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는 ‘복수 노조 시대의 무풍지대’인가
  • 울산·부산│김지영·김회권 기자 ()
  • 승인 2012.09.2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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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울산 민주항운지부 지부장과 조현후 사무장, 최규백씨 등 다섯 명은 지난해 8월 울산 항운노조로부터 제명 조치를 당했다. 항운노조는 노조원 자격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실직이나 다름없었다. 노조의 제명 사유는 ‘노조 이중 가입’이다. 한국노총 산하의 현 노조 대신 박지부장이 민주노총 산하 울산 민주항운지부를 설립하자마자 생긴 일이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노위와 중노위에서는 ‘사용자-종속자’ 관계가 아닌 ‘노조-노조원’ 분쟁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고 판단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항운노조가 채용권과 인사권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지부장 등은 법원으로 이 문제를 가져가 울산 항운노조를 상대로 ‘대의원대회 결의 효력 정지 및 조합원 지위 보전 등 가처분신청’을 냈다. 지난 1월 울산지방법원은 항운노조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해고한 제명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 계류 중이다.

복수 노조를 만들어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울산만이 아니다. 전국 항만에서 복수 노조가 가장 먼저 설립된 곳은 포항이다. 기존 노조인 경북 항운노조에 대항해 지난해 7월19일 포항 항운노조가 설립되었지만, 42명의 새 노조 가입자들은 바로 제명 조치를 당했다.

경북 항운노조는 복수 노조 시대에 대비해 지난해 5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에 이중 가입할 경우 자동으로 제명처리한다’라고 규약을 개정했고, 이를 적용했다. 이들은 제명과 상관없이 7월22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제출했고,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에 노무 공급권 허가 신청을 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8월23일 ‘불허’ 통지를 받았다. 포항 항운노조가 노무공급권을 받지 못하면 조합원들은 모두 실직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4일 대구지방법원 행정부는 포항 항운노조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장을 상대로 낸 ‘국내 근로자 공급 사업 신규 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새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과 하역회사들이 소속된 한국항만물류협회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반드시 전국항운노조 소속 단위 노조와 근로자 공급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밝혔다. 노조 설립 후 1년 만에 포항 항운노조는 닻을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판결의 영향이 포항신항 현장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업권을 받아도 업체와 단체협약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조합원 1천100여 명 규모인 기존 노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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