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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에 간 장수를 자상히 타이르다

세종의 시문 3 /회령절제사 이징옥에게 보낸 장문의 서찰

심경호│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ㅣ 승인 2012.10.09(Tue) 09: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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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대왕상. ⓒ시사저널 우태윤
세종은 시를 즐겨 짓지 않았고, 문예적인 글도 남기지 않았다. 그런데 함경도 북쪽 지역에 여진과의 접경 지역에 나가 있는 장수들에게는 장문의 편지를 작성해서 비밀리에 전달하거나, 옥새를 찍은 공문서를 작성해서 인편에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이징옥이라고 하면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때 김종서의 당이라고 모함을 받자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혹은 단종의 복위를 꾀해 반란을 일으켰다고도 한다. 세종 18년인 1436년에 회령절제사로 있었는데, 세종은 그에게 옥새를 찍은 공문서를 보내 훌륭한 장군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그 글은 순한문이기는 하지만, 꾸밈이 하나도 없고 매우 쉽다. 그만큼 세종의 자상한 인품이 잘 드러난다. 

이징옥은 갑사로 있다가 태종 16년(1416년)에 무과 친시에서 장원으로 급제한 후, 세종 초에는 경원첨절제사로 있으면서 야인을 격퇴하고 세종 7년(1425년)에는 절제사로 승진했다. 세종 14년(1432년)에는 병조참판이 되었다가 영북진절제사로 나갔으며, 세종 18년에는 회령절제사가 되었다.

“인망이 두터운 장수가 되어라”

이징옥은 어렸을 때 호랑이를 산 채로 잡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용감하고 위엄이 있어서 야인들이 두려워했다. 또, 청렴결백해 백성이나 야인의 물건에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관대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세종은 중국의 명장들 가운데 위엄만 부리다가 패망한 사람과 관용을 베풀어서 인망이 두터웠던 사람을 대비시켜 제시하며 이징옥에게 후자를 롤 모델로 삼으라고 타일렀다. 대략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예로부터 장수는 위엄과 무용만 숭상하지 않고 반드시 학문과 인덕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았다. 학문이 아니면 대중을 따르게 할 수가 없고 무용이 아니면 적을 제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기(吳起)는 모든 일에 통달한 지혜와 삼군 중에서 으뜸가는 용맹을 가지고 위(魏)나라를 위해 서하를 지키자 진(秦)나라 군사가 감히 동쪽으로 오지를 못했으며, 제후와 전쟁을 하여 64회나 승리함으로써 사방 1천리 토지를 개척했으니, 재사(才士)라고 이를 만하다. 하지만 그는 전적으로 위무만을 숭상하고 은혜와 인자함을 그리 베풀지 않았던 탓에 가는 곳마다 원망과 비방이 따랐다. 그래서 노(魯)나라와 위(衛)나라를 섬겼으나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등훈(鄧訓)은 호강교위가 되어 은혜와 신의로 이민족들을 회유하려고 힘을 기울였다. 그러자 그 지방의 호인들이 모두 감복하고 좋아하면서 종족과 마을이 진심으로 귀화해오니 변방이 편안했다. 그가 죽자 하급 장교와 군사들, 호인 가운데 울부짖지 않는 자가 없었고 심지어 집집마다 사당을 세우기까지 했다.

반초(班超)는 서역에 31년 동안 있으면서 5천여 호나 항복시켰으니, 동한의 변방 장수로 그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다. 그가 교대하여 돌아올 때에 임상(任尙)에게 이르기를, “변방의 관리나 병사는 본래 효자들이 아니라 죄를 지어 변방으로 오게 된 자들이며, 이민족들은 짐승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기르기는 어렵고 실패하기는 쉽다. 지금 그대는 성격이 엄하고 급해서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작은 잘못은 너그럽게 봐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임상은 반초가 아무 계책도 없고 그저 쉬운 말만 한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 후 임상은 반초가 경계했듯이 패하고 말았다.

사람의 성품은 느리거나 급하고 도량은 크거나 작으므로 같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관용을 베푸는 자는 항상 대중의 환심을 사게 되고 위엄을 부리는 자는 항상 대중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대중의 환심을 산 자는 항상 안전이 보장되고 대중의 노여움을 산 자에게는 항상 재앙이 뒤따른다. 이것은 보편적인 이치이다.

