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과 전문의로 널리 알려진 이나미 박사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에서 환자들을 상담하고 틈틈이 집필 활동도 한다. 그녀는 국내 최초의 융 심리 분석학자이자 <때론 미치고 싶다> <오십후애 사전> <괜찮아 열일곱 살> 등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가정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종가의 맏며느리, 두 아이의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상담실을 운영해온 이박사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정신과 의사가 되기를 꿈꿨다고 한다. 이박사는 “당시 외할머니가 갑자기 치매 증세를 보이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 당시만 해도 의료 장비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병을 내가 치료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이박사는 할머니 병문안을 가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이 무섭거나 꺼려지지 않고 편안하고 좋았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처음 가본 정신병원인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의대에 입학한 후 실습을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이 내 집 같고, 환자가 내 가족 같았다. 알코올 중독, 강간, 살인 등 폭력 성향을 가진 환자들도 밉지 않더라. 이런 내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환자들도 나에게만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정신과 의사가 내 천직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박사가 의사를 직업으로 택한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 굉장히 부유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버렸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때 처음으로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의사는 전문직이어서 어떤 일이 터져도 큰 타격을 입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경험한 경제적 고통은 이박사를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박사는 “이런 시련 속에서 나 자신이 더욱 단련된 것 같다. 누구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칼럼 쓰랴, 상담하랴, 강연하랴, 집안일 하랴 바쁜 이박사가 최근 이색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라는 것이다. “군 복무를 통해 여성이 성숙해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는 것이 이유이다. 이박사의 이런 주장을 여성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기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박사는 “괜찮다”라고 답했다.
여성들도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이박사의 주장은 여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지금의 여성들이 예전에 비해 ‘자기 절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지금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어머니 세대에 비해 훨씬 개선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것은 아니다. 이전 세대는 악조건 속에서 자연히 인내, 근검절약, 희생정신을 체득했다. 반면 지금의 여성들은 어떤가. 개인주의, 이기주의, 소비 지향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특히 30~40대 여성의 경우 일하지 않아도 부모 세대처럼 잘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에 비하면 20대는 나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조직 생활 해봐야 사회생활 잘해낼 수 있어”
이박사는 여성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로 조직 생활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대가족 생활을 하면서 나름으로 조직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시집살이가 고되다고 하지만 이를 통해서 자기 절제를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성숙해진다. 그런데 지금의 여성은 미혼이거나,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자기 성숙의 기회가 사라지면서 결국 최대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여성 자신이라는 것이 이박사의 생각이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서는 엄격한 자기 단련이 필요한데, 지금의 여성들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사회 진출 초창기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은 남성에게 뒤쳐진다. 지식은 많지만 조직 생활을 견뎌내는 능력, 사회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성들은 사회생활을 감정적·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상사가 잘해주면 자신한테 추근댄다고 생각하고, 야단을 치면 눈물부터 보인다. 사회생활을 왜곡되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좀처럼 클 수가 없다. 상사가 나를 해코지하려는 것인지, 잘되라고 하는 것인지 파악을 못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여성들이 사회생활 이전에 조직 생활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으로써 군 복무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박사는 “윗사람을 따르고 아랫사람을 이끌어본 경험이 유리 천장을 뚫고 지나가는 데 가장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박사는 여성의 군 복무와 관련해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후 군 복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은 공부를 하고, 취업을 원하면 직업학교로 보내야 한다. 군 복무도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입대한 학생에게는 정부에서 직업 교육이나 대학 진학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보다 군을 활용하는 경우가 훨씬 경제적이다. 실제로 미군에서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군 복무 의무 기간은 남성보다는 짧게 설정하되, 의무 기간이 지나면 군에 남을지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군 복무는 청소년의 비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박사는 “여학생이 가출하게 되면 대부분 매춘으로 빠진다. 한국 여성들의 매춘은 심각한 수준이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한류’가 아니라 ‘매춘의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에게 군에 복무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정도 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이 군 복무를 한다면 국가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박사는 “체육이나 과학 등 특정 분야는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연령대가 존재한다. 이 시기를 군 복무로 보낸다는 것은 국가적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여성들이 군 복무에 종사하게 되면 이들 인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박사는 군이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군이 이 세상에 없으면 좋겠지만, 군이 없으면 남의 나라의 종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 조직에서도 상명하복식 문화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리더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 지금 한국 사회는 리더십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리더(leader)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팔로워(follower)가 되어야 한다. 군 복무 경험을 통해 팔로우십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