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vs ‘셀프’ vs ‘아이디얼리스트’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 승인 2012.09.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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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심리적 특성 분석

대중 심리 분석가의 눈으로 볼 때 선거는 일종의 오디션 무대 같다. 여러 명의 응시자를 놓고 재주를 최고로 잘 부린 사람을 뽑는, 그런 자리 말이다. 2012년 대선을 오디션 무대라고 한다면, 이제 세 명의 응시자가 정해졌다. 국민들은 마치 오디션 심사위원처럼 때로는 누가 최고의 쓸 만한 배우인지를 선발하게 된다. 박근혜, 문재인 그리고 안철수 후보 세 명 중에서 국민의 마음을 잡는 최고의 배우는 누가 될 것인가? 오디션 무대를 살펴보는 심사위원의 입장으로 세 후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이들의 특성을 분석해보았다. 

8월31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 ⓒ 시사저널 박은숙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적대적 집단과 적극적으로 통합을 시도하면서 대권을 지향할 생각은 없어 보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전략적인 측면에서라도 아버지의 시대를 부정하는 제스처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의 시대를 ‘부정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꼼수를 쓴다는 것으로 스스로 믿기 때문이다. 박후보의 심리로는 절대 받아들이기 힘들다.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자 원칙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아버지가 만든 시대에 대해 나름으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의 시대가 공격받을 만하고 비난받을 만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부에 국한된 것으로 믿는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은 원칙과 신뢰를 벗어나는 행위라는 나름의 도덕적 결벽성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한 일은 100% 옳기에 자신은 그것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버지 시대에 대한 고집과 같은 박후보의 모습에서 진짜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정치인은 아닌가라는 의문도 생겨난다. 사실, 박후보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과 대화도 할 수 있고, 타협도 가능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 타협은 인정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하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익 그 자체를 좇는 것이라면 그것은 할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한다. 이는 박후보가 정치인과는 달리 일반 국민들을 만났을 때, 상당히 공감하고 그 처지에 대해서 다 수용하려는 듯한 아주 전형적인 정치인의 자세를 잘 보여주는 것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가리켜 혹자는 박후보가 대권병에 걸렸다고 공격하기도 한다.

보통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과의 협상이나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많이 믿고 있다. 박후보가 이런 행동을 할 가능성은 비교적 작다.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대통령 후보에 비해, 박후보는 대통령에 대한 욕심이 적다. 단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나 과제라고 믿고 있을 뿐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대파와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고, 또 나와 적대적인 사람들과 과감한 통합도 할 수 있다’라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것이 바로 대권병에 걸린 사람의 행동이다. 박후보는 적대적 집단과 적극적으로 통합을 시도하면서 대권을 지향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단지 겉으로 국민이 통합을 바라고 있기에 그것을 해야 된다는 ‘당위성’에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대중은 ‘진정성이 있는 통합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9월18일 태풍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경북 성주군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해 복구를 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문재인 제공
■문재인 민주당 후보 
보수적 속성 갖고 있는 일면 드러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권력 의지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안철수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야권 후보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을까? 처음 정치권에 진입할 때, 좀 더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이처럼 문후보의 권력 의지에 의문을 두는 것은 상당히 단편적인 시선이다. 왜냐하면 현재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은 권력 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후보가 자신의 권력 의지라고 하는, 대권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면 낼수록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문후보의 권력 의지는 자신이 대권에 도전하는 이유를 자신의 운명으로 꾸며낼 때, 뚜렷이 드러났다. 그렇기에 안후보와의 관계에서 전격적인 양보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단일화라는 합의를 통해 승자가 결정된다면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 점이 무조건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과거의 대통령 후보들과는 다른 차이이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으로 기억되는 문후보에 대해서는 ‘리더형’이기보다 ‘참모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시각은 마치 리더는 ‘나를 따르라’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된다고 믿는 통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후보는 본인이 중심이 되어 무리에게 ‘나를 따르라’라고 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조용히 자기가 맡은 일을 수행하는 그런 리더의 역할을 더 잘하고 선호한다. 이것을 참모라고 한다면, 문재인 자신을 스스로 리드하는 셀프 리더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특전사 이력을 주로 내세우는 문후보는 진보를 가장한 보수인가? 사실 문후보가 특전사 이력을 자주 내세우는 이유는 이것 이외에 문후보를 대중들에게 특별히 부각시키거나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내세울 만한 분명한 이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의 특전사 이력으로 그의 이념 성향에 대한 논란을 만들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간다고 해서 보수이고, 군대를 안 간다고 해서 진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누리당을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할 수 있지만, 사실 제1 야당인 민주당도 이념적 속성은 진보를 가장한 보수의 성향을 일정 부분 띠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민주당의 문후보 역시 어느 정도 보수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9월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구세군 아트센터에 들어서고 있는 안철수 후보. ⓒ 시사저널 전영기
■ 안철수 무소속 후보 
스스로 혼자 해결하는 스타일…점차 주변과 소통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 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이해하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문제 또는 과제를 먼저 설정하고 그것을 차근차근 풀어가는 식이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며 자신의 꿈을 믿고 그것을 현실에서 이루려고 한다. 이런 성향을 아이디얼리스트라고 한다.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호기심으로 시작하고,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알려고 노력한다. 연구든 사업이든 심지어 행정이나 정치도 스스로 배워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또 그것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혼자 일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자신이 꿈꾸고 믿는 것을 그냥 하면 되고, 그 결과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절차와 결과가 없고 또 혼자가 아닌 여럿과 같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의 경우, 그는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문제에 부딪히게 될 수도 있다.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처음 스스로 설정한 문제들을 제기했을 때, 대다수 사람은 이해하기가 힘들다. 정치인들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고 또 필요로 하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는 반대이다. 자신이 꿈꾸는 일, 변화를 유발하는 일을 혼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과 함께해야 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 한때 소통의 대명사였던 이 사람은 점차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안후보가 대중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또 부각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아이디얼리스트 성향 때문이다. 관행이나 규범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식상한 보수, 진보의 틀에 갇혀 여전히 과거의 유행가를 부르는 정치인들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진보든 보수든 어떤 현실 정치인에 대해 더는 매력을 느낄 수 없을 때, 대중은 이런 사람에게 열광한다. 하지만 그가 정치인이 되는 순간 이 단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정치인 안철수’로서 익숙한 대세를 거부하려는 그의 시도는 대중에게 다소 놀라움으로 수용될 수도 있다. 안후보가  정치인으로 자리 잡는 과정이 다소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위기 대응력, 문재인-수평적 리더십, 안철수-새로운 리더십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를 선택하는 국민들의 대표적인 바로미터이다. 리더십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국민의 정치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대통령의 자질 중 으뜸으로 꼽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세 명의 리더십도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랐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의 분석을 중심으로 ‘대권 삼국지’를 써내려가는 대선 후보들의 리더십이 어떤지 들여다보았다.