경의 위엄과 무용으로 말하면 옛사람 중에도 더 뛰어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경이 북쪽 변방에서 위엄을 떨쳐 오랑캐들이 다 복종하므로, 나는 매우 가상하게 여긴다. 그러나 대중을 제어하는 문제는 은혜와 위엄을 편협하게 쓰지 않는 데 달려 있다. 은혜와 위엄을 편협하게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사랑할 바를 알고 나면 경외할 줄 알게 된다. 이렇게만 되면 공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진(晉)나라의 양호(羊祜)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경은 옛 장수들의 잘잘못을 귀감으로 삼고 과인의 지극한 생각을 잘 알아서 위엄과 무용만 추구하지 말고 반드시 사랑을 주어 사람을 감복시켜 오랜 기간 북쪽 변방의 훌륭한 장수가 되어 나의 뜻에 부응하도록  하라.

세종은 중국의 장수들로 오기, 등훈, 반초, 양호를 거론했는데, 양호의 예만 제외하고 나머지 장수들은 세종의 글만 읽어도 어떤 공적을 세우고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알 수가 있다.

참고로 양호는 진(晉)나라 장수로, 오나라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을 담당했는데, 군기를 강화하면서도 군사들에게 어질게 대했다. 또 오나라 명장 육항과 피아를 초월한 우정을 맺어 좋은 적수를 이루어, 늙어 자리에서 물러나도 서로 공경했다. 그가 위독해지자 진나라 황제 사마염이 친히 병석을 찾아 위로했다. 양호의 일은 당시 무장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으므로 구태여 자세히 적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면 영흥4리에 있는 조선 제6대 왕 단종의 능 장릉.
어려운 어휘 사용 않고 쉬운 문장으로 설득

아무튼 세종은 사전을 찾아보아야 할 그런 어휘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인물을 끄집어내지도 않았다. 전달하려는 뜻을 잘 드러내기 위해 옛이야기도 풀어썼다. 수사에 치중하고 알쏭달쏭한 표현을 즐기는 글쟁이의 글이 결코 아니다. 

회령절제사로 있던 이징옥은 여진족의 추장을 죽인 뒤에 판경흥도호부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그곳에서 함길도 도절제사 김종서와 함께 4진 개척에 심혈을 기울여 2년 만에 그 지역을 안정시켰다. 세종 20년(1438년)에는 모친상을 당해 경원부사의 직을 사임하고 함경도를 떠났다. 하지만 100일 만에 다시 경상도 도절제사와 평안도 도절제사를 차례로 맡았다. 세종 31년(1449년), 20년간 4군 설치와 이후의 6진 개척, 여진에 대한 정복·회유·복속에 이바지한 공으로 지중추원사에 승진했다. 다음해 문종 즉위년(1450년)에는 함길도 도절제사로 부임했다. 10년 만에 다시 북방의 방위를 전담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단종 원년(1453년) 10월에 수양대군은 김종서 등을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한 뒤 이징옥을 김종서의 일당으로 몰아 파면하고 은밀히 그 후임으로 박호문을 보냈다. 그러자 이징옥은 어쩔 수 없이 반란을 일으켰다. 후임자인 박호문을 죽인 뒤 병마를 이끌고 종성에 가서 대금황제라 자칭했다. 그러다가 여진족과 합세하려고 두만강을 건너기 위해 종성에 머무를 때 종성판관의 야간 습격을 받아 아들 세 명과 함께 피살되었다.

<단종실록>에서는 이징옥이 스스로 대금황제라고 칭하고 여진족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조 때의 재상 채제공은 이징옥이 수양대군의 불법 행위를 명나라에 직접 호소해 단종 복위를 꾀했다고 했다. 이징옥은 정조 15년(1791년)에 복권되었다. 충강이라는 시호를 받고 장릉(단종의 능)의 배식단에 배향되었다.

“은혜와 위엄을 편협하게 쓰지 않으면 사람들이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사랑할 바를 알고 나면 경외할 줄 알게 된다. 그렇게만 되면 공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세종의 이 말은 어쩐지 이징옥만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위해 예비해둔 말인 듯하다.  

참고: 심경호, <국왕의 선물>, 책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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