숙씨(가운데). ⓒ 뉴시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의 부인 김정숙씨는 지난 8월27일 <정숙씨 세상과 바람나다>를 출간했다. 김씨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가수 이은미, 방송인 김제동, 연극배우 손숙, 사진작가 김중만씨 등 각계 인사 10명과 나눈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유력 대선 주자의 책 출간은 통과 의례가 되다시피 했지만, 그 배우자가 책을 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주목되었다. 특히 ‘어쩌면 퍼스트레이디’라는 책 부제가 구설에 올랐다. 책 내용이 미래 대통령 부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와 다짐으로 읽힌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문고문은 부인 김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건국대를 거쳐 미국 파슨스 디자인 앤드 테크놀로지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아들 준용씨는 한때 취업 특혜 의혹을 받았다. 지난 2007년 초 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이 직원을 뽑으면서 채용 공고에 ‘PT 및 동영상 전문가’라는 말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준용씨 한 명만 응모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권재철 고용정보원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때의 인연으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권원장은 문고문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해 고용정보원측은 “준용씨의 토플 점수도 높았고 기업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입상한 것 등 충분한 자격이 있었을 뿐이며, 입사에 특혜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준용씨는 2008년 3월 초에 휴직한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2010년 1월 말 고용정보원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대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딸 다혜씨는 결혼 후 주부로 지내고 있으며, 남편은 회사를 다니다가 미국 로스쿨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혜씨는 아버지의 대선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문의 대선 출마 선언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함경도 흥남이 고향인 문고문의 부모는 한국전쟁 때 경남 거제로 피난을 갔다.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낸 문고문의 아버지는 포로수용소 노무 일을 했고, 어머니는 계란을 떼어다가 파는 행상을 했다. 문고문은 1953년 거제에서 태어났고 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문고문이 군대를 제대한 직후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현재 부산 영도에 살고 있다. 형제는 5남매이다. 누나 재월씨와 여동생 재성·재실 씨는 주부, 남동생 재익씨는 선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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