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 6촌 동생 회사, 관공서에 거액 로비
  • 김지영·이규대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2.10.14 15: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프로의 2008년도 관련 예산·비용 문건 단독 입수

이명박 대통령의 6촌 동생인 이상규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카프로’가 울산 지역 관공서와 사정기관,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거액 로비를 벌여온 정황이 포착되어 파문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카프로의 2008년도 ‘관공서 및 언론사 연간 예산 추정’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와 환경부, 경찰, 검찰, 세무서, 소방서, 울산광역시청, 언론사 등 23개 기관을 대상으로 식사비와 회식 찬조금, 설날 및 추석 선물 비용 등 세 가지 명목으로 모두 3억5천7백4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각 기관별로 보면, 노동부에는 식대 3백만원, 회식 찬조금 2백만원, 설날 및 추석 비용 7백만원 등 모두 1천2백만원, 부산지방노동청에도 세 가지 명목으로 9백6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에는 1백90만원, 울산환경출장소 4백80만원, 울산 환경보건원 4백20만원, 낙동강유역환경청 3백80만원, 화학물질관리센터 40만원 등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한 한국산업안전공단 2천1백60만원, 한국가스안전공사 9백만원, 소방검정공사 4백20만원, 울산소방본부 4백20만원, 남부소방서 2천8백80만원의 로비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부·경찰 등에 6억1천여 만원 살포 의혹

특히 울산 지역 자치단체에 대한 로비 예산이 많이 책정되었다. 울산광역시청의 경우, 식대로 2천9백60만원, 회식 찬조금 3백60만원, 설·추석 선물 비용으로 1천4백80만원 등 모두 4천8백만원의 예산이 잡혔다. 카프로가 로비 예산을 책정했던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많았다. 울산 남구청에는 1천9백80만원, 동구청과 북구청, 울주군청 등에는 각각 1백90만원씩 책정했다.

사정기관에 대한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정보과)에는 식대와 회식 찬조금이 각각 2백만원씩, 설·추석 선물 비용으로 100만원 등 모두 5백만원, 울산해양경찰청에는 3백만원이 책정되었다. 울산지방검찰청과 세무서에는 각각 7백40만원과 4백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카프로는 추정했다. 신문사와 방송국 등 언론사에도 식대와 회식 찬조금, 명절 선물 비용 등으로 각각 2천만원씩 책정해놓았는데, 이와 별도로 ‘언론사 협찬금’ 명목으로도 1억2천만원의 예산을 잡아놓았다.

이 문건에 따르면, 카프로는 울산 공장의 총무팀과 안전환경팀 등을 통해 이들 관공서 등을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안전환경팀 관공서 비용’ 문건에는 안전환경팀이 각 관공서 어느 부서의 몇 명에게, 몇 회에 걸쳐, 얼마의 예산으로 로비를 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문건에 따르면, 식비는 1인당 5만원으로 계산했고, 2차 회식비는 1인당 15만원으로 책정했다. 또, 추석과 설날 선물은 1인당 10만원(백화점 등 상품권)으로 계산했다.

한 예로, 울산광역시청의 경우에는 환경관리과 21명에게 2회에 걸쳐 1인당 5만원씩 식비를 제공하고, 이와 별도로 2회에 걸쳐 1인당 15만원씩의 식비를 제공해서 식비로만 모두 8백40만원을 책정했다. 또한 환경관리과의 회식 찬조금으로 2회에 걸쳐 30만원씩을 책정했으며, 설·추석 비용으로 21명에게 2회에 걸쳐 10만원짜리 상품권을 제공하겠다는 ‘로비 의지’가 담긴 내용이 ‘환경안전팀 관공서 비용’ 문건에 담겨 있다. 이런 방식으로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환경관리과에 1천3백20만원의 로비 예산을 책정해놓았다. 카프로는 울산시청 환경관리과뿐만 아니라 환경정책과, 하수관리과, 환경자원과, 태화강관리단, 하수처리장 등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로비 예산을 잡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8년도에 책정되었던 로비 예산이 같은 해 상반기에 거의 다 소진되면서 추가로 예산을 편성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상규 대표이사는 그해 3월 주주 총회를 통해 인선되었는데, 이후에도 계속 관공서 등에 대한 로비 작업이 이어졌던 것이다. 같은 해 8월경에 작성된 ‘추가 발생 비용’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 등 관공서 로비 자금으로 1억5천60만원, 언론사 협찬금으로 1억8백만원 등 모두 2억5천8백60만원이 더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2008년 1월부터 8월까지 집행된 예산과 추가 비용을 모두 합치면 6억1천6백만원에 달했다.

