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이길 줄 아는 지도자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9.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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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지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신라 말 대문장가였던 최치원이 당나라 관리로 있던 881년(24세 때)에 지은 ‘역적 황소에게 보낸 격문’의 한 대목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자신밖에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사람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관련해 진정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일은 더 어렵습니다. 자기를 넘어서는 것은 그야말로 지난한 투쟁을 거쳐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나 봅니다. 그래서 한 인간을 평가할 때는 좀 더 다면적인 평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그 사람의 평소 행태나 의사 결정·조직 운영 스타일, 그 사람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무엇인가는 향후 그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현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데 유용한 잣대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주류 의식’, 이명박 대통령의 ‘건설회사 CEO 의식’이 실제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어떤 형태로 발현되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지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규정하는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박정희의 딸’일 것입니다. ‘영부인 역할을 대행한 대통령의 딸’, 그것도 한국 사회에 명암이 짙게 드리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은 박후보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대·역사 인식에 대한 질문이 많은 것이 당연합니다. 박후보의 의사 결정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불통’이 주제어일 것입니다. 이른바 ‘1 대 1의 방사형 스타일’로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현안이 돌출했을 때 참모들 대다수가 박후보만을 바라보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나를 따르라’는 유형에 가깝습니다. ‘결정은 내가 한다’라는 강한 리더십이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어떤 측면에서는 박후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전에 한겨레 칼럼을 보니 안원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사가 “안원장은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더군요. 박후보의 ‘만기친람형’과 통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그 성공 신화에 빠지는 현상과도 맥이 닿는 듯합니다. 안원장이 지난해 9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을 때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분들(멘토들) 말씀에 솔깃하거나 따라가거나 하지 않는다. 내 나름의 판단을 한다.” ‘소통의 아이콘’으로 상징화되었지만 그 역시 ‘강한 리더십’ 스타일이라는 얘기입니다.

문재인 민주당 고문은 두 사람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 보입니다. 특전사를 나오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유연성이 돋보입니다. 그러나 ‘노무현의 참모’ 이미지가 워낙 강해 ‘참모 리더십’으로 평가되기도 하지요.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것처럼 그가 승부수를 생각하는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일 것입니다.

‘대권 삼국지’를 벌이는 세 사람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을 알고, 자신을 넘어서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유권자들은 그 노력을 보며 ‘자신을 알고, 자신을 넘어선 후보’를 선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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