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앞에서 ‘난타전’ 빠진 검·경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2.09.25 16: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직 세무서장 비리 수사가 양 기관 전쟁으로 치닫는 내막

한상대 검찰총장(왼쪽)과 김기동 경찰청장. ⓒ EPA 연합
이쯤 되면 검찰과 경찰은 거의 견원지간(犬猿之間)을 방불케 한다. 현직 세무서장의 비리 사건을 둘러싸고 최근 검·경이 다시 한번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9월 초 한 일간지에 작은 사건 기사 하나가 게재되었다. ‘현직 세무서장이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라는 의혹이다. 뒤이어 ‘해당 세무서장을 검찰이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경찰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는 최근 보도가 이어졌다. 어떻게 된 사건일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3대 사정기관인 검찰과 경찰, 국세청이 모두 연루된 이번 사건에서는 권력기관 관계자들이 벌이는 갈등과 유착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이 사건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입시 비리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한예종 입시 비리 사건이란, 지난 4월 한예종 교수 4명이 수억 원을 받고 자신이 가르친 입시생들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구속된 사건을 말한다. 이를 수사하던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의 육류수입가공업자 김 아무개씨를 공여자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양측 고위 간부 형제들까지 동시 등장

이 과정에서 “김씨가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현금 2천만원을 자신의 직원을 시켜 윤 아무개 세무서장에게 제공했다”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이 첩보를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지난 9월17일 윤서장을 소환했다. 그러나 윤서장은 이미 지난 8월30일 병가를 내고 홍콩으로 출국한 뒤였다. 윤서장은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월7일 국세청으로부터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국세청 간부 비리 사건을 두고 왜 검·경이 갈등을 벌인 것일까. 바로 윤서장의 친동생이 검찰의 고위 간부라는 점 때문이다. 경찰은 검찰이 유·무형의 압박을 가하며, 윤서장과 김씨에 대한 각종 압수수색 영장에 ‘딴지’를 걸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서장의 친동생인 윤 아무개 검사가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처럼 어렵게 영장을 발부받기는 처음이다. (검찰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영장을 보강하라고 요구해, 몇 번을 다시 올렸다”라고 토로했다.

경찰이 어렵사리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데에는 역시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인 ㄱ검사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ㄱ검사의 친동생이 서울경찰청의 간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국세청 간부와 검찰 간부 형제, 여기에 검찰 간부와 경찰 간부 형제가 동시에 등장하는 셈이다. 이 두 형제에 대한 소문은 이미 검찰과 경찰 내부에서도 파다하게 퍼져 있다. 이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서울중앙지검의 한 고위 간부는 “처음 듣는 얘기이다. 검찰은 윤서장과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적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검·경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롭게 골프 접대 수사를 둘러싼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을 놓고 최근 제2 라운드 싸움이 터졌다. 경찰은 김씨가 윤서장에게 뇌물 외에도 골프 접대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지난 2년 동안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윤서장의 골프비를 대납했다는 것이다. 대납 액수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도 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윤서장과 함께 라운딩을 한 사람 중에 검찰 고위 간부 두 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정보를 입수한 경찰은 해당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검찰은 경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섯 차례나 기각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검찰의 명백한 수사 방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를 진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검찰이 막고 있다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씨의 통화 내역을 조사해본 결과 라운딩을 함께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한 검사와 수차례 통화한 내역이 나오기도 했다”라고 강조했다.

골프장 압수수색 두고도 서로 티격태격

반면 검찰측은 ‘경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한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검찰은 경찰이 청구한, 윤서장과 김씨가 함께한 라운딩 기록 압수수색 영장은 승인했다. 다만 윤서장과 김씨 각각의 모든 라운딩 기록을 압수해 살펴보겠다는 경찰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윤서장과 김씨 사이의 의혹인데, 두 사람 각각의 라운딩 기록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기소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를 승인할 경우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와 같은 주장에 경찰은 “수사의 기본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라고 일축했다. 서울경찰청 소속의 한 고위 간부는 “수사를 하다 보면 당초 기소 내용을 넘어 더 큰 사건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씨는 우리나라의 육류가공수입업계를 주무르는 큰손으로, 윤서장만을 대상으로 로비를 펼쳤다고 볼 수 없다. 일부 검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 부분 역시 확실히 수사하겠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공방에 대해 검찰 내에서는 “경찰이 검찰을 노리고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검의 또 다른 고위 간부는 “(골프장 압수수색 영장의 근거가 된) ‘검사 두 명이 윤서장과 커넥션을 맺고 있다’라는 경찰 수사 첩보의 신빙성도 빈약하다. 압수한 김씨의 수첩에서 ‘라운딩 - ○○○(ㄴ검사), △△△(ㄷ검사)’라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만 가지고 해당 검사가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윤서장은 동생 윤검사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평소 윤검사의 서울대 동기 동창생들까지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 윤서장이 이들과 골프 한번 쳤다고 해서 범죄 행위가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더군다나 거론되고 있는 두 명의 검사는 지금 경찰과 척을 진 대표적인 인물이다. 경찰이 이들을 노리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경찰은 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해당 골프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톨게이트 차량 판독기를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서장을 비롯해 해당 검사들의 차량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톨게이트를 지나갔다면, 이를 근거로 다시 한번 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윤서장과 함께 라운딩을 했다고 거론되는 ㄴ검사는 기자와 만나 “윤서장과 한 번도 골프를 친 적이 없다. 김씨의 경우 얼굴도 알지 못한다. 내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어이없을 뿐이다. 경찰이 일부 언론에 이 사건을 흘린 저의가 의심스럽다”라고 항변했다. 양측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