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충무로’에도 보름달 뜨겠네
  • 이형석│헤럴드경제 기자 ()
  • 승인 2012.09.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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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간첩> ‘흥행 대전’ 벌이고 <피에타> 등 볼거리 풍성

지난 8월은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한 달이었다. 월별 극장 관객이 2천4백만명으로 사상 최고였고,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이 이 가운데 1천7백만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도둑들>의 관객이 1천만명을 돌파했고, 9월에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박찬욱·김지운·봉준호·이병헌·배두나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영화감독과 배우까지 더하면 한국 영화는 유사 이래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이 가운데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을 맞는다. 길게는 닷새간 이어지는 올해의 추석 연휴 극장 시장 규모는 대략 관객 5백만명, 매출 4백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준 이상의 외국 애니메이션 세 편도 볼만

추석 극장가 왕좌 타이틀도 한국 영화가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그중에서도 지난 9월13일 개봉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추석 때까지 위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작은 9월27일에 개봉하는 <간첩>이다.

일단 <광해>는 지난 9월13일 개봉해 나흘간 1백30만명을 동원하며 첫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올 한 해 내내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던 CJ E&M으로서는 가뭄에 맞는 단비였다. 거듭된 흥행 실패와 함께 임직원의 인사 태풍이 몰아쳤던 CJ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의 배급사별 흥행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근래 몇 년 중 ‘최악’이라고 할 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다. 수백억 원짜리 대형 프로젝트는 참패했고, 대규모 흥행작은커녕 중간 사이즈의 흥행도 드물었다.

그만큼 <광해>에 거는 CJ의 기대는 크다. <광해>는 실제 왕이었던 광해군에 가상의 이야기를 결합시킨 작품이다. 조선 시대로부터 소재를 끌어왔지만 이병헌이 연기한 왕의 모습에서는 대선을 앞둔 민심이 짙게 느껴진다.

김명민·유해진 주연의 <간첩>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영화이며, 코믹 액션을 표방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추석 흥행작을 살펴보면 코미디는 단연 최강의 장르였다. <가문의 영광>(2002), <오! 브라더스>(2003), <귀신이 산다>(2004), <가문의 위기>(2005), <가문의 영광4>(2011) 등이 매해 추석 챔피언이었다. 사극은 <신기전>(2008) 단 한 편에 불과하다.

<간첩>은 이른바 ‘생계형 간첩’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북으로부터 남파된 뒤 몇 년째 ‘고정간첩’으로 암약하고 있지만, 사실상 경제적 지원이나 연락선이 끊겨 임무보다는 생계 유지가 더 시급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산에 묻어뒀는데 재개발이 돼서” “이사할 때 어디엔가 흘려서” “소가 밟아서 고장 나” 총을 쓸 수 없는 ‘한심한 간첩’들이 오랜만에 북으로부터 내려온 무시무시한 지령을 이행하고자 나서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당연히 액션영화도 추석 극장가에 걸린다. 아버지의 딸 구하기 대작전을 그린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2>와 좀비로 가득 찬 미래 도시, 인류의 운명을 건 여전사의 활약을 담은 <레지던트 이블5 : 최후의 심판>이 있다.

일본의 <늑대아이>와 미국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 스페인의 <테드 :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등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완성도와 주제 의식이 수준 이상이다. <피에타>를 보는 관객의 발길도 추석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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