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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부재’, 심혈관 이상 탓인가

잇단 공식 스케줄 취소로 권력 교체 둘러싼 추측 난무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승인 2012.09.18(Tue) 1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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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서울을 방문해 정운찬 당시 총리를 만난 시진핑 부주석. ⓒ EPA 연합
‘시진핑은 어디에(Where is Mr. Xi Jinping)?’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사히 신문, 로이터통신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매체들이 9월10일을 전후해서 이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을 큼직큼직하게 실었다. 9월5일로 예정되어 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이 취소된 데 이어, 잇달아 예정되어 있던 리센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헬레토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와의 만남 일정 또한 줄줄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시진핑 부주석은 지난 9월1일 중국공산당 간부 재교육 학교인 당교(黨校) 가을 학기 개학식에 나온 이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고, 그런 지 열흘이 지나자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일제히 ‘시진핑 실종’을 알리는 기사를 요란하게 싣기 시작한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은 잘 알려진 것처럼 5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全大)에서 후진타오(胡錦濤) 현 당 총서기의 후임 당 총서기로 선출되어, 앞으로 10년간 중국공산당을 이끌어가기로 내정되어 있는 인물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는 중국 국가 원수인 국가주석 자리에도 올라야 하고, 2~3년 내에 당과 정부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에도 올라야 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베이징으로 찾아온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을 돌연 펑크 내는 상황을 빚었으니,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세계적 언론들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파문은 시진핑 부주석이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펑크 낸 이유에 대해 중국 당국이 전혀 설명하지 않은 데서 빚어지고 있다. 미국측에는 9월5일로 예정되어 있던 시진핑-클린턴 회담 전날인 4일 밤 11시쯤 주중 미국 대사관을 통해 “시 부주석이 운동을 하다가 등을 다쳤다”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진핑 부주석의 돌연한 ‘부재(不在)’에 대한 설명은 그것이 전부였다. 매주 두 차례씩 열리는 중국 외교부의 정례 브리핑에 나온 외교부 대변인의 반응은 시진핑의 상태와 소재에 대한 질문에 말 그대로 ‘묵묵부답(默默不答)’이거나 기껏해야 “좀 더 진지한 질문을 하라”라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1989년 텐안먼 사태 당시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의 건강 상태에 관해 묻는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 대변인이 웃는 모습만 보여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소이부답(笑而不答)’식 대답의 답답한 상황이 또다시 베이징에서 연출된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가을에 열린 제1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 ‘제18차 당 대회를 2012년 하반기에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대회 공보를 통해 발표했다. 또한 2010년에 열린 5차 전체회의에서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증선(增選)함으로써 시 부주석이 후진타오 현 군사위 주석이 쥐고 있는 군 통수권을 넘겨받을 인물로 결정되었음을 공표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이 이번에 열리는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그리고 내년에는 국가주석의 자리에, 그리고 이번이 될지 2~3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군 통수권을 쥐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르기 위한 모든 당내 사전 준비와 절차를 다 마쳐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홍콩의 일부 매체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이른바 ‘플랜B’, 다시 말해 시진핑 대신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가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및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르고, 당초 리커창이 앉기로 되어 있던 총리 자리에는 왕치산(王岐山) 경제담당 부총리가 오른다는 시나리오가 가동될 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는 중국공산당 조직의 체면을 생각할 때 거의 ‘정변(政變)’에 해당하는 상황이 빚어져야 하므로 현실성이 극히 작다고 할 수 있다.

   
시진핑 대신 국가주석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의 주인공이 된 리커창 부총리. ⓒ EPA 연합
“심혈관 확장 수술했을 가능성 크다”

현재 베이징 내의 유력한 소식통들이 필자에게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시진핑의 건강과 관련해 어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올해 만 59세로 과체중인 시진핑이 심혈관계에 문제가 생겨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9월4일 심혈관 확장을 위한 스텐트(stent) 삽입 수술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2월18일 국가부주석 취임 인사차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을 위한 서울 시내 호텔 조찬 모임 당시 필자가 시진핑과 악수하면서 받은 느낌은 손이 무척 두툼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과체중이라는 점이었다. 체중이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한 번도 발표된 적이 없지만, 이후 2010년 가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된 이후 TV에 나타나는 모습은 체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한동안 엿보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다시 체중이 불어났다는 전언이다.

지난 8월3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시진핑 부주석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꺼풀을 자주 깜박이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한국인 참석자들은 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1일 당교의 가을 학기 개학 기념행사에 당교 교장으로 참석해 연설한 시진핑의 얼굴은 평소 희고 퉁퉁한 모습의 여유로운 표정이 아니라, 거뭇거뭇한 그늘이 보였고, 심혈관계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것처럼 무언가 피곤하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상황들은 그의 과체중에서 비롯된 심혈관계 이상과, 그로 인한 갑작스러운 혈관 확장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시진핑 부주석의 부재가 길어지자 그가 암살당했다느니, 정적들의 테러에 의한 자동차 사고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등의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중국은 한 정치 지도자가 사망할 경우 이를 감추는 정도의 ‘장막 정치’ 수준에서는 이미 벗어났다. 1997년 당시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사망했을 때도 중국 당국은 사망 10시간 이내인 새벽 2시에 국영 중앙TV를 통해 공식 발표했으며, 이후 어떤 정치 지도자의 죽음도 곧바로 발표하는 관례를 만들어왔다. 시진핑이 당 서열 9위의 허궈창(何國强)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자동차 테러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는 루머도 9월11일 저녁 국영 중앙TV 뉴스에 허궈창이 모습을 보임으로써 근거를 잃었다.

이번 가을 또는 초겨울이면 열릴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이미 당 총서기에 오르기로 되어 있는 시진핑의 신변에 뭔가 대단히 큰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중국 당국이 이를 발표하지 않고 장막 뒤에서 권력 승계의 또 다른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공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지금의 중국에 대해 전혀 제대로 된 이해를 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중국 당국의 대처 태도는 여전히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를 보여준다. 미국과 더불어 ‘G2’라고 자처하는 중국의 선전 담당 당 관료나 외교부 당국자들이 이제는 정치 지도자들의 건강을 비밀로 삼는 행태를 고쳐야 한다.


[시사저널 주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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