이 입수한 문건들

이에 대해 카프로의 한 임원은 “(‘관공서및 언론사 연간 예산 추정’ 및 ‘추가 발생 비용’) 문건의 정확한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만든 것으로는 판단된다. 그런데 회사 내 담당자들에게 문건에 대해 알아보니 다들 ‘모르겠다’라고 했으며, (2008년)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도 그만둔 상태여서 확인할 수가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카프로의 관공서 로비 관행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프로의 전 노동조합 간부는 “카프로에서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한 접대와 백화점 상품권 제공 등 금품 로비 행태는 오래된 관행이다. 연간 4억원 이상 로비 자금을 조성해 쓰고 있으며, 현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이후부터 현재까지 어디에, 얼마나 로비를 벌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카프로가 2008년 이전에도 관공서등을 대상으로 금품 로비를 벌였던 정황은 포착되었다. 카프로의 내부 전산망에 저장된 대외비 문서인 ‘품의 전표 승인’ 내역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2006년 8월3일부터 2007년 8월24일까지 1년 동안 모두 4억2천8백여만원을 관공서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품의 전표 승인 기록에 따르면, 울산공장 총무팀에서 식비와 백화점 상품권 구입 등 ‘접대’와 ‘현금 인출’(5천만원) 등의 명목으로 2억8천9백여 만원을 로비에 사용했던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었다.

또한 환경안전팀이 2천여 만원, 공무팀이 1천4백여 만원, 기술팀이 4백80여 만원, 시험팀이 4백50여 만원을 이 기간 동안 로비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본사의 행정팀도 9천5백여 만원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6촌 동생 이상규씨(작은 사진)가 경영하는 주식회사 카프로 울산공장의 모습 @시사저널 전영기

그렇다면 카프로는 울산 지역 관공서와 사정기관 등에 왜 거액의 로비 자금을 살포했던 것일까. 카프로는 굳이 영업 부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과 코오롱 등에 대부분 납품하며, 일부는 수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프로의 관공서 로비는 유사시를 대비한 ‘보험 성격’이 강하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카프로의 한 직원은 “카프로는 산업 안전 및 환경 관련 민원과 고소 사건이 적지 않고, 유해 화학 물질 누출과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무마시키기 위해 로비 자금을 유관 기관 등에 뿌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프로가 작성한 ‘안전·환경 관련 민원 및 고소 사건 등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6년 8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12건의 민원 및 고소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2006년 9월6일에는 ‘안전·보건 관리자 미선임’ 문제로 카프로 관계자가 ‘부산지방노동청 울산지청 산업안전과장을 면담’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벤젠 등 화학물질 누출 및 화재 사고 등으로 노동부와 울산광역시청, 울산남부소방서 등에 민원이 제기된 정황도 포착되었다.

앞서 언급한 카프로의 임원은 “우리 회사가 관공서 등에 로비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느냐. 문건의 내용처럼 로비를 한 것이 아니며, 사실과 다른 면이 있다. 요즘은 공무원 스스로가 잘못하다 걸리면 난처하니까, (접대나 선물 등을) 잘 안 받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배경 든든한 알짜배기’ 카프로는 어떤 회사?

지난 1969년에 설립된 ‘카프로’는 약 40년의 역사를 지닌 중견 제조업체이다. 카프로가 생산하는 주력 상품은 ‘카프로락탐’으로, 나일론의 원재료가 되는 화학물질이다. 타이어, 어망, 카펫 등에 쓰이는 나일론 섬유,
기계부품 및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쓰이는 나일론 수지 등을 만들 때 필수적으로 쓰인다. 국내에서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업체로는 카프로가 유일하다. 현재 국내 카프로락탐 소비량 중 약 86%를 카프로에서 생
산하고 있다. 카프로가 이른바 ‘알짜배기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이다.

카프로는 여러 모로 이명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업체이다. 그의 친인척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 있다. 카프로가 생산하는 카프로락탐의 최대 납품처는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터리이다. 2012년 상반기 전체 매출액 5천4백14억원 중 3천48억원, 1천6백1억원이 각각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올린 매출이다.

그런데 효성은 이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또한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과거 사장으로 있었던 업체이다. 이들 두 기업은 카프로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효성
(21.04%)과 조석래 회장 일가(7.02%)는 28.0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다. 카프로 안팎에서 “효성이 카프로를 좌지우지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89%로 그 다음을 잇
고 있다. 즉, 최대 거래처인 두 기업이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들인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프로 이사진은 모두 효성그룹 및 코오롱인 더스트리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현재 조석래 회장, 안홍문 효성그룹 산업자재 PG장, 조영래 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사, 홍성안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 등이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카프로의 대표이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6촌 동생인 이상규 사장이 맡고 있다.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이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추천으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인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장의 부친이 이대통령의 어린 시절에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장은 LG그룹에서 오래 근무했던 인물이다. LG화학에서 주요 임원직을 거친 후 2000년대 초·중반에 LG다우폴리카보네이트, 씨에스리더 등 그룹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어찌 보면, 이사장은 카프로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

그런 그가2008년 3월에 연봉 7억원에 육박하는 알짜 기업의 대표이사직에 오르자 당시 카프로 노조는 “전문 경영인이 아닌, 힘과 권력에 의해 결정되는 전형적인 낙하산 사장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사장은 2011년 철탑산업 훈장을 받았고, 지난 3월 납세자의 날에는 기획재정부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