최진 소장은 세 후보의 리더십이 ‘안정적인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독단적으로 정치 전반을 좌지우지했던,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을 보였던 과거 대통령들과는 달리, 소통과 화합을 중요시하고 지향하며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보이려 한다는 측면에서 세 후보가 닮은꼴이라는 분석이다. 최소장은 “변화무쌍하고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겼던 20세기 여의도 정치가 지금까지 한국 정치를 지배해오고 있었다. 결국 기성 정치는 국민들을 상당히 불안하게 하고 화나게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18대 대선에 나서는 세 후보는 모두 리더십에서 진중함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언어의 절제력이나 행동의 자제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과거 어느 대선 후보들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지녔다고 분석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세 후보가 저마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지닌 것은 각 후보가 지닌 성격적인 측면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차분하면서도 내성적인 언행은 그들이 지닌 리더십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박정희 향수’(박근혜), ‘노무현 그림자’(문재인), ‘2030세대의 절대적인 지지’(안철수)라는 후광을 업고 정치적 위상을 굳혔다는 점이 ‘튀지 않는’ 리더십의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 최소장의 분석이다.

세 후보 모두 큰 틀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살아온 인생과 정치 역정, 정치 입문 동기 등의 궤적에 따라 각자가 지닌 리더십의 장단점도 갈린다. 우선 박후보의 리더십은 위기 극복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검증을 거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일무이한 최고 권력자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퍼스트레이디로 살아온 그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차떼기당’과 ‘탄핵 역풍’ 논란 속에서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살려냈고, 지난 4월 19대 총선 때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박후보는 그동안 ‘인의 장막’ ‘불통 근혜’ 등으로 대표되는 소통 부재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대해 최소장은 “박후보는 역사적인 인식에서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잣대가 굳건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결국 그 잣대에 어긋나면 스스로 용납하고 바꾸기가 힘들다. 심리적인 방어벽이 내면에 깊이 잠재해 있어 스스로 문을 열지 않으면 폐쇄적이고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재임 당시 저돌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갇혀 다소 유약한 ‘참모형’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게 최소장의 설명이다. 반면 문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대선 슬로건처럼, 국민의 눈높이를 지향하는 ‘수평적 리더십’의 대표자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문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내재된 리더십의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당내에서부터 반대 진영을 통합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다른 어느 후보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이제부터는 정치적인 리더십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대에 오르게 되었다. 안후보는 1년 넘게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어왔지만 출마 선언을 미룬 탓에 일각에서 그의 ‘우유부단한 리더십’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기도 했다.

최소장은 “하지만 안후보의 대선 출마를 지루하게 기다리면서도 그의 지지율이 크게 붕괴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만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지지층의 요구가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안후보가 대선 후보로 나선 만큼, 이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실체와 알맹이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빛과 무지개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담론을 던져주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 승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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